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단횡단, 아이들은 다 보고 있다
무단횡단, 아이들은 다 보고 있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1.31 21: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나라는 인구대비 차량 보유수가 비교적 높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자동차 등록대수는 2천98만9천885대로 국민 2.46명이 자동차 1대를 보유한 셈이다. 또 이는  2014년보다 4.3% 증가한 것으로, 전년대비 증가율로 따지면 2003년 4.6% 이후 12년 만의 최고치다. 

자동차와 함께 증가한 것은 교통사고다. 2014년의 경우 전국 교통사고사망자는 5천705명이었고, 이 가운데 ‘보행 중 사망자’가 2천182명으로 38.3%나 차지했다. 주된 원인은 무단횡단이었다. 사람들이 왜 밥 먹듯 무단횡단을 하는지 잠시 생각해보자.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약속시간에 늦지 않으려고, 길 건너편에 친구나 연인이 기다리고 있어서, 아니면 신호 기다리가 귀찮아서일 수도 있다. 이처럼 이유는 다양해도 앞선 생각은 비슷하지 싶다. ‘무단횡단을 해도 교통사고는 당하지 않고 무사히 도로를 건널 수 있다’는 터무니없는 자신감이 아닐까. 

하지만 사고는 자신도 모르게 일어난다. 도로를 건너다 빙판에 미끄러질 수도 있고, 운전자가 보행자를 보지 못해 사고를 낼 수도 있다. 보행자 실수든 운전자 실수든 아니면 쌍방 과실이든 실수가 났다 하면 교통사고가 일어난다. 그러므로 나의 행동이 남의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생각, 특히 아이들에 대한 생각은 한 번쯤 해볼 필요가 있다. 

‘아이는 어른의 뒷모습을 보고 배운다’는 말이 있다. 아이들 앞에서 무심코 내뱉은 말을 아이들이 따라하는 것을 보고 놀란 경험이 누구나 있을 것이다. 교통법규 준수도 마찬가지다. 

건널목에 서 있던 어른이 차가 오는지 안 오는지, 주위에 경찰관이 있는지 없는지 살피다가 무단횡단을 하는 순간 바로 그 뒤에 아이들이 있었다고 가정해 보자. 어머니의 손을 잡은 아이, 친구들에 섞여 신호를 기다리는 아이. 초록불이 들어오면 손을 들고 건너야 된다고 배운 아이가 무단횡단을 하는 어른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들까? 교통법규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점점 흐려질 것이다. 교통법규를 어기면서 묘한 해방감에 스릴을 느끼는 아이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아직은 아이들이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한다는 점, 차가 어떤 상황에서 어떤 속도로 들어오는지 잘 모른다는 점이다. 바로 옆에 차가 있어도 무턱대고 뛰어가는 아이, 주차된 차들 틈에서 불쑥 튀어나오는 아이, 뛰어가다 도로에서 넘어지는 아이…, 이런 아이들은 언제나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봐야 한다.  교통법규를 지키는 것이 때론 불편할 것이다. 하지만 모두의 안전을 위해 지켜야만 하는 것이 교통법규다. 자신의 안전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아이들에게 모범이 되기 위해서라도 어른들이 먼저 모범을 보여야 할 것이다.

강길중  울산중부경찰서 학성지구대 경위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