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관은 헌법을 기준으로 재판해야”
“법관은 헌법을 기준으로 재판해야”
  • 강은정
  • 승인 2019.02.13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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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석 울산지법원장 퇴임식… 판사 고령화 비판도
13일 울산지방법원 대강당에서 열린 최인석 법원장 퇴임식에서 최 법원장이 퇴임사를 하고 있다.
13일 울산지방법원 대강당에서 열린 최인석 법원장 퇴임식에서 최 법원장이 퇴임사를 하고 있다.

 

“법관은 헌법을 기준으로 재판해야 한다. 콜로세움 군중 함성을 듣고 길을 정해서는 안된다.”

야전형 판사로 불리는 최인석(62. 사법연수원 16기) 울산지법원장이 32년여 판사 생활을 끝내고 법복을 벗었다.

울산지법은 13일 오전 울산지법 대강당에서 법원 직원 등 100여명이 모인 가운데 최인석 법원장의 퇴임식을 열었다.

최인석 법원장은 퇴임사에서 “32년간 판사를 하면서 한해도 쉬지 않고 재판을 한 것은 자랑할만한 것 같다. 군인으로 치면 30년간 야전에서만 산 것인데 이를 높이 평가하는 모양”이라며 “‘내일이라도 변호사 한다’는 좌우명이 우습게 들릴 지 모르지만 소신껏 살겠다는 뜻이다. 항상 성의를 다해 대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그는 남아있는 법관들에게 감히 한말씀 드리겠다며 운을 뗐다. 최 법원장은 “헌법 정신에 투철한 재판을 해주면 좋겠다”라며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신체의 자유, 무죄 추정의 원칙, 불구속 재판 원칙은 사회가 양쪽으로 갈라서서 싸우고 있는 모든 것을 해결할 방법”이라고 밝혔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도주의 우려,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으면 불구속 재판을 원칙으로 정하고 있다. 방어권 보장 차원이다. 최근 정치인들과 법관이 잇따라 구속되는 것을 비판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또한 혐의를 받으면 무조건 구속부터 시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국민 법감정에 대한 우려를 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인석 법원장은 2022년부터 법조경력 10년 이상이 돼야 판사가 될 수 있다는 규정에 대해 비판했다.

그는 “이러한 경력 요구로 법원 판사는 40세가 넘어야 들어올 수 있게 돼 고령화를 불러오고 판사 수준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라며 “30대가 없는 직장이 법원이 될 것인데 이 부분을 다시 검토해주길 부탁드린다”고 주장했다.

최 법원장은 “저의 언행이 여러분(법관들)을 실망시킨 경우도 있었을 것인데 용서를 바란다”라며 “30여년 동안 능력이나 인품에 비해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았다. 떠나려니 아쉽다. 그동안 함께 일할 수 있어 행복했다”라고 말했다.

평소 최인석 법원장과 친분이 두터운 나태주 시인은 ‘세상의 등불’이라는 헌시 낭독이 이어졌고, 직원들은 감사패와 울산지법 직원 얼굴을 모자이크해서 완성한 울산지법 전경 사진을 전달하며 퇴임식은 마무리됐다.

최 법원장은 부산에서 변호사 생활을 이어갈 예정이다.?최인석 법원장은 경남 사천 출신으로 부산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사법고시 26회에 합격해 마산지법 판사를 시작으로 창원지법 거창지원장, 부산고법 부장판사, 부산가정법원장, 제주지법원장을 지내고 지난해 2월 13일 울산지방법원장으로 취임한 후 1년만에 퇴직해 32년 동안의 판사 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다.

강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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