‘두꺼비 순찰대’
‘두꺼비 순찰대’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2.24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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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난생처음 들어본 이름이 있다. ‘두꺼비 순찰대’…. 아쉽게도 우리 울산지역의 조직은 아니다. ‘두꺼비친구들’이란 청주시 관내 사단법인체가 매년 봄철 두꺼비의 산란기에 선보이는 활동조직이다. ‘두꺼비친구들’이 조직의 깃발을 바깥에 드러낸 것이 2011년부터이니 올해로 9년째인 셈이다. 청주지역에는 손꼽을 만한 두꺼비 서식지가 네 군데나 있다니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

지난 22일 청주시내 ‘농촌방죽’에서 가진 ‘2019 두꺼비 순찰대 발대식’에는 충북지역 환경단체 회원과 시민 50여명이 자리를 같이했다. 발대식 후에는 ‘북방산개구리 산란 현황’과 ‘청주지역 양서류 서식실태 보고회’도 열렸다. 이만하면 하는 일은 대충 짐작이 갈 것이다. △산란기 두꺼비 이동경로의 장애물 제거 △서식지 주변지역 청소 △로드킬 예방 현수막 게시가 비로 그것. 주된 목적은 ‘로드킬(road kill)로부터 멸종위기의 양서류들을 보호하고 생물다양성을 증진시키는 것’에 있다.

흥미로운 것은 이 단체를 실질적으로 이끌어오던 활동가가 정계 진출에도 성공한 일이다. 말하자면 ‘두꺼비친구들’의 사무처장 직을 한동안 맡아오던 박완희 씨가 지난해 6·13지방선거에서 승리를 거머쥐면서 청주시의회의원 배지를 달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그가 ‘완장의식’에 취해 우쭐거리는 것 같지는 않다. 어쨌건 양서류 보호에 관한 그의 열정은 이 프로젝트에 손대기 시작한 2003년 이후 지금까지 전혀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 자신을 ‘두꺼비, 자연, 마을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를 꿈꾸는 환경 지킴이’라고 소개한 그는 지난 설에 이런 내용의 새해 인사를 띄웠다. “두꺼비의 생명평화가 온 누리에 가득한 새해 누리소서!.”

두꺼비는 아니지만 똑같이 양서류에 속하는 ‘맹꽁이’의 보호 운동은 경남 진주지역과 충남지역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비교적 활발한 것으로 보인다. 충남지역의 경우 대전충남녹색연합이 그 일에 앞장서고 있다. 그들은 힘주어 말한다. “예전에는 장마철만 되면 맹꽁~ 맹꽁~ 잘도 보이던 맹꽁이! 지금은 어디로 갔을까요? 맹꽁이가 살지 못하는 곳은 사람도 살기 어렵습니다”라고….

그렇다면 우리 울산은? 두꺼비든 맹꽁이든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활동에 나서고 있다는 활동가나 활동조직에 대해 별로 들어본 바가 없다. 활동가의 머릿속 기억에만 먼 나라 얘기처럼 남아있을 뿐이다. 윤 석 울산생명의숲 사무국장의 기억 속에는 두꺼비, 맹꽁이뿐만 아니라 산개구리, 도롱뇽, 심지어는 파충류인 뱀의 피해 사례까지 한가득 들어있다. 그는 개구리와 두꺼비가 사라져가는 현실이 참 서글프다고 말한다.

“산란이동을 하다가 깊고 시멘트로 뒤덮인 직각 배수로(농로)에 빠져 허우적거리다가 시멘트 독으로 죽거나 아니면 가뭄으로 말라죽거나 하는 일이 예사로 일어났습니다. 산자락이 사라져 찻길에서 깔려 죽거나, 새로 난 도로의 경계석에 막혀 오도 가도 못하거나 때로는 웅덩이가 없어지는 바람에 죽어 나간 생명체들이 부지기수였습니다. 그런 현상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니 얼마나 가슴 칠 일입니까?” 그러면서 다른 지방의 사례를 넌지시 귀띔한다. “경남지역만 해도 환경·생활교사 모임이 개구리 살리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에게는 지자체의 무관심과 인식부족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태화강의 배수로를 직각형이 아닌 완만한 경사형으로 바꾸자는 목소리에도 한사코 귀를 막는다며 더 이상 할 말을 잃는 눈치다.

누군가가 봄은 여성들의 옷차림에서 온다고 했지만 이젠 표현을 달리해야 할 것 같다. 어찌 보면 ‘봄의 전령사’란 수식어는 청주의 ‘두꺼비친구들’에게 더 걸맞지 않을까. 울산에서도 ‘두꺼비 순찰대’를 닮은 활동가조직이 산란기의 두꺼비처럼 나타났으면 하는 소망, 간절하다.

김정주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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