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파이프랙 구축, 철저한 점검 필요하다
통합파이프랙 구축, 철저한 점검 필요하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2.21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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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석유화학단지의 안전성 제고를 위한 통합파이프랙 구축사업의 기본설계 용역비 국비 확보로 올해 구축 사업이 본격 시작됐다.

‘통합파이프랙’이란 현재 지역 산단을 중심으로 지하에 우후죽순으로 매설된 각종 배관들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을 말하는데 폭발 등 각종 사고가 잦은 석유화학단지의 안전을 위해서는 필수라는 지적이 계속돼 왔다. 이에 지역 대학과 연구기관 등 16개 기관산업안전 전문가들은 ‘국가산단 지하 배관 선진화사업단’을 구성해 통합파이프랙 설치 등을 정부에 꾸준히 요구해왔지만 수천억에 이르는 막대한 예산이 발목을 잡으면서 사업 추진은 지지부진한 상태였다. 그랬다가 지난해 말 기본설계비로 5억6천만원의 국비를 극적으로 확보해 사업의 첫 삽을 뜨게 됐다.

그동안 지역 석유화학공단 내 폭발사고가 심심찮게 일어났다. 지난해 9월만 해도 남구 선암동 명동삼거리에서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뻔한 스팀배관폭발사고가 있었다. 당시 지하에 매설된 스팀배관이 터지면서 도로가 파손되고 40분여간 스팀이 분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인근 공장 담벼락과 덤프트럭 1대가 파손되는 피해가 발생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보행객 또는 도로 위를 지나는 차량이 있었거나 스팀배관이 아닌 가스·화학배관이었다면 자칫 큰 사고로 번질 수 있었던 아찔한 순간이었다.

2014년 1월에는 남구 용연동의 한 도로 굴착 공사 과정에서 프로판 배관이 파손돼 가스 40t이 누출됐다. 같은 해 2월 울주군 온산읍에서도 도로 굴착공사 중 지하 배관이 파손돼 질소가스가 누출됐고, 2016년에는 온산공단의 지하배관이 파손돼 질소가스 6만㎥가 누출되기도 했다.

현재 울산석유화학공단과 온산국가산단 지하에는 230여개 업체가 이용하는 지하 배관이 묻혀있다. 화학관 821.1㎞, 가스관 572.2㎞, 송유관 158.9㎞, 상하수도관 124.2㎞, 전기·통신관 90.8㎞, 스팀관 7.3㎞ 등 길이가 1천770여㎞에 이르고 있다. 이 가운데 20년 이상 노후화한 배관은 60%가 넘는다고 한다.

이런 시한폭탄과도 같은 지하 배관을 지상으로는 통합파이프랙을 구축하고 지하에는 공동구를 병행하는 사업으로 울산시가 2009년 ‘울산 석유화학산업 발전로드맵’을 수립을 위한 사업을 구상·추진한 이후 거의 10년만의 성과물이다.

그런데 시작부터 불안한 출발의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11일 기본설계 용역에 들어가는 석유화학단지 통합파이프랙 구축사업을 논의하는 자리인 ‘울산국가산단 지하배관 안전협의회’에서 용역 발주자인 한국산업단지공단 측이 기본설계 용역비의 부족을 지적했기 때문이다. 시와 공단 측에 따르면 당초 기본설계비로 정부에 요구한 예산은 13억5천만원으로 시가 받은 국비는 절반에도 못 미친다. 이 때문에 석유화학단지 내 각종 배관 현황을 파악해야 하는 기본설계 과정에서 충분한 조사가 힘들지도 모른다는 지적이 제기된 것이다.

공단 측의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시는 “일반적으로 첫 용역일 경우 모든 자료들을 처음부터 다 수집하게 되지만 울산지역 석유화학단지는 공단협의회 자체에서 보유 중인 자료가 아주 정확해 용역 시 필요한 자료들이 많다”며 “기존 보유한 자료를 활용해 기본설계 용역 과정에서 그런 부분들은 제외한다면 5억6천만원의 예산으로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역 석유화학공단 안전사고 예방에 따른 숙원사업인 통합파이프랙 구축사업 기본설계비 반영이 비록 부족하다고는 하지만 가까스로 얻은 기회인만큼 울산시는 설명한대로 기본설계 과정에서 확보된 자료들 최대한 활용하는 철저한 관리와 감독, 점검을 통해 사업이 시행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박선열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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