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복구의 현장에서
화재 복구의 현장에서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1.27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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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마가 쓰나미처럼 휩쓸고 간 지 나흘째인 17일 오전, 진행상황이 궁금해서 찾아간 울산시농수산물도매시장. 폭격이라도 맞은 듯 폭삭 지붕이 내려앉은 화재현장은 여전히 샛노란 금줄(禁줄, FIRE LINE)이 햇볕에 반사되면서 묘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그래도 이곳을 벗어난 시장 안쪽 대부분의 공간은 봄기운에 몸을 내맡긴 연푸른 새싹처럼 활기와 희망의 의지로 꿈틀거린다.

떠들썩한 곳은 시장 관리사업소 앞마당에 임시로 설치해둔 새싹 빛 몽골텐트 몇 채. 사업소 바로 앞은 ‘수산소매동 대기실’과 ‘열린현장 시장실’이 나란히 자리했고, 근처 민원안내실 옆으로는 닮은꼴 ‘현장지원’ 텐트 두 채가 민원인 맞기에 바쁘다. 하나는 울산시의회의 몫, 다른 하나는 민주당 울산시당의 몫….

제비뽑기로 정했다는 ‘임시영업장 배치도’를 손에 든 나이 지긋한 할머니 한 분이 시의회 텐트 앞에서 언성을 높이고 있다. 들어보니, 설치작업이 한창인 임시영업장의 바닥 시공을 물이 잘 안 빠지게 잘못하는 것 같다는 주장이다. 3인조 품앗이봉사를 릴레이단식 하듯 한다는 ‘당직 시의원들’이 기민하게 움직이면서 상인할머니를 안심시킨다. “알아보았더니 아무 걱정 안하셔도 되겠습디다. 안심하고 가십시오.”

분주한 쪽은 당직 시의원이나, 경제부시장을 비롯한 시청 공무원만이 아니다. 북구청, 남구청은 숫제 구청장이 앞장서서 지원 사항을 손수 챙긴다. 그래도 울산시장 만큼은 아닐 거라는 게 누군가의 귀띔. 이른 아침, 늦은 밤 안 가리고 무시로 찾아와 꼼꼼히 살피고 따뜻하게 격려한다는 얘기다. 봉사자들 중에는 ‘BNK’ 마크를 단 경남은행 직원들도 더러 눈에 띈다. 관심사는 뭐니 뭐니 해도 주차장에 들어설 70여 개 몽골텐트 즉 ‘임시영업장’이다.

얘기를 간추리면, 29일 완공이 목표인 임시영업장 설치는 하루 앞당겨 28일에 끝낼 수도 있다. 하지만 영업 개시는 30일이나 31일에 가야 가능할 전망이다. 수족관, 철제파이프라인, 전등과 자잘한 기계설비류까지 제대로 갖추자면 아무래도 시간이 좀 걸릴 수밖에 없다는 것.

횟집, 초장집 상인들의 삶의 터전이었던 이번 ‘수산물 소매동’ 화재로 앞날이 막막해진 분들이 많지만 그 반대로 짭잘한 재미를 보거나 현상이라도 유지하는 분들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불난 집에 웬 부채질’이냐며 부아를 낼지 모르지만, 현실이 그렇다는 얘기다. 전혀 피해가 없었던 건어물 소매동과 수산물·청과물 도매동이 그런 축에 속하지 싶고, 구내식당도 빼놓을 수 없다. 이날 점심나절, 구내식당 한 귀퉁이는 일고여덟 시의원들의 의견교환으로 여느 때처럼 시끌벅적했다.

농수산물도매시장 입구 담벼락 옆에 급히 꾸민 가설난장 두 곳도 시선을 모았다. 화마 기습으로 졸지에 바깥에 나앉게 됐다는 어패류 상인 ‘영희’씨가 말문을 연다. “내 참, 저 안에서는 민고동 세 마리에 만 원을 불러도 아무 말 없었는데 여기서는 한 마리 더 얹어드린다 해도 고개를 돌리고 말아요. 꼬막도 양이 더 많은데도 마찬가지고….

이날 화재현장에서는 농수산물도매시장의 앞날에 대한 다양한 얘기들이 귓전을 자극하며 오고갔다. 울산시는 공기를 6개월로 잡고 수산물 소매동의 ‘신축’ 방침을 세웠다지만 일부 상인들은 이왕 짓는 김에 널찍하게 2층으로 지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러나 다수의 의견은 ‘이전’ 쪽으로 모아지고 있었다. 현재의 시장이 너무 좁고 그래서 거래량도 적을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그 속에는 한 지역 방송사의 보도를 인용한 용감한(?) 제언도 섞여 흥미를 끌었다. 울산시장이 바뀐 김에 특정 법인의 눈치를 더 이상 볼 것 없이 ‘울산시민 다수의 만족’이라는 미래지향적 청사진을 그리면서 ‘이전’을 과감하게 밀어붙여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김정주 논설실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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