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시대’ 표현 바꿔야 한다
‘일제시대’ 표현 바꿔야 한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1.22 21: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앞서 여러 회에 걸쳐 윤봉길·이봉창 의사의 국적 문제와 3·1독립만세의거와 관련된 산책을 하면서 ‘일제시대’ ‘일제강점기’ 등의 표현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 이 문제는 작년에 산책한 해방과 광복 문제와도 연결된다. ‘해방’은 일본이 시켜줘야 되는 것이고 ‘광복’은 우리가 노력하여 회복하는 것이어서 주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오늘은 이 시대를 언제부터, 어떤 이름으로 역사교과서에 기술해야 할 것인지 짚어보기로 한다.

“박 과장(당시 나의 직책), 중국의 역사기록은 중국 내부의 사항을 자세히 기록하고, 주변 다른 나라의 사항은 자세히 기록하지도 않고, 자기들에게 유리하게 기록합니다. 역사를 기록하는 사람이 역사의 주체이기 때문입니다. 중국의 역사기록을 볼 때는 이 점을 특히 주의해야 합니다.”

이 말은 내가 역사공부를 어느 정도 하고 있을 무렵인 1980년대 초에 윤내현 교수로부터 들은 말로, 역사의 주체에 대해 관심을 갖게 하는 중요한 내용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중국 상고사를 전공한 분이어서 중국 기록에 나오는 우리나라 이야기를 많이 접하게 되었고, 그러다 보니 당시 우리 국사학계의 주장이 자기들에게 유리했을 중국의 기록에도 못 미칠 정도로 심하게 잘못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는 그것을 시정하기 위해 당시 국내학자들이 자세히 접하지 않았던 수많은 중국의 원전을 우리의 눈으로 해석해서 우리 역사이론의 문제점에 대한 여러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그는 이병도와 이기백 등 식민사학의 원조들이 살아있을 때였는데도 우리 교과서에서 ‘단군신화’라는 말이 없어지게 하고 -2009년부터 다시 살아났지만- 고조선의 영토가 서쪽 난하 부근까지 넓어지게 했으며, 평양 부근에 있었다던 한사군 지도를 없어지게 만든 분이다. 그는 당시까지, 우리 강단학자들이 아무도 접근하지 못했던 중국의 기록을 우리의 눈으로 보고 바른 역사 이론을 제기했다.

잘 아시다시피 을지문덕은 고구려, 강감찬은 고려, 이순신은 조선 사람이다. 그들이 살았던 나라 이름이 역사에 분명히 나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재의 우리나라 역사교과서를 보면, 국정인 초등학교 사회 5-2뿐만 아니라 검정인 중·고등학교 교과서까지 모두 1910년부터 1945년 사이를 ‘일제시대’, ‘일제강점기’, ‘일제식민지시대’ 등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렇다면,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때 일장기를 가슴에 달고 출전할 수밖에 없었던 손기정 선수가 우승한 후 월계수로 일장기를 가렸던 가슴 아픈 이야기를 상기하지 않더라도, 그 시대 사람들의 국적은 ‘일본’이 되는 것이다. 우리 역사교과서인데도 당시의 국체를 우리가 아닌 일본으로 기술함으로써 역사의 주체를 흐려놓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일제시대’ ‘일제강점기’ ‘일제식민지시대’라는 시대표현은 잘못된 것이 확실하다.

그렇다면 그 시대를 뭐라고 불러야 할까? 1965년에 일본도 인정했듯이 ‘1905년 을사조약 이후의 강제합병 조약까지를 무효’라고 했으니, 지난 산책에서 당시 백성들이 인식했듯이 1919년 1월 21일 광무황제 서거 때까지는 대한제국 시대였고, 1919년 4월 11일에 대한민국 헌법이 반포되고 임시정부가 수립되어 역사 주체인 새로운 나라가 생겨났으니 그때부터 1945년 광복 때까지는 ‘대한민국임시정부 시대’라고 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 헌법 전문에도 ‘우리 대한민국은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하였다’고 되어 있다. 그런데, 교과서에서 대한민국의 바로 앞 시대를 ‘일제시대’라고 표현하여 일제의 법통을 잇는 것으로 기술하고 있는데도 국회에서는 이를 시정하려는 노력을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대한민국 100주년이 되는 올해에 신친일파들에 의해 장악된 정부와 국회가 이를 바로잡지 못하면 국민이 나서서라도 그들을 몰아내고 해내야 할 것이다.

박정학 (역사학박사, 사단법인 한배달 이사장)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