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이 반기는 선물 ‘잠정합의안 가결’
시민들이 반기는 선물 ‘잠정합의안 가결’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1.30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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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노사가 새로운 잠정합의안을 가까스로 마련했다. 지난 29일 울산 본사에서 열린 ‘2018년도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을 통해서였다. 어렵사리 마련된 2차 잠정합의안을 노조가 수용할지 어쩔지 여부는 31일 진행되는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가려진다. 울산시민들은 지난해 하순에 마련된 1차 잠정합의안이 지난 25일 진행된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부결된 바 있어 31일의 투표결과를 걱정스러운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 노조 집행부의 어깨가 그래서 한층 더 무거울 것이다.

노사 양쪽 대표들이 2차 잠정합의안에 서명할 수 있었던 것은 사측의 양보 덕분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사실 사측은 노조측이 제시한 기본급 인상 안을 일정부분 수용했다. 동결하기로 했던 1차 잠정합의안의 내용 중 일부를 고쳐 기본급을 4만5천원(호봉승급분 2만3천원 포함) 인상키로 호흡을 맞췄기 때문이다. 저간의 속사정은 한영석·가삼현 현대중공업 공동대표이사 사장이 30일 발표한 담화문에 잘 녹아들어 있다.

한영석·가삼현 공동대표는 담화문에서 “대승적 차원에서 기본급 인상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8개월 넘게 끌어온 교섭을 명절 전에 매듭짓자”고 제안했다. 기본급 인상 결정이 매일 작업현장을 돌며 ‘사우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본 데 따른 결과라는 점을 강조했다. “타결을 간절히 바라는 지역사회, 고객, 투자자들의 기대에 부응하고자 힘겹게 잠정합의안을 다시 마련했다”는 말도 빠뜨리지 않았다. 담화문 내용의 진정성 여부를 떠나 사측이 ‘통 큰 양보’의 자세를 보였다는 것은 전임 사장단의 태도와는 뚜렷이 차별되는 면이 있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발전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런 만큼 이제는 노조가 성의를 보일 때라고 생각한다. 공동대표들이 언급했듯이 조합원들도 사측 못지않게 ‘타결을 간절히 바라는 지역사회, 고객, 투자자들의 기대’에 부응하려는 자세의 변화를 설 대목 전에 보여줄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금전 몇 푼에 눈이 멀어 시민적 기대를 헌신짝처럼 차 버린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해외수주가 모처럼 상승곡선을 그리는 덕분에 국내 조선3사- ‘빅3’가 재기의 뱃고동을 울리고 있다. 또한 현대중공업을 제외한 나머지 ‘빅2’는 부흥의 담금질 준비로 밤잠까지 설치는 것으로 전해진다. 바로 이런 시점에 잠정합의안 문제 하나로 국내 조선3사 간의 경쟁에서마저 뒤처진다면 울산시민들이 이를 곱게 볼 리는 만무하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이렇게 말한다. “본격적으로 재도약하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임·단협을 매듭짓고 전 임직원이 한마음으로 뭉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이다. 노조 조합원들은 사측보다 더 통이 큰 결단을 31일의 찬반투표에서 보여주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현대중공업 재도약의 기회는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2차 잠정합의안 가결 소식은 현대중공업 노조가 울산시민들에게 주는 가장 반갑고 흐뭇한 ‘설 선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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