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독립만세의거’는 ‘운동’이 아니다
‘3·1독립만세의거’는 ‘운동’이 아니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2.11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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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안 있으면 삼일절이다. 우리나라의 모든 공식 자료는 ‘3·1운동’을 기념하는 날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특히, 서울시에서는 재작년부터 「3·1운동 100주년 맞이 서울시 기념사업」 을 추진하고 있다.

“과거에 대한 올바른 역사인식 없이는 미래를 준비할 수 없다는 각오로 ‘대한민국 역사 100년 바로 알기’를 바탕으로 ‘새로운 대한민국 미래 100년’의 초석을 놓고자 사업을 구성했다.”고 한다. 옳은 취지이고, 올해 그 사업들 대부분이 완료된다. 그러나 명칭은 ‘3·1운동’으로 고쳤으면 한다.

‘3·1운동’이라는 용어가 언제 누구로부터 시작되었는지 정확하게 알지는 못한다. 그러나 조선총독부에서 볼 때는 ‘일본이라는 사회 속에서 조선 지역민들이 일으킨 하나의 사회 소요’ 정도로 보고 그렇게 이름을 붙였을 수도 있고, 국제적 안목 때문에 의도적으로 그렇게 했을 수도 있다.

반면, 우리 민족의 입장에서는 분명히 민족 독립을 외친 민족적 투쟁이었으므로 ‘운동’이라는 단어로는 그 성격을 제대로 나타내지 못한다. 영어의 ‘movement’를 그대로 번역한 것일 수는 있지만, 우리 정서상 ‘31·만세의거’는 스마일 운동, 새마을 운동과 같은 일반적 사회운동과는 분명히 다르다. 한 사회 안에서가 아니라 다른 나라로부터 독립하고자 하는 민족 투쟁 차원의 ‘독립선언’이자 ‘민중독립항쟁’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운동’이라는 표현은 목숨 바쳐 투쟁한 선열들의 역할을 깎아내리는 죄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그 의거 100주년이 되도록 ‘운동’이라는 단어 속에 들어있는 조선총독부의 비수를 제거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우리 헌법 전문에는 ‘대한민국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이념을 계승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역사교과서에서는 ‘3·1독립만세의거’라는 표현만 있는 것이 아니다. 광복군의 활동을 두고도 ‘독립운동’, ‘광복운동’이라 하거나 ‘의병항쟁’ ‘광복전쟁’이라고 하는 등 명확한 기준이 없다. 수나라와는 ‘전쟁’, 몽골에 대해서는 ‘항쟁’을 했다고 하고 병자호란, 임진왜란 등의 전쟁과 농민들의 항거는 ‘농민 난’처럼 ‘난’이라고 하면서도 유독 우리나라를 강제로 빼앗은 일본에 대해서만은 총 들고 항일투쟁에 나선 의병 사진 아래에 ‘의병운동’이라고 쓰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시에서도 “‘3·1운동은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 민중독립항쟁’으로 대한제국에서 대한민국으로, 왕토에서 국토로, 백성에서 주권자 국민으로 ‘시간의 건국, 공간의 건국, 인간의 건국’이라는 3가지 건국을 이룩한 사건”이라고 분명하게 전제하면서도 ‘운동’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사업의 명칭과 취지가 서로 모순된다.

이제 그 민족 투쟁 100주년이 되었으니 타당하지 않은 명칭은 바로잡을 때도 되었다. 뭐라고 부르면 좋을까?

얼마 전에 이낙연 국무총리가 ‘혁명이라는 용어로 변경하는 문제를 논의해 달라고 제의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그러나 ‘혁명’이라는 단어는 당시 중국 신문에서 사용했던 것으로, 1948년 제헌국회에서 ‘운동’과 함께 검토되었으나, ‘혁명 역시 한 나라 안에서 지도자를 갈아치우는 것을 뜻하는 단어이므로 민족 독립 투쟁의 성격에 맞지 않는다’는 반대에 부딪혀 채택되지 못했다고 하니 조선총독부의 의도와 비유되어 수용하기가 쉽지 않다.

1980년대 고 손보기 연세대 교수는 ‘3·1겨레싸움’이라고 했고, 최근 일부 민족단체에서는 ‘3·1독립만세의거’라고 부르자는 주장도 나왔다. 정부에서 중론을 수렴하여 바른 명칭을 정하고 헌법을 비롯한 모든 정부 문서와 모든 교과서의 용어를 바꿈으로써 항일투쟁에 몸 바친 선열들의 숭고한 희생에 보답했으면 한다.



<박정학 역사학박사 사단법인 한배달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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