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수록 손해” 정제마진 급락에 정유사 한숨
“팔수록 손해” 정제마진 급락에 정유사 한숨
  • 김규신
  • 승인 2019.02.13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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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만에 배럴당 1달러대까지 하락 후 반등
美정유설비 가동률 상승, 휘발유 과잉공급 촉발
정기보수 후 가동률 회복 악재, 유가 반등 기대

정유업계 실적의 가늠자인 정제마진이 지난달 한때 1달러대까지 곤두박질치면서, 정유사가 휘발유를 정제해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4분기 나란히 적자를 기록한 SK이노베이션, S-OIL 등 국내 정유사들의 실적이 올해 1분기에도 좋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짙어지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넷째 주 싱가로프 복합정제마진이 배럴당 1.7 달러를 기록했다.

2009년 12월 첫째 주 배럴당 1.79 달러를 기록한 지 약 10년 만에 최저치를 나타낸 것이다.

1.7 달러로 바닥을 찍은 후 다섯째 주 1.9 달러, 이달 첫째 주 2.4달러로 소폭 반등했지만 손익분기점인 4~5 달러와는 여전히 격차가 크다.

정제마진은 ‘원유 가격과 원유를 정제해 생산한 석유 제품 판매 가격 간 차이’를 말한다.

정유사가 휘발유와 경유 등의 석유 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수송 및 운영비 등을 뺀 금액인데 정유업계의 실적을 좌우한다.

팔면 팔수록 손해가 커지는 현 상황에서 지난해 1분기와 같은해 1월의 정제마진이 각각 7 달러와 6.1 달러였음을 감안하면 기저효과로 인해 올해 1분기 실적은 반등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정제마진 부진의 요인으로 공급 과잉과 미국의 셰일가스 채굴 확대를 꼽고 있다.

이달부터 다음달까지 미국 정유설비의 정기보수가 이뤄질 예정이어서 과잉 공급을 다소 해결할 것으로 보이지만 정기보수 후가 문제다.

유안타증권 황규원 연구원은 “정제마진이 하락한 것은 지난달 내내 미국의 정유설비 가동률이 95% 전후로 강세를 보이면서 휘발유 과잉 공급을 촉발시켰기 때문이며, 다음달 중순까지 미국 정유설비의 정기보수가 이뤄지면 미국 정유설비 가동률이 85~88% 수준까지 낮아져 휘발유 과잉 재고도 다소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문제는 정기보수가 끝나는 다음달 말”이라며 “미국 정유설비 가동률이 다시 95%로 높아질 뿐만 아니라 터키 Socar㈜에서 1일당 20만 배럴, 말레이시아 Petronas㈜에서 1일당 30만 배럴 생산 규모의 신규 정유설비 가동이 이뤄질 전망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악재 속에서 지난해 3분기 배럴당 80 달러 수준이었다가 4분기 50달러대까지 급감한 두바이 유가가 최근 60달러 수준으로 반등한 점은 기대할 만한 포인트다.

정유사가 원유를 들여온 뒤 정제해서 팔기까지는 최소 한 달에서 최대 두 달가량이 필요한데, 이 기간에 유가가 오르면 마진을 늘릴 수 있는 것이다.

신한금융투자 이응주 연구원은 “유가 반등에 따라 재고 관련 이익이 증가하고, 전 분기 재고 관련 손실 중에서 일부가 환입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정유업계는 2분기부터 정제마진이 개선되길 기대하고 있다.

정유사 한 관계자는 “오는 4월부터 미국에서 차량 운행이 많은 계절인 드라이빙시즌에 접어드는데, 이는 정제마진 상황이 다소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게 하는 점”이라고 말했다.

김규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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