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새로운 출발점에 서다
다시 새로운 출발점에 서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2.06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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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외환위기로 국제구제금융(IMF)을 받던 1997년 무렵 퀵서비스 업무를 시작했다. 신문 판촉 외에는 마땅한 기술이 없었고, 자본금이 크게 들지도 않아서 광고를 보고 찾아온 몇몇 동료들과 의기투합해서 그 일을 함께 했다. 제임스 본드가 출연한 007 시리즈 영화를 좋아했던 터라 상호명을 ‘007 퀵서비스’로 정했다.

남구 야음동의 어머니 집에 얹혀살았던 필자는 어머니의 연립주택 2층 유리창 바깥 벽면에 아크릴 간판을 내걸었다. 모집 조건은 오토바이와 다마스 같은 경차를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동료들과 전단지와 스티커를 들고 울산지역 곳곳을 돌아다니며 일 년 넘게 그 일을 했지만 겨우 용돈을 버는 수준에 그쳤다. 125CC 오토바이는 출퇴근용이나 드라이브용으로 적당했지 퀵서비스용으로는 무리였다.

그렇게 무리하게 운행하며 돌아다닌 탓에 1년이 지나자 오토바이는 폐차 수준으로 망가졌다. 엔진이 버텨내지를 했으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고, 수리비로 많은 비용이 들어갔다. 그때 과감하게 도전장을 던질 수 있었던 것은 필자의 나이가 30대 초반이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50대를 넘기면 매사가 살얼음판 걷듯 조심스러워지기 마련이다. 필자가 발행인과 더불어 ‘굿뉴스 울산’이라는 매체를 창간할 때 ‘한번 해보자’는 도전정신도 있었지만 실패하지 않으리라는 나름의 믿음도 있었다. 그러나 수년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재정적 부담을 안게 됐고, 결국 발행인 소유의 자그마한 아파트를 처분해야 빚을 정리하고 갚을 수 있는 처지가 됐다. 앞으로 나아가려고 해도 부동산 경기가 하도 바닥을 헤매고 있다 보니 근자에 간절히 하는 기도의 제목이 “빨리 아파트가 처분돼 빚 청산하고 새로운 일을 도모할 수 있게 해 달라”는 것이다.

이런 마당에 필자는 또 한 번 내 나름의 작은 승부수를 던지려고 주머니 속에서 출사표를 매만지고 있다. 연말부터 서너 달 동안 만지작거려 이제 반질반질하게 윤까지 나는 출사표 속의 일은 창간 때부터 구상해 왔던 영상사업단의 출범이다. 이름은 거창해도 요즘 유행하는 유튜브의 영상처럼 큰 자본투자 없이도 시작할 수 있으려니 하고 자문을 구하면서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있다. 처음부터 영상전문가를 영입하자면 초기에 월급을 맞추어 줄 수 없어서 내가 이 영상편집까지 배워야 하는지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는 중이다.

그나마 이 일이 ‘맨땅에 헤딩하기’보다는 다소 수월한 이유가 있다. 그동안 편집장 일을 해오면서 글·사진·동영상 등 만 개 가까운 자체 콘텐츠를 블로그, 카페 같은 인터넷상에 올려놓았기에 설명하기가 편하다. 조그마한 방송실이 만들어지면 ‘울산지역 조간뉴스 브리핑’을 하고, ‘팔도사투리 코너’를 진행하고, ‘니도나도 토크쇼’에서는 각자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도록 하고, ‘나도 패셔니스타’에서는 옷맵시를 자랑하게 하고, ‘온라인 벼룩시장’에서는 한때 요긴해서 구입했지만 버리기도 아까운 물건을 싼값에 넘기는 방송도 진행하려고 한다.

지금은 우리도 모르는 사이 쌍방향 커뮤니케이션 시대가 열렸다. 필자가 여태 산전수전 겪었던 일들이 밑천이 되고, 그것이 보이지 않는 유무형의 자산이 되기를 꿈꾸고 있다. 새봄이다. 필자는 새로운 출발점에서 출사표를 던지며 나아갈 것이다.

박정관 굿뉴스 울산 편집장/울산누리 블로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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