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들의 수고와 보람이 함께하는 2월 
선생님들의 수고와 보람이 함께하는 2월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2.10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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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처음 교원 임용을 받아 교사의 길을 걷던 시절의 이야기다. 이 무렵 교사들은 주어진 교육과정대로 교과서 내용을 가르치고, 또 도교육청에서 배포하는 도 총괄평가 문제를 아이들이 잘 풀어서 좋은 성적을 내야 나름대로 인정을 받을 수 있었다. 이처럼 주어진 교육과정대로, 교육부에서 만들어주는 교과서대로 열심히 가르치기만 하면 되던 시절은 거의 2005년까지 계속되었다. 1997년 제7차 교육과정이 ‘수준별 교육과정’이란 이름으로 공표되고 교육현장에 적용될 당시에도 교사들에게 교육과정이란 그대로 따라야 하는 법전 같은 문서였다. 

그러나 최근 우리 학교들의 모습은 많이 달라졌다. 해마다 11월이 되면 다음 학년도 교육과정 운영계획을 수립하기 시작한다. 그 뒤 12월말까지 학교 교육계획의 방향이 정해지면 교사들은 각자 방학기간 동안 새 학년 교육과정 운영계획을 수립함과 동시에 학급 교육과정 운영계획의 초안을 잡는 데 집중한다. 그리고 1월말에 인사발령이 나고 나면 2월은 새 학교, 새 학년 준비로 학기 중보다 더 바쁘고 힘든 시간을 보내야 한다. 그러면서도 새로 맞이할 아이들에 대한 기대감으로 열정을 쏟는 모습은 같은 교직의 길을 걷고 있는 나로서도 행복한 시간들이다.

가끔씩 사건·사고를 일으켜 지탄을 받는 다른 지역 학교 교사들의 소식으로 어깨가 처져 있는 모습을 본 적은 지금까지 없다. 학급 교육과정 운영계획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수업계획의 구체화 작업까지 시도하는 학교가 거의 대부분이다. 이처럼 2월에 같은 학년의 교사들이 함께 힘을 모아 새 학기 수업과 평가계획을 제대로 수립해 놓으면 교사들 스스로가 행복하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리라. 

다음은 울산 초등교육과정교육연구회 총무인 어느 교사가 올린 글의 일부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교사수준 교육과정, 나아가 학생중심 교육과정까지 나아갈 수 있었으면 한다는 교육부 연구사의 이야기가 기억에 남습니다. (중략) 교실 속에서 실천적으로 전개되는 교육과정이 되려면 교사 개인의 교육과정 문해력 향상과 더불어 학교 교육과정이 좀 덜 친절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선생님의 자율권을 좀 더 부여하는 방안 같은 것입니다.” 

교사중심에서 학생중심의 교육과정으로 진일보하는 현상은 비단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교육추세인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 ‘교육과정 편성·운영의 자율화’는 온전히 우리 선생님들의 몫이다. 우리 선생님들만이 이 일을 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청과 교육부는 선생님들이 이 일을 할 수 있도록 선생님들이 원하는 지원을 해 내기만 하면 된다.

<마이클 애플의 민주학교>라는 책에서 소개한 미국의 ‘프래트니 학교의 사례’에서 보면 그들이 성공한(=교사와 학생, 학부모가 공동으로 일궈낸) 후에 얻은 교훈 세 가지가 있다. 그 중 첫째 교훈은 풀뿌리 운동이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으로, ‘열심히 하고’ ‘잘 조직하고’ ‘기회가 생길 때 재빨리 행동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셋째 교훈에서는 배울 시간과 반추할 시간을 마련하라고 조언한다.

우리 선생님들에게 2월은 풀뿌리 운동을 준비하는 시간이다. 기회가 왔을 때 열심히, 재빨리 행동하는 것(=주어진 교육과정을 교사의 자율권으로 만들어 가는 것)을 배우고 반추할 시간을 갖는 시기인 셈이다. 선생님들이 국가주도 교육과정을 그대로 따라할 때 소모되는 에너지와 지금처럼 담임이 직접 교육과정을 편성·운영(교육내용 선정에서부터 수업과 평가에 이르기까지)해야 할 때 소모되는 에너지의 양을 비교할 수가 있을까? 비교가 안 되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다.

2월의 그 고달픔이 학급 학생들의 다양한 특성과 요구, 그리고 우리 선생님들의 특성까지 반영된 교육과정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그리하여 우리 선생님들 모두가 진정 학교현장에서 행복을 느끼는 그런 2월이었으면 좋겠다. 

정기자  울산 매산초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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