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사 1노조’에 대한 단상
‘4사 1노조’에 대한 단상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1.24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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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의 지난해 임금 및 단체협약이 결국 해를 넘긴 가운데 노조의 4사 1노조 체제로 지역 노동계가 시끌시끌하다. ‘4사 1노조’란 4개의 회사가 하나의 노동조합을 구성한 것으로 현대중공업을 모기업으로 분사된 4사가 전국적으로도 유일하다.

4사 1노조의 탄생 배경은 2년 전인 2017년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전에 조선업 불황에 따른 경영개선 차원에서 회사는 조선업과 다소 거리가 있는 업종에 대해 분사를 결정했고, 2017년 4월 기존 현대중공업은 모기업인 현대중공업을 비롯해 현대중공업지주, 현대일렉트릭, 현대건설기계로 쪼개졌다.

노조는 회사의 분사 결정을 노조세력 약화 의도로 봤고, 이에 세력 유지를 위해 분사 전부터 규약 개정을 통해 4사 1노조 유지를 시도하게 된다. 4사 1노조 유지안은 임시 대의원 대회에서 3분의2 이상의 찬성을 얻지 못해 한 차례 부결됐다가 분사 직전에 통과됐다.

하지만 4사 1노조는 이후 갖가지 부작용을 양산하면서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무엇보다 절차적인 면에서 문제점이 노출됐는데 4사 1노조 체제 이후 실시된 두 번의 노사협상 모두에서 불거졌다.

우선 2016·2017년 통합교섭의 경우 이듬해인 2018년 초 4개사가 모두 잠정합의를 이뤄냈지만 조합원 찬반투표 과정에서 엇박자가 발생했다. 투표 결과 분할 3사는 모두 가결됐지만 모기업인 현대중공업이 부결되면서 가결된 3개사에 대해서는 타결금 지급이 계속 늦춰졌다. 그로 인해 당시 노조 홈페이지 게시판 등을 통해 4사 1노조를 비판하는 분할 3사 조합원들의 불만이 고조되기도 했었다.

2018년 임단협 과정에서도 4사 1노조 체제의 문제점이 드러났다. 이번에는 반대로 현대중공업이 이달 초 극적으로 수정 잠정합의까지 마련했지만 분할 3사 가운데 하나인 현대일렉트릭이 해고자 복직 문제로 잠정합의가 지연되면서 조합원 찬반투표가 한 달 가까이 지연됐다. 4사1노조가 만들어진 2017년 원년에 이어 2018년 노사협상까지 2년 연속 부작용이 발생한 것이다. 다행히 지난 23일 사측의 양보로 일렉트릭도 잠정합의를 이뤄냈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의 경우)잠정합의 후 조합원 찬반투표까지의 기간이 길어지면서 또 다른 부작용을 양산했다. 잠정합의 후 현장에는 현 노조 집행부와 경쟁관계에 있는 현장조직들을 중심으로 한 부결운동이 장기화됐고, 그로 인해 조합원들의 선택권이 침해를 받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조합원들의 선택권 침해 문제는 수정 잠정합의안이 마련되는 과정에서도 불거졌는데 지난해 12월 27일 도출된 첫 잠정합의안은 4사 1노조 규약에 발목이 잡혀 투표가 지연되는 과정에서 일부 현장조직들의 잠정합의안 수정요구로 전체 조합원들의 선택을 받기도 전에 폐기될 위험에 처하기도 했었다.

다행히 노사 양측의 양보로 지난 7일 수정 합의안이 도출됐지만 조합원들의 선택권에 대한 사전 침해 문제는 울림으로 남았다. 이런 일들로 인해 최근에는 노조 홈페이지 게시판 등을 통해 4사 1노조 유지여부를 놓고 조합원들 간에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고, 조합원 총회에 붙이자는 의견까지 심심찮게 올라오고 있다.

물론 노조의 입장도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절차라는 건 본질과 달라서 최대한 간소화되고 가능한 한 부작용이 없어야 하는 게 좋지 않을까. 왜냐하면 절차란 건 본질을 향해 가는 과정일 뿐인 만큼 절차에 에너지를 허비한다면 본질이 흐려질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노사관계에서 본질이란 ‘협력적 노사관계 구축’일 것이다. 이미 두 차례나 절차적인 부작용을 겪었던 만큼 4사 1노조에 대한 노조의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싶다. 이에 앞서 어렵사리 마련한 2018년 노사협상 잠정합의안이 무사히 통과되기를 바란다.

<박선열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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