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증후군 줄이는 노력 ‘남자들도 같이’
명절증후군 줄이는 노력 ‘남자들도 같이’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1.31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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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 대이동이 또다시 시작됐다. 관계당국은 올해 설에는 줄잡아 3천300만명이 대이동의 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예측했다. 수 삼년 전과 비교해서 달라진 점이 있다면 명절연휴를 앞두고 외국으로 떠나는 ‘명절 해외여행 캐러밴(caravan)’이 해가 갈수록 늘어난다는 점일 것이다.

이처럼 우리네 명절 풍속도는 발 빠른 변화의 물결에 휩쓸리고 있다. 그 이유 가운데는 ‘명절스트레스’로부터 속 시원히 벗어나고 싶다는 ‘탈출 욕구’가 무시 못 할 비중을 차지한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그동안 각계에서는 과연 무엇이 이들을 명절기피증에 감염시켰을까? 하는 문제로 다양한 접근을 시도해 왔다. 그 해답은 ‘유교적 전통’을 내세운 우리네 명절문화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견해가 설득력을 키우고 있다.

시간제약 때문에 심층적으로 파고들지 못한 감이야 있었지만, 이처럼 민감한 현상에 대한 진단을 KBS ‘아침마당 목요이슈토크’가 31일 토크쇼 형식으로 시도했다는 것은 의미가 작지 않다. 이날 스튜디오에는 역사학자, 가정상담전문가(여), 정치평론가(여), 만화가, 프로바둑기사(여) 등 남녀 패널 5명이 출연해서 열띤 대화를 이어갔다. <명절 제사, 우리 집은 어떻게?>라는 주제 아래 진행된 이 프로그램에서 인상적인 화두를 고르라면 크게 3가지로 간추릴 수 있다. △제사의 의미는 세대를 잇는 ‘연결’이며 △명절 제사음식이 너무 많고 △유교 정신의 핵심은 ‘검소’와 ‘절약’이라는 말이 그것이다.

원인을 명절스트레스가 제공하는 이른바 ‘명절증후군‘은 지나치게 많은 명절 제사·차례 음식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만화가 이원복 씨(덕성여대 석좌교수)는 상다리가 휘어질 정도로 과도한 상차림은 조선조 후기에 돈을 주고 벼슬을 산 이들이 가문을 과시하려는 욕구에서 비롯된 허례허식인 경우가 적지 않다고 꼬집었다. 이호선 가정상담전문가는 명절 직전에는 ’명절스트레스 상담‘이, 명절 직후에는 ’이혼상담‘이 유난히 많다면서 일그러진 사회상의 한 단면을 전하며 안타까워했다. 

특히 역사학자 신병주 교수(건국대)는 유교 정신의 큰 줄기가 ‘검소’와 ‘절약’인데도 지금 우리네 제사문화는 전혀 엉뚱한 길로 빠져들고 있다면서 명문 사대부 가문의 검소·절약 사례를 예시하기도 했다. 도한 일부 패널들은 조선조 시대만 해도 제사·차례 음식 장만을 여자들만 한 것이 아니라 남자들도 같이 거들었다며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정신을 이 시점에 되살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거꾸로 부모가 자식 집을 찾아가 차례를 지내는 이른바 역귀성(逆歸省)현상은 피치 못할 흐름이라 치자. 그러나 젊은 부부들이 명절 부엌일이 귀찮아서 혹은 집안어른들의 잔소리 듣기가 싫어서 명절연휴를 통째 해외에서 소진하는 현상은 전혀 바람직하지가 않다. 전문가들은 명절의 가사노동을 남녀가 나누어 감당하고, 본가·처가를 가리지 않고 찾아뵙는, 명절문화의 쇄신이 절실한 때라고 입을 모은다. 이 일은 남자들 스스로가 고정관념의 껍질을 깨고 ‘진정한 유교 정신’으로 돌아갈 때 이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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