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꽃 유럽 편 ⑤…아름다운 모나코
여행의 꽃 유럽 편 ⑤…아름다운 모나코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1.24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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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코(Monaco)는 지중해 남부의 작은 공국이다. 우리가 독립운동을 일으키던 해, 1919년 베르사유 협정에서 독립과 주권을 보장받았다. 바티칸시국(Vatican)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작은 나라지만 매우 아름답고 화려하여 많은 유럽인이 찾는 휴양지이다. 국경의 3면이 프랑스에 둘러싸여 있다. 가는 길은 항공편이 없어 대개는 프랑스 니스에서 열차를 타는 편이다. 내가 본 지중해 연안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다. 흔히 ‘모나코’ 하면 파도 소리와 함께 시작되는 70~80년대에 유행한 매력적인 저음의 남자 내레이션이 있는 팝송이 생각나지만 관련이 없다.

모나코는 세금도, 군대도 없다. 주 수입원 역할을 하는 게 관광업과 F-1 자동차 경주와 카지노다. 매년 5월 열리는 F-1 경기를 위해 항구 일대는 봄부터 단장에 분주하다. 이곳 포뮬러-1 경주는 전용 트랙에서 열리는 게 아니라 일반 도로에서 펼쳐지는 게 특이하다. 별도의 관중석이 마련돼 있지만 빌라 옥상에서 맥주 한잔 즐기며 경주를 관람하면 더 멋지다. 수려한 경관 속에서 폭음의 차들이 거리를 질주하며 대축제를 만들어낸다.

여행자들은 거의 바로 모나코 빌로 향한다. 지중해까지 뻗어 있는 돌이 많은 곶에 위치한 오래된 도시로 절벽 위에 솟아 있는 성채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헤라클레스가 지나간 자리에 신전을 세운 곳이라는 전설도 있다. 오르막이 약간 힘들지만 내려다보는 풍경은 탄성을 자아낸다. 그레이스 켈리의 결혼식이 열렸던 왕궁과 묻힌 성당이 있다. 배우에서 왕비로 변신한 여인의 삶이 어떠했는지 궁금했다.

1911년 해양학자로도 유명한 알베르 1세가 헌법을 제정하고 국왕을 보좌하는 국회를 성립시켰다. 모나코 국민에게 일체의 납세의무에서 면제시키는 획기적인 법안을 성립시켜 입구 공원에 동상이 있다. 왕궁 입구에는 수도승으로 위장해 모나코를 탈환했던 프랑수아 그리말디의 동상도 있다. 대포와 대포알이 전시되어 올라타고 사진을 찍기도 한다.

모나코 왕궁은 외세의 침입에 항거하기 위해 세운 요새를 17세기에 왕궁으로 개축한 건물이다. 휴가철에만 일부 장소를 일반에 공개한다. 소박한 외관과 달리 왕궁 내부는 매우 화려하다. 레니에 3세와 할리우드 영화배우 그레이스 켈리가 희대의 결혼식을 올린 곳이다. 왕궁에는 그레이스 켈리의 외아들 알베르 2세가 왕위를 계승해 살고 있다. 여기도 정오쯤 열리는 근위병 교대식이 인기가 높다.

모나코 대성당은 13세기에 축조된 성 니콜라 교회에 있던 자리에 1975년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새로 지은 성당이다. 그레이스 켈리의 무덤이 안치된 곳으로도 유명하다. 매주 일요일에는 아름다운 오르간 연주와 더불어 성당 합창단의 공연을 볼 수 있다. 입장객이 많아 혼잡한데도 불구하고 기를 쓰고 몇 분이 들어갔다 나왔다.

모나코 항구를 기점으로 하얀 요트들과 언덕을 가득 채운 부티크 빌라들이 촘촘히 늘어서 있다. 반대쪽의 투박한 절벽과 달리 아기자기한 골목들이 늘어서 있다. 지중해풍의 레스토랑과 기념품 가게들도 옹기종기 모여 있다. 골목에서는 그레이스 켈리가 새겨진 우표도 판매하고 박물관도 있다. 모나코에서 부치는 엽서 한 장은 여행자들에게 꽤 인기가 높다. 가로수 옆 벤치에서 한 장 적었는데 부친 기억은 없다.

항구를 끼고 몬테카를로 지역으로 접어들면 모나코의 그랑 카지노다. 파리의 가르니에 오페라를 설계한 샤를 가르니에가 1878년 건축한 곳으로 유서도 깊고 외관도 아름답다. 늘 관광객들로 흥청거리지만, 막상 자국민들의 입장은 금지돼 있다. 입구 주변에는 고급 차와 명품 가게들이 즐비한데 여행자의 투박한 복장으로는 입장이 좀 어렵다고 한다.

모나코는 <미라보 다리>로 유명한 시인 기욤 아폴리네르가 유년 시절을 보낸 곳이기도 하다. 왕궁 남쪽에 위치한 나폴레옹의 유품 박물관이 있다. 이곳에는 나폴레옹의 손수건, 양말, 제복, 검, 훈장 등이 진열되어 있다. 해양박물관, 국립인형박물관, 마르탱 해변으로 이어지는 그레이스 왕비 거리, 밀랍박물관 등 둘러볼 만한 곳이다.

항구 주변은 영화 속에서나 만나던 희귀한 요트들의 세상이다. 세금을 피해 모나코로 이사 온 부호들의 요트가 빼곡하게 정박해 있다. 햇빛에 반짝이는 은빛 물결은 짙푸른 지중해에 가득하다. 멀리 수평선에는 그림처럼 하얀 요트 몇 척이 떠 있다. 요트 중에는 웬만한 빌라를 능가하는 수십억 원에 달하는 것도 있다고 한다.

앙증맞은 모나코지만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는 늘 신비롭다. 그건 모나코 왕비가 된 그레이스 켈리 때문인 것 같다. 그녀의 일화는 세월이 흘러도 많은 이의 기억 속에 남아 있다. “내 궁전은 혼자 지내기에는 너무 넓어요.” 당시 모나코 왕자였던 레니에 3세는 12캐럿짜리 다이아몬드 반지를 건네며 그레이스 켈리에게 청혼했다. 그녀가 택할 만큼 모나코는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부드러운 지중해성 기후로 따뜻하다. 영화 속의 우아한 그녀가 그리워진다.

김윤경 여행가·자서전 쓰기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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