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강관리단 부활’의 이유
‘태화강관리단 부활’의 이유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2.10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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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의 태화강은 1960년대 이후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생겨난 대표적인 오염 사례로 거론된다. 그 후 태화강은 2004년 6월 9일 ‘에코폴리스 울산 선언’을 계기로 ‘죽음의 강’이란 오명에서 벗어나기 시작한다. 그 실천방안의 하나가 2006년 1월의 태화강관리단 발족으로, 이때부터 태화강 살리기에 탄력이 붙게 된다. 김기학, 김정규, 윤영찬, 전우창 이상 다섯 분은 차례로 태화강관리단 단장을 역임하며 태화강을 ‘생명의 강’으로 되살리는 데 나름대로 노력을 기울인다.

자연생태를 현장에서 관찰하고 조사하다 보면 환경의 건강함과 병듦을 가늠할 수 있는 경험이 쌓이게 된다. 경험을 말하자면, 태화강에 누치와 흰죽지의 개체수가 증가하면 강이 오염되었음을 알 수 있다. 반면, 민물가마우지와 비오리, 수달이 자주 눈에 띄면 강이 맑아졌음을 짐작할 수 있다. 누치와 흰죽지 이들 두 종은 수서곤충과 실지렁이가 주된 먹이이고 민물가마우지와 비오리, 수달은 물고기가 주식이기 때문이다.

수년 전만 해도 태화강 하류에는 겨울철만 되면 흰죽지가 그야말로 ‘물 반 흰죽지 반’이라 할 만큼 많았다. 현재는 태화루 용금소(龍黔沼)에 수십 마리 정도가 관찰될 뿐 마리수가 현저하게 감소했다. 그만큼 태화강이 맑아졌다는 증거다. 한때 흰죽지가 여천천에 많이 모여든 이유는 하류로 갈수록 오염물질을 포함한 진흙이 하천 바닥에 두껍게 쌓이고, 그 속에 지렁이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울산시는 태화강 관리를 위해 상류에 하수처리장을 만들고 강바닥도 준설했다. 또 지천을 자연형 하천으로 탈바꿈시켰다. 그 결과 2006년에는 수영대회가 포함된 물 축제를 개최할 만큼 태화강이 맑아졌다. 그러나 ‘얼음판에 박 굴리듯’ 하던 태화강의 관리도 더 이상 지속되지는 못했다. 2014년 민선 6기가 시작되고 울산시 조직개편(안)이 울산시의회에서 의결되면서 태화강관리단의 축소 및 통·폐합이 불가피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인원과 예산이 줄고 관련 시민사회단체의 활동도 함께 위축되면서 현재에 이르고 있다.

그 이전까지 태화강 관리 업무는 환경녹지국에서 맡았다. 그러나 태화강관리단이 축소, 통·폐합면서부터는 하천에 쓰레기가 서서히 쌓여만 갔고, 관리 부재 속에 방치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특히 태풍으로 큰물이 지나간 뒤의 태화강은 떠내려 온 나뭇가지와 스티로폼, 신발, 페트병, 비닐봉투로 몸살을 앓아야 했다. 약 8년간 탁 트인 터널과도 같았던 태화강 관리가 어느 새 6년간이나 끝이 막힌 막장처럼 둔갑하고 말았던 것이다.

오산(鰲山)에서 중·상류로 올라갈수록 쌓인 쓰레기는 현재 그 양을 헤아리기가 어려울 정도다. 입춘이 지난 태화강 중류에는 지난해 10월 제25호 태풍 콩레이(kong-ray)의 흔적이 아직도 뚜렷하다. 하중도의 쓰러진 나뭇가지에는 각종 비닐이 성황당의 금줄처럼 얽혀 어지럽게 바람에 날리고 있다. 파릇파릇한 새싹을 쪼는 물닭의 곁에는 술에 취한 듯 벌렁 드러누운 막걸리병, 긴 비닐수건으로 살풀이춤을 추는 것 같은 수양버들, 여기저기에 흐트러진 스티로폼은 잔설(殘雪)로 착각할 만큼 수도 없이 박혀 있다.

맑은 강은 그 지역의 얼굴이자 그 지역 환경의 질을 나타내는 척도다. 그러므로 강의 지속적인 관리 여부는 정주민의 삶의 질은 물론 외지인의 선입견 형성에도 작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현재 태화강 중·상류에는 각종 비닐이나 스티로폼이 더미를 이룬 채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어 설치미술품으로 장식된 공간이 아닌지 착각할 정도다.

‘태화강생태관’ 개관(2016.3.15), ‘태화강국가정원’ 지정 신청(2018.3.28), ‘태화강 정원박람회’ 개최(2018.4.13~21), ‘태화강 백리대숲 조성 시민대토론회’ 개최(2019.1.10.), ‘울산생태관광센터’ 개소(2019.1.30.)의 중심에는 하나같이 ;태화강;이 있다.

설날 아침, 태화강 배리끝 장구산(=모양이 장구처럼 생김)으로 오르던 등산객 2명이 일부러 들으라는 듯 한마디씩 던졌다 .“태화강이 쓰레기 천국인데 생태관광, 백리대숲 이야기는 뭣 하러 하고, 울산생태관광센터를 개원하면 뭐 하노…” “그래 저게 언제 때 쓰레기고. 나뭇가지마다 온갖 비닐이 다 걸려 춤추고 안 있나…” 초라한 행색으로 겨울을 견디는 덤불해오라기처럼 가슴에는 망원경을 달고, 왼손에는 야장(野帳=현장에서 기록하는 노트)을 든 필자는 그 소리를 못들은 척하면서 들었다.

한때 전국 지자체에서 부러워하고 주목하던 ‘스타 강’- 태화강. 그러나 지금은 어떠한가? 혹시 걱정과 우려로 점철된 상처투성이의 강은 아닌지? 이런 관점에서, 지역 교육기관에 파견돼 1년간 교육을 받는 시·군·구 공무원의 ‘교육훈련 파견근무’ 프로그램에, 울산 태화강을 중심으로 한 생태관광의 가치와 활용에 대한 교육이 필수적, 지속적으로 이루어졌으면 한다. 태화강관리단이 폐지된 이후 부정적으로 변화한 태화강 주변의 환경을 지켜보지 않았는가? 더 크게 생각하자. ‘태화강관리단 부활’ 의견을 내놓는다.

<김성수 조류생태학 박사 울산학춤보존회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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