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와 멀어지고 싶은 마음
화재와 멀어지고 싶은 마음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2.21 22: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19일, 필자는 울산 중구 태화강체육공원에서 열린 정월대보름 맞이 달집태우기 행사에 참석했다. 예로부터 ‘상원(上元)’이라고도 했던 정월대보름에는 휘영청 크고 밝은 보름달을 보면서 건강과 풍년을 기원해 왔다. 그러나 과거 농경이 주된 산업이었던 시대와는 달리 요즘은 한 해의 나쁜 기운을 물리치고 자신이 소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도록 기원하는 국민적 세시풍속으로 자리를 잡았다. 올해 정원대보름에는 우리 울산에서도 구군별로 지정된 장소에서 달집태우기와 민속놀이, 문화공연이 다채롭게 펼쳐졌다.

그런데, 이웃도시 부산에서는 정월대보름 행사 도중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다. 행사 당일 해운대구 송정해수욕장에서 달집을 태우기 위해 달집에 불을 붙이는 순간 갑자기 화염이 폭발하듯 솟구친 것이다. 이 사고로 행사관계자 2명이 얼굴에 화상을 입었고, 다른 1명은 순간적으로 놀라 뒤로 넘어져 실신했다. 자세한 사고원인은 곧 밝혀지겠지만, 달집을 태우려고 미리 뿌려둔 인화성 물질이 공기 중으로 기화한 상태에서 점화하는 순간 갑자기 불길이 솟구쳤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올해 정월대보름 행사는 전국적으로 260여 곳에서 있었다고 한다. 우리 울산에서 가졌던 대보름 행사들은 모두 안전하게 잘 진행되었다고 하니 여간 다행한 일이 아니다. 안전사고에 대비하는 노력은 언제 어디서라도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특히 우리네 정월대보름 풍습에는 달집태우기, 쥐불놀이, 풍등 날리기와 같이 불을 이용하는 놀이가 많은 만큼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요즘은 우리 주변에서는 비용이 적게 드는 셀프주유소를 많이들 이용한다. 이때 특별히 주의해야 할 일이 있다. 휘발유를 차량에 직접 주유할 때 자주 볼 수 있는 광경이지만, 차량의 주유구를 유심히 살펴보면 이글거리는 무언가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것이 다름 아닌 유증기라는 것이다. 휘발유(=가솔린)는 경유보다 휘발성이 높아 인화점이 낮은 반면 발화점은 높다.

흔히 인화점과 발화점에 대해 혼동하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서 잠시 정리해볼 필요가 있다. ‘인화점’은 불꽃을 가까이 접촉했을 때 순간적으로 섬광을 내면서 연소하는, 즉 인화되는 최저의 온도를 말한다. 그리고 ‘발화점’은 물체를 마찰시키거나 가열해서 어느 정도의 온도가 되면 불을 대지 않아도 불이 붙는 온도를 말한다. 따라서, 휘발유처럼 인화점이 낮은 물질을 다룰 때는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앞으로 정월대보름을 비롯한 명절에 달집태우기와 같이 불을 이용하는 행사를 공기가 건조한 상태에서 진행할 때에는 참석객들에게 안전에 대한 유의사항부터 먼저 사전경고(방송) 형식으로 분명하게 일려주어야 한다. 그리고, 달집 주변에서 점화하거나 발화되었을 때를 가정해 안전한 거리를 충분하게 계산한 뒤 경계선을 만들어 두어야 한다. 이번 송정해수욕장 사고의 원인 중에는 위험성을 미리 계산하지 못한 안전 불감증도 있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인류가 초기에 발견한 유용한 도구 중의 하나가 바로 ‘불’이지만 요즘은 우리의 안전을 위협할 때가 적지 않다. 지난 19일 오전 7시 11분경에는 대구 도심에 있는 목욕탕 건물에서 불이 나서 사망자 3명을 포함해 91명이 숨지거나 다치는 인명피해를 입었다. 사고 현장을 조사한 결과, 건물 4층 목욕탕의 남탕 입구에 있는 구둣방에서 불씨가 시작되었고, 사람이 잠시 자리를 비운 이곳에서는 전기난로와 휴대용 가스레인지 같은 것이 발견되었다.

때로는 사소한 ‘귀차니즘’(=귀찮은 일을 싫어하는 태도나 사고방식을 이르는 속어)이 큰 화를 불러오기도 한다.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 있는 것이지만, 가정에서든, 직장에서든 자리를 비울 때는 반드시 전원을 차단하는 습관을 기를 필요가 있다. 특히 전기난로, 전기장판, 전기방석과 같은 전열기구 관리는 더없이 중요하다. 자체 전원스위치가 있는 전기콘센트도 있긴 하지만, 가급적이면 전원플러그를 뽑는 세심한 노력이 필요하다. 화재는 관심과 노력이 있는 한 얼마든지 막을 수 있는 재난이다.

김기환 민방위 전문강사·예비역 소령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