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심한날 휴업… 맞벌이 가정 어쩌나
미세먼지 심한날 휴업… 맞벌이 가정 어쩌나
  • 강은정
  • 승인 2019.02.17 20: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비상저감 조치 발령시 교육 현장 휴업 권고
학부모들 “탁상행정” 비판, 국민청원도 등장
“한달에 3분의 2는 미세먼지 나쁨 수준인데 그때마다 휴원하면 애들은 누가 돌보나요.”

미세먼지가 심한 날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 등 휴업이나 수업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법이 시행되자 학부모들의 원성이 커지고 있다.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는 정부 방침이 이번 미세먼지 특별법 시행으로 인해 역행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전업주부만 아이 낳으라는 말로 들린다”며 거센 항의가 이어지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 15일 교육시설 휴업 권고를 담은 ‘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미세먼지 특별법)을 시행을 발표했다.

이 법은 미세먼지 비상저감 조치가 발령되면 각 시·도지사는 교육청 등 관련 기관에 어린이집, 유치원, 초·중·고교에 휴원·휴업이나 보육시간·수업시간을 단축하라고 권고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자녀들이 휴업이나 휴원하는 경우 부모가 시차 출퇴근, 재택근무, 시간제 근무 등 탄력적으로 일하도록 소속 직장에 권고하는 조항도 마련됐다.

미세먼지 특별법 시행이 알려지자 어린 자녀를 둔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미세먼지로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 등이 휴업하면 당장 아이를 맡길 곳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같은 결정도 전날 오후 5시께 발표되면서 워킹맘(직장인 엄마), 맞벌이 부부는 회사를 급작스럽게 쉴 수 없는 사회구조상 대처할 시간이 부족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4살 아이를 키우는 최모(36·여)씨는 “미세먼지법 시행으로 어린이집이 휴원하면 워킹맘은 걱정되는게 한두가지가 아니다”며 “당장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없는데다 미세먼지 나쁜 날이 하루이틀이 아닐텐데 아이를 거의 매일 집에서 보내라는 소리냐”고 말했다.

그는 또 “일하는 엄마들은 일하지 말고 전업주부 하라는 소리와 다를게 없다”며 “휴원조치보다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 등의 공기질 관리부터 하라”고 말했다.

정부가 미세먼지 특별법 시행으로 휴업할 경우 회사 등에 재택근무, 시간제근무 등을 권고하는 조항에 대해 직장인 부모들은 우려의 목소리부터 제기했다.

직장인 한정은(37·여)씨는 “정부가 회사에 권고한들 현실은 뻔하다”며 “맘충(자기 아이를 위해서라면 3자에게까지 무한한 희생과 이해를 강요하는 어머니들을 일컫는 인터넷 신조어) 소리나 안들으면 다행”이라고 꼬집었다.

직장맘들은 아이를 돌본다며 회사를 빠지게 되면 ‘너만 애 키우냐, 다들 그렇게 버텼다, 후배들한테 좋은 본보기를 보여줘라, 회사일 소홀하면 기혼여성 이미지가 어떻게 되겠냐’ 등의 이야기를 쏟아냈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회사에서는 정부 권고 따위 씨도 안먹힐 것”이라며 “애 때문에 직장못나온다 이야기 할거면 그만둬라는 소리 바로 나올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급기야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이 내용이 등장했다. 세 자녀를 키우며 일하는 워킹맘이라고 밝힌 글쓴이는 미세먼지 특별법 개정안을 마련해달라고 청원했다.

글쓴이는 “엄마들의 입장에서 법을 개정해달라”며 “어린이집, 유치원, 초중고 등 모든 학교에 공기청정기와 공기순환기를 설치해주고 아이들에게 마스크를 지급해달라. 휴원과 휴교를 부모 재량으로 선택권을 달라”고 호소했다.

학부모들의 비난이 빗발치자 환경부는 초미세먼지 농도가 경보수준 등 필요한 경우에 적용할 수 있도록 교육부와 자세한 가이드라인을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수도권에서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이뤄진 것이 6번인 점을 감안해서 휴업 권고 기준일수를 1년에 1~2번 정도로 제한하는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강은정 기자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