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詩] 어떤 이별 / 김인애
[디카+詩] 어떤 이별 / 김인애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2.21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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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를 보내고

길 지워지기 전

단 한 번만이라도 돌아봐 주기를

나 여기 목이 긴 짐승이 되어 서 있다

 

움터오는 새싹과 꽃들의 만남으로 봄에는 생동감으로 설레지만, 가을에는 떨어져 뒹구는 낙엽과 흔들리는 억새의 손짓만으로도 이별을 생각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여러 가지 이별 중에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는 이별만큼 크고 아픈 것이 또 있을까요? 그 아픔의 크기를 바다를 모두 삼킨 아픔이라고 했던 기억이 납니다.

쫓아가도 닿을 수 없는 이별이라면 단 한 번만이라도 돌아봐 주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 망부석도 생겨나게 한 것 같습니다.

열매도 가을로 익어가면 떨어져서 이별할 것을 아는 것처럼 삶의 여정도 늦가을쯤 중년으로 넘어서는 망각의 강에 놓인 저 다리를 건너는 사람과 바라보는 이의 마음 쓰임이 흔들리는 갈대도 울게 하네요.

만남도 쉬워지고 이별도 쉬워진 세대라고 하지만 김인애 시인의 '어떤 이별' 디카시를 읽으니 봄이 오는대도 떠나보내야 하는 아픔에 푹 잠기게 됩니다. 글=이시향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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