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 하락에 울산 역전세난 ‘발동동’
전셋값 하락에 울산 역전세난 ‘발동동’
  • 김지은
  • 승인 2019.02.12 23: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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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만에 13.63% 떨어져 ‘전국 최대’보증금 못받아 계약 연장·반환소송집주인이 담보대출 받아 해결하기도

“예전엔 집을 여러채 가진 다주택자는 부러움의 대상이었지만 이젠 한채만 있는 게 속편합니다.”

이달 말 세입자의 전세 만기를 앞두고 있는 울산시 동구 주민 박모(57)씨의 하소연이다.

울산에서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제대로 돌려주지 못하는 ‘역전세난’이 두드러지고 있다.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전세금을 제때 빼주지 못하는 집주인이 늘어나면서 돈을 못 받은 세입자들은 새로운 집으로 이주하지 못하게 되는 등 악순환 구조로 이어지는 것이다.

12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해 1월 말 기준 울산지역 아파트 전셋값은 2년 전(2017년 1월)보다 13.63% 떨어져 전국에서 하락 폭이 가장 컸다. 전국 평균 하락 폭(△2.67%)보다 5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지역별로는 신규 아파트 물량이 대거 쏟아진 북구가 20.8%나 떨어졌고, 조선업 부진을 겪는 동구도 19.42% 하락했다. 이어 남구(△10.34%), 중구(△10.33%), 울주군(△8.95%) 순이었다.

아파트에 단독·다가구주택을 포함한 주택종합 전셋값 하락 폭 역시 울산은 △10.48%를 기록해 전국 평균치(△1.42%)보다 컸다.

이처럼 최근 집값·전셋값이 급격하게 떨어지면서 새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전세금을 빼주지 못하는 집주인이 신용대출이나 주택담보대출을 통해 돈을 마련하고, 상황이 더 안좋으면 매도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반면, 세입자 입장에서는 재계약을 앞두고 전세금 인상에 대한 부담은 줄었지만, 2년 만기가 끝난 뒤 이주시 돈을 제때 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박씨는 “워낙 경기가 안좋다보니 새로운 세입자가 구해지지 않는데다 기존 세입자가 계약 연장을 하지 않아 급전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담보대출을 내서라도 전세값을 돌려준다 하더라도, 빈 집을 또 어찌 채울까 생각하면 머리가 아프다”고 말했다.

북구에 사는 김모(48)씨는 송정택지개발지구 신축 아파트를 분양받아 입주를 앞두고, 현재 전세로 사는 아파트 주인에게 집을 빼겠다고 통보한 상태다. 그러나 2년 전 자신이 냈던 보증금 보다 3천만원이 떨어진 가격에 집을 내놔도 새로운 세입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집주인은 최근 이보다 가격을 더 낮춰 세입자를 구하고 있다.

최영자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울산지부 동구부회장은 “매매가 하락으로 인해 전셋값이 크게 떨어졌다. 동구의 경우 4년 전부터 꾸준히 하락하고 있으며, 최근 아파트 입주 물량이 쏟아지는 북구지역을 중심으로 지역 전체가 전셋값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집주인들이 기존 세입자들에게 가격 하락분을 돌려주는 등 계약 기간을 연장하는 방법으로 합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지역 경기가 나아지지 않아 동구 등으로 이사하길 꺼리는 사람들이 많아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기 힘들기 때문”이라며 “세입자와 집주인의 원만한 합의가 되지 않는 경우 전세금 반환소송도 벌어지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울산 역전세난은 조선업 경기 위축 등으로 근로자와 인구가 줄어 전세 수요가 감소한 반면, 북구 송정지구를 중심으로 신규 아파트 물량이 쏟아지는 등 주택 공급은 꾸준히 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북구지역에서는 지난해 연말부터 이달까지 5천여 가구의 입주 물량이 쏟아졌는데, 올해에만 6천 가구가량이 추가로 풀릴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입주 물량 증가로 전세시장 약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면서, 세입자들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경우에 대비해 전세금반환보증 상품에 가입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금융당국도 역전세와 집값 하락으로 집을 팔아도 보증금에 모자란 깡통전세가 금융시스템을 위협하는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전셋값 급락 지역을 중심으로 실태 파악에 나서기로 했다.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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