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조합원 투표, 감성 아닌 이성으로
현대중공업 조합원 투표, 감성 아닌 이성으로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2.14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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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측의 대우조선해양(이하 대우조선) 인수 문제로 내부혼란이 거듭되고 있는 시점에 현대중공업 노조가 또 하나의 승부수를 띄워 귀추가 주목된다. 대우조선 인수를 저지하기 위한 쟁의행위(파업) 찬반투표를 오는 20일 진행하기로 방침을 굳힌 것이다. 이날 투표에서는 임단협 2차 잠정합의안에 대한 찬반투표도 동시에 진행된다.

노조의 결단에 수긍이 가는 측면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사측의 ‘소통 부족’이 판을 어지럽게 했다는 것이 본란의 판단이다. ‘대우조선 인수’라는 메가톤급 결정을 내리면서 노조 측에 일언반구도 전하지 않았다는 것은 집단분노의 빌미를 사측이 제공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물은 이미 엎질러지고 말았다. 이는 양대 조선사 노조들이 아무리 반대한다고 해도, 국내외 여러 정황으로 미루어, 양대 조선사의 인수·합병을 더 이상 막을 길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앞으로 노조 집행부가 할 일은 사측이 ‘고용안정’을 확실하게 보장하게 만드는 지혜로운 대처라고 생각한다. 인수·합병 반대 의사는 ‘물이 엎질러지기 전에’ 제시했어야 했다.

바라건대, 현대중공업 노조는 오는 20일 조합원들이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투표할 수 있도록 조합원들의 자유의지를 최대한 존중했으면 한다. 또 조합원들은, 긴 안목으로, 대우조선 인수가 가져올 긍정적 미래에도 눈길을 돌릴 수 있었으면 한다. 아울러 ‘갑’의 위치에 있는 사측은 조합원들의 ‘고용불안’ 정서에 기름을 끼얹는 일은 삼가야 하고, 향후 예상되는 구조조정의 속도도 조합원들의 정서를 헤아려 가며 조절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 인수가 당장은 독이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노사가 화합된 목소리로 ‘조선해양 입국’의 돛을 다시 올릴 수만 있다면 양대 조선사의 인수·합병 카드는 독이 아닌 득이 되어 순항을 지속할 것이 틀림없다고 확신한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의 마음가짐으로 이 위기를 상생의 호기로 돌려놓는 지혜를 국민과 울산시민들 앞에 멋지게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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