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체육 과녁은 메달 아닌 ‘삶의 질 높이기’”
“울산체육 과녁은 메달 아닌 ‘삶의 질 높이기’”
  • 김정주
  • 승인 2019.02.12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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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흥일 울산광역시체육회 사무처장
오흥일 울산시체육회 사무처장.
오흥일 울산시체육회 사무처장.

 

현대고 축구부·성신고 씨름부 창단에도 일조

그의 낙점을 두고 ‘낙하산 인사’라는 비아냥거림이 있었다. 하지만 그는 한쪽 귀로 흘려듣는다. 연세대 체육행정, 동국대 대학원 지방자치행정 전공이란 이력서가 그를 듬직하게 뒤받쳐주기 때문이다. 1982~1983년에는 ‘연고전 총기획’ 이름을 올린 적도 있다.

오흥일(63) 울산광역시체육회 사무처장. 울산광역시 초대 교육위원회 부의장과 제2대 교육위원을 지낸 그를 처음 대면한 것은 1900년대 말로 기억된다. “약 20년 전이었지요.” 오 처장이 당시를 회상했다. 비상한 기억력이다. 매사에 빈틈이 없는 성격과 맥을 같이한다.

울산종합운동장 내 집무실에서 만난 것은 지난 8일 오후. 시야에 들어온 것은 뜻밖에도 38년 전 활동상이다.

“시립도서관 건립 운동에 나설 때의 자룝니다. 인구 40만 울산에 도서관 하나 없다는 건 말도 안 된다는 생각에서였지요.” 현재의 117만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는 수치다.

1981년에 시작한 시립도서관 건립 운동은 3년 후 1984년에 빛을 본다. 최초의 시립도서관 자리는 흥미롭게도 그의 고향동네인 중구 북정동이다. 나중에 ‘중부도서관’으로 간판을 갈아달았다. 꿈을 이루기까지는 마음고생이 심했다.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지역사회 저명인사 다수가 “도서관이 왜 필요하냐”며 고개를 돌렸기 때문이다.

그 뒤 약 20년은 교직에 충실했던 시기. 서울 휘문고에 이어 울산 현대고, 성신고 교사직을 차례로 거쳤다. 현대고 축구부와 성신고 씨름부 창단에 일조한 것은 가슴 뿌듯한 보람 중의 하나다.

‘교육감 카드’ 접고 시장 캠프에 합류

교육에 대한 강한 애착은 그에게 도전의식을 심어준다. 1999년에는 그 이전 두 차례의 교육위원 경력을 밑천으로 울산광역시 제2대 교육감 선거에 도전장을 던진다. 그러나 선거의 여신이 이번에는 그를 외면한다. “6명이 입후보했는데 결선투표에서 그만 차점 낙마를 하고 말지요. 허허.”

그 뒤론 교육컨설턴트 영역업체 ‘유니코’에 10년 넘게 몸담았고(2002~2016), 대표직도 지냈다. 교육부 지침에 따라 대학 구조조정 관련 용역을 떠맡은 경험은 교육공직 도전의 심지에 다시 불을 붙인다. 그동안의 전적은 4전 2승 2패.

“작년 6·13 지방선거 때는 교육감 출마 문제로 고심했지요. 여론조사도 몇 차례 하고…” 하지만 결론의 가닥은 불출마 쪽으로 잡혔다. ‘분위기가 안 좋겠다’는 판단이 결심을 앞당겼다.

그 대신 전혀 다른 색깔의 카드를 선택한다. ‘송철호 울산광역시장 후보’ 캠프로의 합류가 그것. 단장을 맡아 정책입안과 측면지원에 나서 후보를 도왔다. 연세대 동문인 여당 소속 우원식, 우상호 국회의원의 조언과 권유가 마음을 움직이게 했다. ‘부·울·경 영남권 벨트’가 화두로 떠오르던 시기였고, 선거결과는 예상 밖 승리였다.

그렇다고 송 후보와 일면식도 없는 사이는 아니었다. 변호사 사무실로 찾아가 법률상담 도움도 받은 적도 있었다. 달라진 게 있다면 상담, 피상담의 역할이 바뀐 것뿐이다.

166억원 예산으로 64개 회원단체 뒷바라지

현직에 취임한 것은 지난해 9월 17일. 시체육회 역사상 처음 공모를 거쳤고 이사회 승인까지 받았다. 이사회가 전임 시장 때 선임돼 임기가 내년 2월까지 보장되는 이사 41명으로 구성된 점, 후보 5명이 경합 끝에 낙점 받은 점을 감안하면 ‘낙하산’ 운운하는 말은 격에 어울리지 않는다.

시체육회 사무처장 자리는 결코 호락호락한 자리가 아니다. 우선 165억9천700만원의 예산으로 울산시축구협회를 비롯한 64개 종목의 회원단체를 일일이 뒷바라지해야 한다. 행정적으로는 회장(송철호 시장)을 대신해서 5개 구·군 체육회를 지도·관장할 책임이 그의 두 어깨에 걸려 있다.

하지만 그는 ‘신출내기’ 딱지를 5개월도 채 안 돼 떼 냈다. 현재 집중하는 일은 회장의 구상을 체육현장에서 구현하는 작업. “전에는 무게의 중심이 시의 명예와 시민들의 자긍심 높일 수 있는 ‘엘리트체육’ 쪽에 가 있었다면 지금은 차원이 다릅니다. 시민들에게 여가선용과 건강증진의 기회를 동시에 드릴 수 있는 ‘생활체육’ 쪽으로 방향이 바뀐 것이지요.” 말하자면 시체육회가 겨냥하는 목표는 메달이 아니라 ‘시민의 삶의 질 높이기’라는 얘기다.

현재 5개 구·군에서 활약 중인 생활체육 지도자는 통틀어 74명. 이른 아침 동네공원 같은 데서 리듬체조나 에어로빅, 기체조를 가르치는 이들이 바로 그들이다. 앞으로는 울산대공원 동문 근처에 있는 ‘건강드림센터’와 같은 성격의 시설도 많이 늘릴 참이다.

체전 울산참가율 47%, “2020 울산체전 대비중”

시체육회가 생활체육의 비중을 높인다고 해서 엘리트체육이나 시의 명예에 소홀하다는 뜻은 아니다. 다잡아야 할 일들이 의외로 많다. 2021년 10월 울산에서 치러지는 제102회 전국체전에 대비한 체전기획단 구성도 그 중 하나다. 그래야 미비점을 보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전국체전을 보면 998개 세부종목 가운데 울산에서 참가한 종목은 겨우 47%, 반도 채 안 됐습니다. 메달 성적은 부산, 광주를 누르고 13위를 차지했지만 종합점수에선 15위로 밀려난 겁니다. 선수단 수가 많아야 종합점수에서도 유리하다는 계산이 나오지요.”

대화의 물꼬는 잠시 ‘심석희 사태’가 암시하는 체육계 내부의 폭력과 성추행 문제 쪽으로 틀어졌다. 분개하기는 오 처장도 마찬가지. “심석희 선수 사건은 상상을 초월하는 일이었습니다. 막다 막다가 기어이 터진 것으로 봅니다. 가해자는 병적 존재이고요. 우리도 남자지도자가 여자선수를 코치하는 종목을 한층 더 유심히 지켜보고 있습니다. 다행히 지금까지 문제시된 일은 단 한 번도 없었지만…”

시청과 시체육회 소속 12개 종목이 지도·관리 대상. 이들 종목의 선수 88명 중 여자선수는 27명이다. 선수의 인권, 성폭력 예방 교육을 수시로 해왔지만 초미의 사회적 관심사인 만큼 더욱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다짐한다. 채용비리 차단, 투명한 보조금 집행도 매의 눈으로 지켜보겠다는 말도 덧붙인다.

9월 ‘시민생활대축전’ 때 씨름·용선대회 추가

시체육회가 올 하반기에 추진해야할 중요행사가 하나 있다. 9월 중순으로 예정된 ‘제4회 울산시민생활대축전’이 그것. 특기할 것은 대회일정 속에 ‘동 대항 씨름대회’와 ‘용선대회’가 처음으로 추가된다는 사실이다.

그 못지않게 흥미로운 것은, 아직 ‘구상 단계’일 뿐이라지만, ‘UNIST-울산대 조정경기 정기전’의 성사를 위해 시체육회가 물밑작업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궤를 같이해 시체육회 회원종목 가입을 목표로 ‘울산시조정협회’가 태동 중이라는 사실은 시민들에게 희소식으로 다가올 것이 틀림없다.

오 처장은 또 다른 변화 소식도 넌지시 알려준다. 지난해 말 개정된 국민체육진흥법(2019.1.15. 개정공포)의 ‘겸직 금지’ 규정에 따라 송철호 시장의 시체육회 회장 임기가 내년 1월 중순이면 끝난다는 것. 전국적 현상이겠지만, 지자체별 체육회가 사조직으로 둔갑해 자치단체장 선거에도 개입한 사례가 적잖았던 것이 법 개정의 빌미를 제공했었다. 여하간 시체육회 회장이 교체되는 ‘1년 후 코드’를 미리 걱정하는 여론도 서서히 고개를 드는 분위기다.

오흥일 사무처장은 울산초등, 제일중, 학성고를 나온 울산토박이다. 하지만 울산시민이 경향각지의 외지인들로 구성된 점을 감안해 1982년도에는 “고향이 따로 없다. 머물면 내 향토다”라는 구호를 내걸고 ‘울산 향토사랑 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울산 남창이 고향인 김희선(62) 여사와의 사이에 1남 1녀를 두었다. 아들 진영(36)씨는 진주 경상대학병원 정형외과 전문의로, 딸 신영(34)씨는 서울 삼성병원 간호주임으로 근무하고 있다.

글=김정주 논설실장·사진=장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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