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짐과 만남의 연속
헤어짐과 만남의 연속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2.20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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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년말, 교육과정의 마무리를 앞둔 이맘때가 되면 학교는 무척이나 바빠진다. 학년말 학사 업무도 마무리해야 하고, 1년간 진행한 부서별 각종 업무의 인수인계도 해야 하고, 한 학년씩 올라갈 우리 아이들의 반 편성작업까지 도맡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면 아침 해가 언제 서쪽 하늘 땅 자락에 맞닿아 버렸는지 모를 정도가 된다. 그만큼 바쁘게 지낸다는 이야기다.

학년말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도 어쩌다 센티멘털한 감정이라도 잡다 보면 어느새 어둠은 복도 창문을 타고 들어와 교실 안까지 슬그머니 점령해 버린다. 이럴 때면 1년 동안 함께 생활한 아이들과 지냈던 추억들이 마음 한켠에서 꼬물꼬물 헤엄쳐 올라온다. 헤어질 준비를 하느라 속마음을 꼬옥 붙잡고 있었는데도 ‘아유, 아이들에게 조금만 더 잘해줄 걸!’ 하는 아쉬움과 미안함이 우수(雨水)에 내리는 봄비처럼 가슴을 적시고 만다.

늘 어슷비슷하게 되풀이되는 2월의 학사일정이지만, 함께 지낸 아이들과의 만남은 늘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온다. 그러기에 2월을 보내는 감정이 한편으로는 비슷해 보이면서도 감정의 깊이와 정감은 해마다 다르게 여겨지는 순간들이 많다.

아이들과 호흡이 유난히도 잘 맞아서 1년이라는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간 듯한 생각이 드는 해에는 헤어지게 되어 아쉬운 감정이 더욱 깊어지기도 하고 때로는 마지막까지 기쁨이 더해지기도 한다. 그러나 그 반대의 경우도 있기 마련이다.

일부 학부모와의 사이에 생긴 갈등이나 학교폭력의 뒤처리가 가져다준 후유증으로 마음에 생채기라도 생겨 가슴이 아팠던 해에는, 2월의 헤어짐을 앞둔 감정의 기복은 다른 해에 비해 절반으로 뚝 떨어지기도 한다. 이러한 경험을 하다 보면 교사 도 어쩔 수 없는 인간임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2월의 헤어짐이 새로운 만남으로 이어지는 순간 학교를 지키는 사람들의 가슴은 가곡 속의 ‘봄 처녀’라도 된 듯 마구 설레기 마련이다. 이런 감정의 터널을 지나면서 아이들과 교사들은 또 한 해의 시간에 마침표를 찍는다.

어느 해 2월에는 이해인 시인의 ‘봄 편지’ 같은 시간을 만나기도 하고, 또 어떤 해 2월에는 안재식 시인의 ‘가는 봄날’의 마음이 되어 2월을 흘려보내기도 한다. 이렇게든 저렇게든 모든 2월은 학교의 사람들에게 한 움큼의 감정을 남겨놓고 3월로 뛰어가 버리고 만다. 마치 3월에는 또 다른 새로운 출발이 기다리고 있으니 어서 앞으로 힘껏 달려가 보라고 채근하는 듯 말이다.

다음은 안재식 시인의 ‘봄날은 간다’와 이해인 시인의 ‘봄 편지’라는 시다.

<봄날은 간다> -안재식

단단했던 동아줄/ 한 생이 꺼져가는 찰나,//

실낱같은 꿈마저/

휘파람에도 너풀거리는 촛불이어라.//

만남과 이별, 사랑과 미움,/

얽히고설킨 인연의 흔적들…//

가슴에 내리는 눈물 싣고/

강으로, 바다로 흘러만 가네// (하략)

<봄 편지> -이해인

하얀 민들레 꽃씨 속에/ 바람으로 숨어서 오렴//

이름 없는 풀섶에서/ 잔기침하는 들꽃으로 오렴//

눈 덮인 강 밑을/ 흐르는 물로 오렴//

부리 고운 연둣빛 산새의/ 노래와 함께 오렴//

해마다 내 가슴에/ 보이지 않게 살아오는 봄//

진달래 꽃망울처럼/ 아프게 부어오른 그리움//

말없이 터뜨리며/ 나에게 오렴//

김용진 명덕초등학교 교사 시교육청 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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