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산책] 봄꽃 기행
[자연산책] 봄꽃 기행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2.13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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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마농꽃
몰마농꽃

 

2019년 제주로 봄꽃 기행을 떠났습니다.

1월에 무슨 꽃 기행이냐구요?

장소는 제주 서귀포입니다.

그리고 목표는 동백과 수선화입니다.

1월 22일 먼저 찾아간 곳은 대정리에 있는 추서 김정희기념관입니다. 산방산이 바라보이는 기념관 주차장에 내렸습니다. 사랑의 먼나무 열매가 기념관을 밝히고, 돌담아래 몰마농은 진한 향기로 우리를 맞이합니다. 몰마농꽃은 제주 토종 수선화로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이 그 향기에 반한 꽃입니다. 몰마농꽃으로 향수를 만들어 세계인들을 서귀포로 불러 모으고 싶습니다.

기념관의 유물을 둘러보고 적거지 초가로 향합니다. 아내가 한마디 합니다. 추사의 글씨가 마치 나비가 춤을 추는 듯하며, 참으로 아름답다고 합니다. 길목 여기저기에 금잔옥대가 활짝 피었습니다. 금잔옥대도 수선화의 또 다른 이름입니다. 말 그대로 옥 받침에 금으로 만든 잔을 올려놓은 꽃입니다. 적거지 초가는 탱자나무로 둘러싸여 추사가 위리안치(圍籬安置)되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쓰러져 가는 초가에서 지역의 청년들에게 서예를 가르치고, 세한도를 그리고, 추사체를 완성했다니, 가히 추사의 정신은 위대합니다.

수선화의 향기를 갖고 카멜리아 언덕으로 달립니다. 불경기로 많은 사람들이 아우성이지만 이곳은 겨울 꽃 동백을 찾아 온 관광객으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습니다. 주차장이 부족해 임시 주차장을 늘려나가고 있습니다. 이곳은 6만평 규모에 80여개국의 동백나무 6천여 그루가 자라는 곳입니다. 들어가는 길에 울산 강북청 소속 교감선생님들도 만납니다. 동계연수 코스에 이곳을 넣은 것은 참으로 잘한 일입니다.

동백 숲 구석구석에서 연인들은 꽃과 함께 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습니다. 커다란 유리온실에 들어서니 갖가지 꽃들이 마치 봄처럼 피어 있고 그 중간 중간에는 여러 종류의 동백들이 그 자태를 서로 뽐내고 있습니다. 꽃색도, 꽃무늬도, 꽃모양도 가지각색입니다. 정원 안에는 연못도, 카페도 있습니다. 카페 안에도 동백이 가득합니다. 매화, 복숭아 등 동백 이외에도 고급 나무들이 많아 3~4월에 와도 좋을 듯합니다.

이튿날은 유채꽃 찾아 성산일출봉으로 떠납니다. 길가에는 봄꽃이 한창입니다. 서귀포는 1월이지만 봄입니다. 길가엔 팬지, 금잔화가 4월의 꽃처럼 활짝 피어 있습니다. 일출봉에 다와 가니 길가엔 차들이 쭉 늘어서 있습니다. 사람들은 차를 세우고 유채꽃 밭에서 사진을 찍느라 야단입니다. 1월인데 어찌 이리 유채가 다 피었을까요.

신기할 따름입니다. 유채꽃밭은 한곳이 아닙니다. 이곳저곳에 지역 주민들은 유채를 심어 관광객들에게 1천원의 돈을 받고 꽃밭을 내어주고 있습니다.

오는 길에 이중섭기념관을 들릅니다. 기념관은 3층의 갤러리, 초옥과 텃밭정원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서귀포 앞바다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곳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나의 관심사는 텃밭정원입니다. 양지바른 곳이라 이곳저곳에 수선화, 홍매화, 애기동백, 유채, 영춘화가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아내에게 금잔옥대를 곧추세우게 하고 사진을 찍습니다. 돌담너머 초옥에서 이중섭 선생의 기침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제주 꽃 기행 마지막 날. 아침부터 여미지 식물원으로 달려갑니다. 여미지는 1989년 개원한 식물원으로 온실식물원과 옥외식물원이 있습니다. 온실식물원은 다시 꽃의 정원, 물의 정원 등 7개 정원으로 나누어지고 옥외식물원은 한국정원, 일본정원 등 14개 정원으로 나누어집니다.

먼저 온실식물원에 들어섭니다. 물의 정원에선 수련들이 기온이 낮아서인지 비실대고 있었지만 꽃의 정원에선 베고니아, 제라늄 등이 한창 꽃을 피우고, 온실천장의 서까래를 타고 축 늘어져 피어 있는 능소화과의 상록식물 포장화(?仗花)는 정말 일품입니다.

온실을 둘러보고 옥외식물원으로 나옵니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이 금잔옥대입니다. 금잔옥대가 여기저기 활짝 피어 웃고 있습니다. 일본정원에는 홍매, 호주매, 용매 등의 희귀매화들이 꽃망울을 터뜨립니다. 한국정원 앞으로 갑니다. 납매가 꽃을 활짝 피웠습니다. 바로 그곳에 나무에서 꽃이 피는 중국부용이 있습니다. 부용 중에 우리나라에선 제주도에서 자생하는 자태가 매우 고운 부용입니다. 올여름 활짝 핀 부용아씨를 만나러 다시 와야겠습니다.

<조상제 울산 태화초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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