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한국판 ‘카마겟돈(Car-mageddon)’
추락하는 한국판 ‘카마겟돈(Car-mageddon)’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2.12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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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자동차산업이 다시 한 단계 추락했다는 아쉬운 뉴스를 접했다. 지난해 국내 자동차 생산량은 402만9천대로 세계7위를 기록해 1년 만에 멕시코와 자리바꿈한 셈이다. 2016년 인도에 밀려 6위가 되고 불과 2년 만에 재차 하락했다. 생산량은 3년 연속, 수출량은 6년 연속 감소한 것이 추락을 주도했다. G2 중국은 10년 연속 세계 자동차 생산량 1위에 올랐고, 2위와 3위에 오른 미국과 일본은 전년보다 생산량이 늘었다. 2016년 한국을 제치고 5위 자리를 차지한 인도는 4위 독일을 위협하는 자동차 생산국으로 성장했다.

추락하는 자동차산업의 주원인은 높은 임금과 낮은 생산성, 그리고 노사갈등이다. 한국GM 군산공장은 이런 이유에 경영실패까지 맞물려 지난해 문을 닫았다. 현재 전쟁(?)중인 르노삼성차 부산공장도 불안하다. 부산공장 생산직 근로자 평균연봉은 8천만원(2017년)에 육박해 이미 계열업체인 일본 닛산 규슈공장보다 20% 높다. 그런데도 임금인상 등을 요구하며 최근 4개월 새 28차례 부분파업을 했다.

일은 언제 했는지 모를 지경이다. 상식적으로 르노그룹 입장에서 일본 공장 생산물량을 늘리지 않을 이유가 없다. 이뿐이 아니다. 현대기아차 노조 역시 임금을 확 낮춘 ‘광주형 일자리’에 반발해 총파업을 선언했다. 전 세계 자동차업계가 향후 5년 안에 벌어질 변화에서 살아남기 위해 사운을 건 개혁을 시도하고 있는데 한국 자동차업계만 1980년대식 노사투쟁을 벌이고 있다니 아쉽다.

르노삼성 지분 79.9%를 보유한 프랑스 르노그룹 부회장이 르노삼성 부산공장 근로자들에게 경고성 영상메시지를 보내 화제가 됐다. 해외 본사 임원이 생산 근로자들에게 직접 영상메시지를 보내는 건 세계적으로도 극히 드문 사례다. 그러자 르노삼성차 노조는 맞받아쳤다. 오늘(13일)과 15일에 추가 부분파업을 하고, 전면파업도 검토하겠다고 했다.

르노 본사 측이 후속물량을 끊겠다고 경고한 ‘로그’는 부산공장 전체 생산 차량의 절반을 차지한다. 실제로 오는 9월 만료되는 로그 수탁 생산 계약을 연장하지 않고 일본 공장 등에 생산량을 넘기면 부산공장 근로자 4천명 가운데 절반이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다.

지금 세계 자동차시장은 ‘카마겟돈(Car-mageddon)’이라 불릴 정도로 처절한 생존경쟁을 벌이고 있다. 카마겟돈은 자동차와 아마겟돈(대혼란)을 결합한 단어이다. 자동차업계의 경영환경이 크게 악화됐음을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내연기관차 시대가 전기자율주행차로 이행하고 자동차 공유경제 등장 등 자동차산업의 변화가 워낙 급격하게 진행되는 탓이다.

지금 글로벌 자동차업체들은 구조조정이 한창이다. 폴크스바겐·GM·포드·닛산은 수천 명을 감원하며 조직을 바꾸고 있다. 고임금·저생산성에도 줄기차게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툭하면 파업을 일삼는 한국과 대비된다. 이런 나라에 투자할 자동차기업이 과연 있겠는가 묻고 싶다.

정부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귀족노조를 편들고, 노동시장 유연화는 거들떠보지 않는다. 이대로는 한국 경제의 주력인 자동차산업에 미래가 없다. 생산량은 더 떨어질 것이고 공장 폐쇄가 잇따를 수 있다. 또 완성차업체 생산량이 줄어들면 공장 가동률이 하락해 일감이 줄어든 부품업체가 줄도산할 가능성이 커진다.

전 세계 자동차업계가 향후 5년 안에 벌어질 변화에서 살아남기 위해 사운을 건 개혁을 시도하고 있는데 한국 자동차업계만 진부한 구시대 노사투쟁을 벌이고 있다니 안타깝다. 한국은 이미 GM공장 폐쇄로 군산 경제가 망가진 모습을 목도했다. 그걸 보고 노조와 정부는 무엇을 배웠는지 의문이다. 친환경차·자율차·승차공유 같은 산업 변화와 글로벌 경기침체에 대한 선제적 대응을 기대한다.

<신영조 시사경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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