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박자를 고루 갖춘 ‘혁신산업국’
삼박자를 고루 갖춘 ‘혁신산업국’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1.31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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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있어 기관이나 회사를 방문하면 자리에 앉기 무섭게 “무슨 커피 드릴까요?” 질문을 받는다. 얼떨결에 “삼박자 주세요”라고 대답한다. 바로 알아들을 때도 있고 “예?” 하고 되물을 때도 있다. 내가 말하는 삼박자 커피는 커피, 설탕, 프림이 고루 섞여있는 믹스커피를 말한다. 요즘은 여기저기 커피전문점이 넘쳐나지만, 달달한 커피가 당길 때 이 커피를 찾았던 경험이 누구나 있을 것이다. 오히려 노년층을 중심으로 이 커피만 즐겨 마시는 중독자(?)도 꽤 있다. 어느 정도 나이 든 분들은 저마다 다방에 대한 옛 추억을 간직하고 있다. 이 다방 커피와 삼박자 믹스커피 맛이 비슷하다.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커피전문점이 생긴다!” 6~7년 전부터 널리 떠돌던 말이다. 커피전문점 포화 논란 속에서도 커피 시장은 고속성장하고 있다. 가히 커피 왕국이라 불릴만하다. 또한 커피 시장도 양극화 현상이 뚜렷하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저가 커피전문점이 우후죽순 생겨나는 가운데, 여전히 대형 브랜드 커피전문점이 약진하고 있다. 경기 침체로 저렴한 커피를 선호하는 소비자가 증가한 반면, 가격보다는 맛과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 등을 중시하는 마니아 수요층 역시 탄탄하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 사이엔 커피 프랜차이즈 시장에서는 가성비 커피라고 불리는 대용량 콘셉트의 커피전문점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울산의 산업 역사를 보자. 오늘의 대한민국 산업수도 울산을 만든 ‘삼박자’는 석유화학산업, 자동차산업, 조선산업이다. 우리나라는 ‘죽느냐 사느냐’ 기로에 서는 국가적 위기를 4차례 겪었다. 1차 오일쇼크(1972년)와 2차 오일쇼크(1979년), IMF 위기(1998년)와 글로벌 금융 위기(2008년) 등이다. 이 역경들을 헤치고 지금의 10대 경제대국에 이른 것은 누가 뭐라 해도 울산 주력산업 ‘삼박자’가 큰 역할을 했다는데 이견이 없다. 얼마 전까지 산업진흥과는 이 주력산업들을 총괄하는 부서였다. 필자가 2007년 울산으로 내려온 후 줄곧 지켜본 산업진흥과의 역할은 실로 막중했다. 여기를 거쳐 간 부서장의 면면을 훑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김지천, 신동길, 박순철, 이상찬, 김정익, 김석겸, 서영준 과장이 그 주인공이다.

이번 조직개편에서 산업진흥과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전혀 다르다. 혁신산업국에 모여 있는 미래신산업과, 에너지산업과, 자동차조선산업과, 화학소재산업과가 모두 산업진흥과에서 파생된 조직이 아니던가. 한 과가 하나의 국으로 성장한 것이다. 이것이 울산의 현주소다. ‘산업을 진흥하라!’ 외치며 만든 울산의 저력이다. 이런 관점에서 수십 년간 산업수도 울산의 첨병 역할을 해온 기존 제조업의 부활이야말로 침체의 늪에 빠진 울산경제 회생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 그리고 향후 균형 잡힌 산업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그 균형은 울산 주력산업 고도화를 통한 체질개선과 고부가가치 창출에 필요한 울산 맞춤형 신산업 육성의 투 트랙 정책이다.

울산의 현재 먹거리 ‘삼박자’는 석유화학, 자동차, 조선산업이다. 그리고 미래 먹거리 ‘삼박자’는 해상풍력, 북방경제, 수소경제다. 또한 정부가 내세우는 혁신성장 ‘삼박자’는 데이터경제, 인공지능, 수소경제다. 이들이 고스란히 혁신산업국에 녹아있다. 즉 주력산업 고도화는 자동차조선산업과와 화학소재산업과에서, 그리고 신산업 육성은 미래신산업과와 에너지산업과에서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조화롭게 톱니바퀴처럼 잘 돌아가야만 비로소 울산의 혁신성장이 이루어진다. 미래 먹거리인 친환경차, 드론, 로봇, 3D프린팅, 수소경제 등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모든 분야가 화학소재 개발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칸막이를 없애고 서로 유기적이고 효율적인 업무 협조가 절실한 이유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혁신성장은 그 방향 설정과 속도 조절에 따라 성패가 좌우된다. Post-RUPI(울산 미래화학산업 발전 로드맵) 사업이 지향하는 바도 크게 변했다. 10년 전엔 단순히 석유화학산업 고도화를 추구했지만, 이젠 혁신성장을 뒷받침하는 ‘융합과 협업’의 차원에서 화학산업과 소재산업이 웅비(雄飛)해야 한다. 시대의 흐름이 ‘산업을 혁신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동구 본보 독자위원장  한국화학연구원 RUPI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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