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을 운명으로 남길까? 인연으로 만들까?
운명을 운명으로 남길까? 인연으로 만들까?
  • 김보은
  • 승인 2019.01.20 23: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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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공연 리뷰- 뮤지컬 ‘김종욱 찾기’
뮤지컬 ‘김종욱 찾기’ 울산공연이 오는 27일까지 울산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에서 이어진다.
뮤지컬 ‘김종욱 찾기’ 울산공연이 오는 27일까지 울산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에서 이어진다.

 

 

운명을 운명으로 남겨둘까, 아니면 붙잡아 인연으로 만들까. 지난 18일부터 울산공연을 시작한 뮤지컬 ‘김종욱 찾기'는 우리에게 영원히 풀 수 없을 것만 같은 질문을 던진다.

◇현실감 있는 여성의 심리 ‘인기비결’

작품은 사랑 빼고 모든 일에 적극적인 여자가 조금은 어설프지만 자신의 신념을 믿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남자와 첫사랑 ‘김종욱’을 찾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20대 초반 떠난 인도 여행길에서 계속 마주치는 남자 ‘김종욱’. 서로에게 운명을 느꼈지만 여자는 “운명이라면 또 만나겠죠”라며 다음을 기약한다. 결국 서로 엇갈린 채 9년이 지나고.

빨리 시집가라고 닦달하는 아버지의 성화를 못 이겨 여자는 첫사랑 ‘김종욱’을 못 잊었노라고 말한다. 급하게 내뱉은 말은 여자를 ‘첫사랑 찾기 주식회사’로 이끈다.

첫사랑을 찾을 단서는 ‘김종욱’이라는 이름 석 자 뿐. 세상의 김종욱은 다 만나지만 결국에는 찾지 못한 채 마무리되는 듯싶다.

하지만 여기서 여자의 비밀이 밝혀진다. 여자는 진작 김종욱을 만날 수 있었다. 운명이 인연이 됐을 때 실망하지 않을까, 좋은 추억까지 잃게 되는 건 아닐까 숱한 우려 속에서 여자는 운명을 운명으로 남겨두는 길을 선택한 것이다.

이러한 여자의 이야기는 많은 관객들의 공감을 얻었다. 첫사랑에 대한 아련한 그리움과 환상, 추억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싶은 여성의 심리가 현실감 있게 다가온 것이다. 덕분에 이 작품은 2006년 초연 이후 3천600여회의 공연에서 60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대학로 대표 뮤지컬로 자리 잡았다.

무대에서 21역을 소화하는 멀티맨.
무대에서 21역을 소화하는 멀티맨.

 

◇ ‘멀티맨’의 기발함·짜임새 있는 공연구성

사실 이 작품을 두고 기가 막힌 반전이나 진한 감동을 기대하기 어렵다. 너무나도 잘 알려진 작품이기 때문이다. 13년간 꾸준히 대학로에서 무대를 선보이며 오만석, 엄기준, 신성록, 김무열 등의 배우를 배출했다. 최근 연일 자체 최고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JTBC 드라마 ‘SKY 캐슬’에 출연 중인 배우 오나라도 뮤지컬 ‘김종욱 찾기’의 초연 멤버로 활약했다.

또 배우 공유, 임수정이 주연한 동명의 영화는 2010년 개봉해 112만여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준수한 성적을 거뒀다.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작품이란 뜻이다.

그럼에도 이 작품은 관객을 기대케 하는 ‘기발함’을 갖고 있다. 기발함의 핵심은 ‘멀티맨’이다. 뮤지컬 ‘김종욱 찾기’ 무대에 오르는 배우는 단 3명이다. 남녀주인공을 제외하곤 극에 등장하는 인물 21명을 모두 ‘멀티맨’이 소화한다.

엄한 군인 출신 아버지, 상냥하지만 성깔 있는 항공사 여직원 등 성별, 나이를 가리지 않고 끊임없이 여러 역할로 변신하는 멀티맨의 모습은 절로 박수가 나오게 한다.

짜임새 있는 공연 구성도 눈여겨볼만 한다. 관객의 몰입도를 깨지 않고 순식간에 이뤄내는 무대 전환, 효율성을 극대화한 무대 장치 그리고 매력적인 노래까지. 뮤지컬 ‘김종욱 찾기’ 팀의 13년 노하우를 그대로 울산의 공연장으로 옮겨 놨다.

울산공연에서 한 가지 아쉬운 것이 있다면 다소 저조한 관객 수다. 현재 회당 100~150명의 관객이 공연장을 찾고 있다. 지역에서 뮤지컬 ‘김종욱 찾기’와 같은 인지도 있는 상업공연을 지속적으로 유치하기 위해선 관객 확보가 우선돼야 한다.

공연기획사 좋은날음악기획 정승영 대표는 “상업공연은 최대한 많은 관객이 공연을 관람해야 다음 공연을 기약할 수 있다. 작품성, 흥행성을 고루 갖춘 공연에 남은 한 주 동안 많은 관객이 찾길 바란다”고 말했다. 공연은 오는 27일까지 울산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에서 이어진다. 평일 오후 8시, 토요일 오후 3·7시, 일요일 오후 3시. 공연 관람료 전석 4만5천원. 공연문의 ☎256-8700. 김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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