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OO 도의원’이라면 설치류 ‘레밍’의 존재를 우리 국민들에게 인상 깊게 각인시킨 양반이다. 지지난해 여름 22년 만의 ‘역대급 폭우’로 중부권에 물난리가 난 사실을 빤히 알면서도 동료의원 몇몇과 외유성 유럽여행을 떠났다고 해서 전국을 뜨겁게 달구었던 인물이 바로 그다. ‘레밍’도 이 시점에 나온 발언. 그는 한 언론사 인터뷰에서 국민을 ‘레밍‘에 빗대어 비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여론의 쓴맛을 감내해야 했다. 귀국 후 사과 인터부에서 그는 억울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외유성 해외연수’ 라고 꼬집은 특정 언론사더러 ‘레밍 신드롬’ 운운했을 뿐인데 그 말을 마치 국민 전체를 비하한 것처럼 교묘하게 편집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당시 한 인터넷신문은 그의 발언을 ‘역대급 막말’ 이라며 ‘국민은 집단행동 하는 이상한 설치류’ 라는 제목을 달기도 했다. 이 무렵 김OO 도의원은 통화에서 레밍(Lemming=나그네쥐)을 ‘집단행동 하는 설치류’ 라고 했다. 그의 말대로 이 동물은 주로 북아메리카와 유라시아의 툰드라 지역에 서식하는 몸길이 7~15cm의 초식성 설치류다. 그런데 이 작은 동물이 유명해진 것은 ‘맹목적 집단추종’ 습성 때문이다. 즉 개체수가 너무 늘어나면 우두머리를 따라 집단 이동하는 습성을 지니고 있는 것. ‘레밍 신드롬(Lemming syndrome)’ 에 대해 다음백과는 “(여러 종류의 레밍 중에서도) 특히 노르웨이레밍은 맹목적으로 선두를 따라가다가 많은 수가 바다나 호수에 빠져 죽기도 한다.”고 풀이한다. 그래서 혹자는 레밍을 ‘집단자살을 하는 동물’ 로 이해한다.
그런 신비의 동물 레밍이 최근 되살아났다. 당권 도전을 꿈꾼다는 ‘홍카콜라’ 진행자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의 입을 통해서다. ‘뉴스줌인’이란 매체도 이 사실을 지난 18일자 보도에서 파헤쳤다. 다음은 그 일부.
[앵커]=“레밍, 굉장히 낯이 익습니다?” [기자]=“네, 재작년에 한번 시끄러웠던 적이 있죠.… 이때 김OO 의원의 징계를 지시한 사람이 당시 홍준표 대표였습니다.” [앵커]=“그런데요?” [기자]=“홍 전 대표가 페이스북에 레밍이란 단어를 계속 쓰고 있어서요. 그때의 기억이 남아서인지 모르겠지만, 페이스북 화면을 보면, ‘황교안 레밍 신드롬으로 모처럼 한국당이 활기를 되찾아 반갑다,’ 어제 올린 글인데 한 시간 만에 ‘레밍 신드롬’이란 말을 ‘입당’이란 말로 수정했습니다. 뉘앙스가 완전히 달라지는 거죠.”(중략)
[기자]=“그런데 홍 전 대표가 오늘 또 ‘국민과 당원들은 레밍이 아닙니다.’ 이런 글을 올렸습니다.” [앵커]=‘왜 자꾸 ‘레밍’을 들먹이는 걸까요?“ [기자]=“네, 레밍의 습성 때문인데요. 맹목적으로 무리의 우두머리만 따라다니는 집단행동을 하는데, 그러다 한꺼번에 호수나 바다에 빠져죽기도 하거든요, 홍 전 대표에겐 황교안 전 총리의 입당 후 한국당 내 상황이 그렇게 보였나 봅니다.” [앵커]=“정치인들이 이런 비유를 참 많이들 써요?” [기자]=“네, ‘비유의 정치학’, 이렇게도 볼 수 있는데요. 누가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서 비난을 받기도 하고, 촌철살인(寸鐵殺人)이 되기도 하는 거죠.”
또 다른 영상매체의 한 진행자는 레밍이 최근 우리나라에서 감쪽같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레밍 특유의 맹목적 습성 때문일 거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의 너스레가 요즈음 요상하게 돌아가는 정국을 빗댄 촌철살인은 아니었을까?
<김정주 논설실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