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 부정’에 빠진 정치
‘타인 부정’에 빠진 정치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2.19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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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대한민국은 어려운 경제상황으로 웃을 일도 기댈 곳도 없는 삭막한 세상이라지만 바람 잘 날 없는 정치판을 보노라면 미래가 걱정이다. 연일 사실과 주장이 다른 정치뉴스가 또 다른 뉴스를 덮는 반전 속에, 도 넘은 지상파 및 종편 시사 프로그램의 정치 편향성도 우려된다.

그동안 블랙리스트와 사찰 증거로 진퇴양난(進退兩難) 정국이 전개되었음에도 무조건 ‘모른 척’ 해왔던 청와대가 작심비판을 했다. 그동안 청와대는 자신들의 잘못이 드러나거나 불편한 일이 생기면 ‘답변 거부’를 대응전략으로 삼았다. ‘드릴 말씀이 없다’ ‘답변을 갖고 있지 않다’ ‘모르는 일’이라는 등으로 얼버무렸다. 정말 몰라서가 아니라 사실을 감추려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자유한국당 일부 의원들의 ‘5·18 망언’에 대해 “국회 스스로 부끄러워해야 할 자기부정”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과거사를 보면 집권당도 자유롭지 못하다는 생각이라 숯이 검정 나무라는 격이다. ‘자기부정(自己否定)’이란 자기 자신을 부정하는 일로 변증법적 발전의 논리에서 존재의 가장 근본적인 성격이다. 하지만 ‘자기부정’이라는 ‘타인 부정(他人否定)’도 조심스러워야 한다.

이와 함께 ‘타인 부정’ 2중대로 전락한 지상파 시사 프로그램의 정치적 편향성이 도를 넘고 있어 걱정이다. 친정부 일색의 진행자와 균형감 잃은 내용으로 공공성을 저버린다는 지적이다. 극소수 친정부 성향의 진행자들이 TV와 라디오, 그것도 여러 방송사를 돌아가며 프로그램을 싹쓸이한 지 오래다. 진행자뿐 아니라 해당 프로그램 출연자들도 친정부 인사들에게 치우치고 있다니 개선이 필요하다.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가 지난 11일 공개한 ‘박근혜·문재인 정부 시기 지상파 시사 프로그램 평가 연구’에서도 이 점은 잘 드러난다. 박근혜·문재인 정부 초기 500일간 지상파 TV,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의 정치편향을 실증적으로 분석한 연구다. 연구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들어 TV 시사 프로그램의 편향성이 진행자, 출연자, 인터뷰이, 자료화면, 부가적 화면요소 등에서 전반적으로 증가했다.” 또 “이 정부 들어 생긴 ‘오늘밤 김제동’ ‘저널리즘 토크쇼 J’(KBS) ‘탐사기획 스트레이트’(MBC) ‘김어준의 블랙하우스’(SBS)가 높은 편향성을 드러냈다.” 연구의 결론은 TV 시사 프로그램은 분명한 편 가르기 경향을 드러내고 있으며, (지금 한국 방송에) 균형적이면서도 열띤 논쟁이 이루어지는 정론적 시사 프로그램은 없다는 것이다.

라디오 분석 결과도 비슷하다. ‘김어준의 뉴스공장’ ‘색다른 시선, 김종배입니다’(TBS) ‘김용민의 정치쇼’(SBS) 등 편향이 심한 프로들에서 ‘친정부, 주장의 일방성’이 높았다.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가장 편향성이 심한 프로그램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내용의 정치편향과 시청자의 불만이 커지고 있음에도 이에 대한 심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건 더 큰 문제다.

북한 ‘김정은 위인 맞이 환영단장’ 인터뷰로 큰 논란을 빚은 KBS ‘오늘밤 김제동’에 대해서도 방통심의위원회는 ‘문제없음’ 결론을 내렸다. 당시 심의회의에서 야권 추천 위원들은 심의 결과에 반발하며 퇴장하기도 했다. 여야 쿼터제라는 위원회의 인적구성 자체가 심의의 독립성을 보장하지 못하는 본질적인 한계다.

미디어도 정치지향을 가질 수 있지만 공공재인 한정된 전파를 사용하는 지상파와 종편에는 그 어느 매체보다 강한 공공성이 요구된다. 방송사 사장에 대한 ‘코드 인사’ 이후 친정부적 행보를 보여 온 지상파라지만 정부 등 권력의 감시자라는 언론의 본분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없는 것도 만들어내는 것이 정치판이라지만 정치와 골프는 고개 쳐들면 진다는 상식을 곱씹어보길 바란다.

<신영조 시사경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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