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밍’의 부활
‘레밍’의 부활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1.20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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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포털사이트에 재미난 질문이 한 건 올라왔다. 답변은 그보다 더 흥미진진했다. “김OO 도의원, 현재도 도의원입니까?” “현재는 무직입니다. 원래는 △△당 소속이었지만 레밍 논란으로 제명되었고. 무소속으로 있었지만 현재는 무직이죠. 2020년 21대 국회의원에 출마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무직’ 상태인 것은 그가 지난해 6·13 지방선거에 얼굴을 내밀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OO 도의원’이라면 설치류 ‘레밍’의 존재를 우리 국민들에게 인상 깊게 각인시킨 양반이다. 지지난해 여름 22년 만의 ‘역대급 폭우’로 중부권에 물난리가 난 사실을 빤히 알면서도 동료의원 몇몇과 외유성 유럽여행을 떠났다고 해서 전국을 뜨겁게 달구었던 인물이 바로 그다. ‘레밍’도 이 시점에 나온 발언. 그는 한 언론사 인터뷰에서 국민을 ‘레밍‘에 빗대어 비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여론의 쓴맛을 감내해야 했다. 귀국 후 사과 인터부에서 그는 억울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외유성 해외연수’ 라고 꼬집은 특정 언론사더러 ‘레밍 신드롬’ 운운했을 뿐인데 그 말을 마치 국민 전체를 비하한 것처럼 교묘하게 편집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당시 한 인터넷신문은 그의 발언을 ‘역대급 막말’ 이라며 ‘국민은 집단행동 하는 이상한 설치류’ 라는 제목을 달기도 했다. 이 무렵 김OO 도의원은 통화에서 레밍(Lemming=나그네쥐)을 ‘집단행동 하는 설치류’ 라고 했다. 그의 말대로 이 동물은 주로 북아메리카와 유라시아의 툰드라 지역에 서식하는 몸길이 7~15cm의 초식성 설치류다. 그런데 이 작은 동물이 유명해진 것은 ‘맹목적 집단추종’ 습성 때문이다. 즉 개체수가 너무 늘어나면 우두머리를 따라 집단 이동하는 습성을 지니고 있는 것. ‘레밍 신드롬(Lemming syndrome)’ 에 대해 다음백과는 “(여러 종류의 레밍 중에서도) 특히 노르웨이레밍은 맹목적으로 선두를 따라가다가 많은 수가 바다나 호수에 빠져 죽기도 한다.”고 풀이한다. 그래서 혹자는 레밍을 ‘집단자살을 하는 동물’ 로 이해한다.

그런 신비의 동물 레밍이 최근 되살아났다. 당권 도전을 꿈꾼다는 ‘홍카콜라’ 진행자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의 입을 통해서다. ‘뉴스줌인’이란 매체도 이 사실을 지난 18일자 보도에서 파헤쳤다. 다음은 그 일부.

[앵커]=“레밍, 굉장히 낯이 익습니다?” [기자]=“네, 재작년에 한번 시끄러웠던 적이 있죠.… 이때 김OO 의원의 징계를 지시한 사람이 당시 홍준표 대표였습니다.” [앵커]=“그런데요?” [기자]=“홍 전 대표가 페이스북에 레밍이란 단어를 계속 쓰고 있어서요. 그때의 기억이 남아서인지 모르겠지만, 페이스북 화면을 보면, ‘황교안 레밍 신드롬으로 모처럼 한국당이 활기를 되찾아 반갑다,’ 어제 올린 글인데 한 시간 만에 ‘레밍 신드롬’이란 말을 ‘입당’이란 말로 수정했습니다. 뉘앙스가 완전히 달라지는 거죠.”(중략)

[기자]=“그런데 홍 전 대표가 오늘 또 ‘국민과 당원들은 레밍이 아닙니다.’ 이런 글을 올렸습니다.” [앵커]=‘왜 자꾸 ‘레밍’을 들먹이는 걸까요?“ [기자]=“네, 레밍의 습성 때문인데요. 맹목적으로 무리의 우두머리만 따라다니는 집단행동을 하는데, 그러다 한꺼번에 호수나 바다에 빠져죽기도 하거든요, 홍 전 대표에겐 황교안 전 총리의 입당 후 한국당 내 상황이 그렇게 보였나 봅니다.” [앵커]=“정치인들이 이런 비유를 참 많이들 써요?” [기자]=“네, ‘비유의 정치학’, 이렇게도 볼 수 있는데요. 누가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서 비난을 받기도 하고, 촌철살인(寸鐵殺人)이 되기도 하는 거죠.”

또 다른 영상매체의 한 진행자는 레밍이 최근 우리나라에서 감쪽같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레밍 특유의 맹목적 습성 때문일 거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의 너스레가 요즈음 요상하게 돌아가는 정국을 빗댄 촌철살인은 아니었을까?

<김정주 논설실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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