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치기(稚氣)
트럼프의 치기(稚氣)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2.17 20: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집권 3년차에 접어든 미국 제45대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는 아직도 수수께끼 같은 존재다. 대선 출마 당시에도 그랬지만 그는 지금도 흥미로운 ‘연구대상’이다. 이 말 속에는 ‘정신과 진료를 요한다’는 의미가 숨어있다. 하지만 필자의 전공 영역 밖인지라 감히 그런 방면의 전문적 소견을 말할 계제는 못 된다.

2017년 1월부터 백악관 주인이 된 트럼프에게는 남다른 구석이 인민군 복장의 훈장처럼 무수히 많다. 침 튀기듯 열변을 토하는 다혈질의 달변가라는 점, 손도 입을 닮아 한시도 가만있지 못하고 즉흥 스피치를 마구 쏟아내는 ‘트위터 정치’의 대가라는 점, 그리고 미식축구 공처럼 언제 어디로 튈지 가늠이 불가한 변덕쟁이라는 점도 그의 유별난 성격 속에 포함된다.

대선 당시만 해도 그의 이처럼 독특한 캐릭터들은 사계의 전문가들마저 ‘헛다리짚게’ 만드는 데 톡톡히 기여한다. 그 무렵 KBS의 ‘특파원 보고- 세계는 지금’에 출연한 기라성 같은 패널들 중에는 어느 한 사람도 그의 대선승리를 예측하지 못했다. 하지만 필자는, 100%는 아니라 해도 반쯤은, 그의 승리를 점치고 있었다. 그럴 만한 이유는 WWE(=미국의 프로레슬링 단체)의 ‘레슬매니아(WrestleMania)’가 상징하는 미국 프로레슬링 무대에서 어렵잖게 찾을 수 있다. 한 번이라도 그 광란의 세계를 들여다본 이라면 ‘반칙’과 ‘광기’가 일상화된 그들만의 리그에서 도널드 트럼프의 닮은꼴을 무수히 발견할 수 있었을 것이다.

억측이라 비아냥거릴지 모르지만 그는 ‘트럼프’(trump=카드놀이의 일종)란 이름 그대로 고단수의 갬블러(gambler=노름꾼, 투기꾼)임이 틀림없다. 역대 미국 대통령들의 고상한 체면의식 같은 것은 전당포에라도 맡겨 두었는지 그가 제대로 보여준 적은 아직 한 번도 없다. 혹자는 희대의 투기꾼 기질을 보란 듯이 과시하고도 부끄러운 줄 모른다고 힐난한다. ‘신의’니 ‘성실’이니 하는 단어 자체가 그의 사전에는 없다. 그의 편벽증적 고집과 ‘AMERICAN ONLY’란 국가이기주의적 구호만 존재할 뿐이다.

트럼프의 진면목은 최근 그가 미군 주둔에 따른 방위비 분담 협약서의 사인용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5억 달러 더 내놔” 하고 공갈성 발언도 서슴지 않은 행위에서도 엿볼 수 있다. “‘이자놀이’를 하면서 방위비를 더 내라고?” 며칠 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정의당 소속 김종대 국회의원이 내뱉은 말이다. 모르긴 해도 트럼프가 내뱉은 일련의 말들을 어록으로 엮어서 펴낸다면 베스트셀러급 단행본 몇 권쯤은 거뜬히 나오지 않겠나 싶다.

트럼프의 치기어린 성격은 최근 그의 철없는 언행에서 여지없이 드러난다. 소위 ‘셀프 추천’ 의혹을 불러일으킨 노벨평화상 얘기만 해도 그렇다. 며칠 전 트럼프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자신을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했다며 우쭐거리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아사히신문은 17일 ‘지난해 6월 북·미 정상회담 이후 미국 정부가 일본 정부에 요청해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전했다. 국민일보는 ‘사실이라면 트럼프는 셀프 추천을 한 게 맞다’고 평했다.

트럼프의 언행이 미국 주류사회의 그것과 조금이라도 닮았는지 여부는 잘 알지 못한다. 하지만 다발성 총기사고로 미국 전체의 민심이 흉흉한데도 눈 한 번 깜빡 안하고 무기업자들을 비호하는 정서는 우리하고는 안 맞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밥상머리교육, 책상머리교육이라고는 한 번도 받은 적이 없는 사람 같은 도널드 트럼프를 아베 신조와 함께 한국으로 초청해서 1주일짜리 ‘템플 스테이(temple stay=산사체험)’에라도 참여시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꿀떡 같다. 그러나 이 역시 주제넘은 일인지라 더 이상 욕심은 내지 않기로 한다. 해방 직후 “소련에 속지 말고 미국을 믿지 말라” 했다던 옛 어른들의 말씀이 갑자기 가슴을 때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정주 논설실장 >





인기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