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조 칼럼]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유감(有感)
[신영조 칼럼]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유감(有感)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1.29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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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국가 균형발전을 위해서라며 정부 재정이 투입되는 사업 중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 대상을 정부가 발표했지만 해결해야 할 정치적·경제적 과제가 산적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비타당성 조사는 선심성 정책 변질에 따른 세금 낭비를 막기 위해 1999년 도입했다.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를 놓고 지역발전과 부실투자 사이 논란은 거셌지만 언제나 그래왔듯 모두 24.1조원 규모, 23개 사업이 발표됐다. 물론 울산도 공공병원 건립과 외곽순환고속도로 건설이 확정됐다. 예타 면제는 최소한에 그쳐야함에도 앞서 17개 시·도가 신청한 33개 사업 중에서 70% 가량이 받아들여졌다.

예비타당성 조사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전체 사업비 500억 원 이상이고 국가 재정을 300억 원 이상 지원받는 사업을 진행하기 전에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사업의 타당성을 검증해 평가하는 제도다. 예비타당성 조사에는 평균 15개월 정도가 걸린다. 이 때문에 예비타당성 조사가 면제되면 사회간접자본 건설에 들어가는 기간도 줄어 공사를 빠르게 추진할 수 있다.

공공건설사업의 경우에는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해 타당성이 검증된 경우에 한하여 타당성조사·기본설계비→실시설계비→보상비→공사비의 순서로 예산을 반영하도록 되어있고, 대형 투자사업은 예비타당성 조사→타당성 조사→설계→보상→착공 순서로 진행하게 된다. 타당성 조사가 주로 기술적 타당성을 검토하는 반면, 예비타당성 조사는 경제적 타당성을 주된 조사대상으로 삼는다.

예비타당성 조사는 개별 공공사업이 국익에 해당하는지 검증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이자 대규모 사업에 대한 예산편성 전 사업성을 판단하는 사전절차로, 일종의 ‘새는 돈’을 막기 위한 제도다.

예타를 면제한다는 건 사업성이 없어도 지역균형 측면에서 무분별하게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는 것이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출범 후 29조 5천927억원 규모의 사업에 예타를 면제한 바 있다. 이번 발표 내용까지 포함하면 예타가 면제된 사업비만 총 53조7천억원에 달하는 셈이다. 이명박 정부에 이은 역대 2위다. 실제 이번 정부의 예타 면제가 과거 이명박 정부의 ‘30대 선도 프로젝트’, ‘4대강 사업’ 사례와 유사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그러나 대규모 사회간접자본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섣불리 면제하면 의도했던 경제적 효과는 제대로 얻지 못하면서 세금만 낭비할 수 있다는 지적도 각계각층으로부터 나온다. 이명박 정부가 4대강 개발과 전라남도 영암 포뮬러원(F1) 건설 사업을 예비타당성 조사 없이 추진했다가 사실상 실패한 전례도 있다.

정권 입맛에 따라 슬그머니 입장을 바꾼 점도 문제다. 일각에선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정부·여당이 선심성 정책으로 세금을 퍼붓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과거 문재인 정부 핵심인사들이 과거 정권의 토목·건축 주도 성장을 비판해 왔지만 이명박 정부와 비슷한 규모로 예타를 면제하면서 야당 등 정치권을 중심으로 ‘내로남불’이라는 비판도 피해갈 수 없다.

돈을 쓰더라도 제대로 써야 하는데 지자체의 예타 면제 사업 상당수는 다분히 단기 업적 쌓기용으로 보인다. 이런데도 정치권에서 별다른 논란거리가 되지 않는 것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야 모두 지역의 ‘표’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꼼수 논란은 아닌지 의심이 든다. 이제라도 ‘버선발 환영’이 기대되는 착한(?) 경제정책 수립 및 시행을 기대한다.

<신영조 시사경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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