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설부터 들기름을 사랑하자
올 설부터 들기름을 사랑하자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1.30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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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식용유에 콩기름, 옥수수기름과 유채기름인 카놀라유, 포도씨유가 있고 고급 식용유로는 샐러드 위에 뿌리는 올리브유 등이 있다. 이들의 원산지(原産地)를 보면 우리 땅에서 나는 것은 없고 수입산 일색이다.

단군신화에 나오는 쑥은 우리 근처에 지천으로 널려있고 마늘은 흔하게 사용하는 양념채소다. 곰을 사람으로 만드는 데 필요한 것은 산삼·녹용처럼 구하기 힘든 귀한 약재가 아니라 늘 우리와 함께해서 소중한 줄 몰랐던 식물이었다. 쑥 가운데에서도 가장 천대받던 개똥쑥은 중국에서 노벨상을 타는 소재가 되기도 했다.

들깨도 그랬다. 늘 참깨에 가려 2등이었다. 우리 조상들은 멧돼지나 산짐승을 막는 데 강한 들깻잎의 향에 주목하고 방어용으로 심곤 했다. 병해충에도 강해서 아무렇게나 뿌려놓아도 가을이면 먹을 만큼 수확할 수 있는 것이 들깨였다. 과거 명절에 전을 부칠 때는 주로 들기름을 사용했다. 귀한 참기름은 첨가용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명절에도 들기름을 사용하는 일이 줄었다. 값싼 수입 원료로 짠 다양한 식용유들에 자리를 내주고 만 것이다.

수입농산물이 봇물처럼 밀려올 때 진위(眞僞) 논란의 중심에는 한우고기와 수입소고기, 가짜 참기름이 대표적이었다. 그 속에 들기름은 없었다. 찬밥이었다. 천대받았기에 들깨는 우리 농산물이 대부분이다. 지금 한우의 경우 DNA 분석 기술의 발달로 수입소고기가 한우로 둔갑하기는 불가능해졌다. 참기름 역시 중국산 참깨가 대부분이지만 참깨로 짠 기름인 것은 맞다.

지구상에서 들기름을 즐겨먹는 대표적인 민족이 우리다.

과거에는 들기름이 변질이 잘되는 성질 때문에 기름으로 활용되기보다 들깨의 껍질을 벗기고 가루로 만들어 국처럼 국물이 있는 음식에 넣어 활용했다.

우리도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혈관질환에 관심이 많다. 특히 뇌혈관이나 심장혈관에 이상이 생기면 큰일을 당할 수도 있다. 선진국으로 여행을 가면 심해(深海)상어 간 속의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한 스쿠알렌(Squalene)이라는 건강보조식품을 흔히 접하게 된다. 이것 때문에 심해상어의 남획으로 동물보호단체의 저항이 거세다.

이처럼 생선에 많은 오메가3 지방산이 들깨에는 듬뿍 들어있다. 들기름의 지방산인 알파-리놀렌산 속에 오메가3가 차지하는 비율은 무려 63% 이상이어서 ‘식물성 혈관청소부’란 말이 잘 어울린다. 알파-리놀렌산은 몸속에서 DHA와 EPA로 변해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뇌 기능을 촉진하는 효과가 있고, 뇌동맥 막힘에 의한 사망과 대뇌 손상을 방지하는 기능이 있어서 뇌졸중 예방과 회복, 심혈관계 환자에 대한 혈압 강하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또한 학습, 기억, 새로운 것의 인식과 같은 역할을 하는 뇌의 해마 조직에 도움을 주어 학습능력을 향상시키는 기능도 확인되고 있다.

한편 들기름의 알파 리놀렌산과 깻잎 추출물의 기능성 물질들은 항암 효과가 있어 쥐의 대장암 발생을 53%나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13, Nutrition & Cancer). 여기서 충북 음성군의 농업회사법인 (주)코메가(=들기름을 이용한 6차 산업 업체)를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등 푸른 생선이 아니라 들판의 푸르른 들기름 오메가3의 과학화·세계화에 성공한 업체다.

미국 FDA 인증을 받았고, 경기도지사인증 G마크를 획득했으며, KBS ‘생로병사의 비밀’에 방영되기도 했다. 이러한 과학적 분석을 근거로 수없이 해외시장을 노크한 끝에 동남아는 물론 일본 프랑스 등 선진국에도 연간 200만 달러 이상을 수출하기에 이른다.

들깨는 늘 우리 가까이에 있다 보니 그처럼 대단한 식물인데도 우리는 그냥 지나쳤고, 대수롭지 않게 보았다. 수많은 식용기름 중에 올리브유만이 세계 최고인 줄 알았는데, 가장 재배하기 쉬운 들깨가 세계인이 깜짝 놀라는 보고일 줄이야!

이제 더 이상 심해상어를 잡지 않아도 된다. 오메가3가 풍부한 들기름을 아침 공복에 1스푼씩 먹으면 되니까…. 올리브유를 찾지 않아도 된다. 샐러드드레싱으로 뿌려주면 은은한 들기름 향이 샐러드를 더 맛있고 감칠맛 나게 도와주니까…. 한 달 정도 냉장해 두고 사용하거나 참기름과 섞어 활용하면 좋다. 올 설부터는 우리의 신토불이 들기름을 사랑하도록 하자.

<윤주용 울산시농업기술센터 소장 농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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