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의 ‘麻姑搔痒’(마고소양)
한반도의 ‘麻姑搔痒’(마고소양)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2.07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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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월 초 어느 취업 포털사이트에서 직장인과 구직자 등 성인남녀들을 대상으로 새해 희망을 담은 사자성어를 조사한 결과 ‘마고소양(麻姑搔痒)’이 15%를 넘게 득표하면서 1위로 뽑혔다. 마고소양을 문자 그대로 풀이하면 ‘마고’라는 손톱이 긴 선녀가 가려운 곳을 긁어 준다는 뜻으로, 소위 말하는 귀인의 도움으로 자기가 바라는 바를 이룬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을 2월 27∼28일 베트남에서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한반도의 평화를 바라는 거대한 시대의 흐름이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는 느낌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핵미사일로 미국과 북한이 서로를 잿더미로 만들겠다고 도발하고, 남과 북 사이에 교전이 벌어지고, 금강산 관광이 막히고 개성공단이 폐쇄되면서 전쟁의 공포가 현실로 느껴지던 일을 생각하면 참으로 감개무량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은 무조건 적대시해야 될 믿을 수 없는 존재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분들도 많다. 지금 하는 행동들이 전부 순간의 평화를 위한 위장일 거라는 말은 특히 전쟁을 직접 겪으신 어르신들이 자주 하시는 말씀이다. 당장 문재인 대통령만 해도 6·25전쟁 때 장진호 전투에서 부모님이 무사히 피난오지 못했다면 지금의 한국의 모습은 많이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살짝 다른 이야기지만, 90년대 후반 일본의 문화가 개방될 때 광복회 등의 호국보훈단체와 성균관 등 유림계 그리고 종교계를 포함한 각계각층에서는 한국의 문화가 일본에 종속되어 망한다고 엄청난 반대를 한 적이 있다. 그때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대국민 연설에서 반만년 역사 동안 지켜온 우리 민족의 문화는 하루아침에 사라지지 않는다고 한 말씀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실제로 개방 뒤에 우려했던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고, 오히려 시작부터 영화 ‘쉬리’의 일본 극장가 대흥행을 선두로 ‘겨울연가’를 비롯한 우리 한류 문화가 일본 방송을 점령해 사회현상까지 빚지 않았던가. 음반 시장에서도 방탄소년단, 싸이 등이 이끄는 K팝이 J팝을 누르고 아시아 문화를 선두에서 이끄는 대세가 되었다. 이 모두 개방 후 20년이 채 되지 않아 일어난 일이다.

이를 남북관계에도 대입해서 북한을 부정적으로만 보는 분들에게 반만년 역사를 함께해온 우리 민족의 저력은 하루아침에 사라지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싶다. 비록 잘못된 선택으로 잠시 동안 엇갈린 길을 걸었지만 뿌리는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평화가 곧 경제다.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한 이야기다. 남과 북이 전쟁 위험에서 벗어나 서로 협력하기 시작하면 수십 년 후 독일과 일본을 제치고 미국에 이은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 될 것 이라는 월가의 골드만삭스 보고서도 있는 걸 보면 말 그대로 겹경사가 일어나 참으로 좋은 게 좋은 일이 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평화효과를 제외하더라도 실제로 올해 우리나라가 전 세계 조선업 발주물량의 거의 70%를 수주해온 호재와 더불어 OECD국가 중 미국을 제외한 성장률 2위를 기록한 작년의 추세를 이어간다면 앞으로의 경제상황도 매우 낙관적으로 보인다.

우리 민족 모두가 원하고 달성해야할 부정할 수 없는 단 하나의 소원을 꼽으라면 단언컨대 평화통일이다. 이런 민족의 중대사를 안팎의 정치적, 국가적 이해관계에 따라 이용당하고 방해받는 와중에 정작 당사자인 우리의 목소리는 공허한 외침이 되어 어디에도 닿지 못했다. 하지만, 그리고 슬프지만, 각 나라 간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천재일우의 기회가 찾아온 이 때, 유일하게 남은 분단된 나라이자 전쟁이 끝나지 않은 나라라는 족쇄에서 벗어난다면 반만년의 찬란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우리 민족에겐 그야말로 세계를 호령하는 일 밖에 남지 않았다. 어찌 보면 ‘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나 문재인 대통령으로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추운 겨울 초를 들고 하나 둘 모여서 광야를 밝히고 목 놓아 소리 높여 그 노래의 씨를 뿌린 우리 스스로가 한반도의 희망이자 백마 탄 마고소양의 초인, 그리고 귀인이 아닐까.

이미영 울산시의회 부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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