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혼 일깨우기 ‘학교현장 日帝잔재 청산’
민족혼 일깨우기 ‘학교현장 日帝잔재 청산’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1.29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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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운동 100주년 기념일을 두 달 남짓 앞두고 울산시교육감이 의미 있는 제안을 내놓았다. 월요일인 28일 정기 간부회의에서 내린 노옥희 교육감의 지시는, 학교현장에 아직도 분뇨찌꺼기처럼 남아있는 일제(日帝)의 흔적을 이 기회에 말끔히 지우자는 제안이었다. 이 제안은 특히 아베 일본 총리와 그 휘하 장관들이 군국주의의 망령에서 벗어나기는커녕 도리어 ‘욱일기(旭日旗)’가 상징하는 침략근성에 기름칠을 해대는 시점에 나온 것이어서 대단히 의미 있는 일로 받아들여진다.

교육감의 목적의식은 분명해 보인다. 그는 아직도 버젓이 통용되는 ‘유치원’이란 명칭과 학교이름, 교가, 학교시설, 학교문화에 이르기까지 우리 교육계에는 친일(親日)적 요소가 적잖이 남아있다고 지적한다. 우리도 모르게 우리 주변에서 실체를 감추고 있는 일제의 잔재를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깨끗이 청산하자는 것이 교육감의 참뜻일 것이다. 교육감의 이 같은 인식은 지난해 7월 취임 이후 학교현장 순방 과정에서 진하게 느낀 체험적 문제의식이라고 생각된다. 그가 제시한 몇몇 구체적 사례들이 그런 짐작을 뒷받침한다.

노옥희 교육감의 말처럼 우리 교육계 친일 잔재의 대표적인 것으로는 ‘국민학교’라는 명칭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이 오욕적인 명칭은 뜻있는 이들의 노력으로 1996년 3월 1일, ‘초등학교’로 바뀌었다. 그래도 일제 잔재들은 우리 교육계 곳곳에서 똬리를 튼 채 끈질긴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지적이다. 시교육청은 ‘유치원’이라는 일본식 이름을 대표적 사례로 든다. ‘유치원’은 일본학자들이 독일어 ‘킨더가르텐(kindergarten)’을 일본식으로 번역한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개명(改名)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05년, ‘광복60주년기념사업회’와 문화관광부는 시민공모전을 거쳐 ‘유아학교’라는 새 이름을 정했으나 여태 빛을 못 보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유아교육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아직도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 중국이 1945년 해방 직후 명칭을 ‘유아원’으로 바꾼 것과는 대조적이다. 정치계 안팎에서는 일본 극우단체의 재정지원을 받는 친일 정치인들이 우리 국회에도 적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 그래서 나온다.

시교육청은 친일 작곡가들이 작곡한 교가를 바꾸지 않고, 일본식 조경수 ‘가이즈카 향나무’를 여전히 교목(校木)으로 삼는 학교를 교육현장의 일제 잔재로 지목한다. ‘방위’를 넣거나 순서를 매긴 학교이름을 그대로 사용하는 사례도 일제 잔재로 분류한다. ‘가이스카 향나무’의 경우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가 대구에서 기념식수를 한 이후 전국 학교로 퍼진 것으로 전해진다. 참으로 한심한 현상들이다.

노옥희 교육감은 “일제강점기의 명칭이라고 무조건 배척할 것은 아니지만 근원을 따져보고 공론화를 거쳐 청산해야 할 것은 청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조금도 틀린 말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조국 독립의 마중물이 됐던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학생들에게 새삼 민족혼을 일깨우고 심어주려는 교육감 이하 교육청 가족들에게 뜨거운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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