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주원의 세상보기]일본 아이돌 피습사건
[성주원의 세상보기]일본 아이돌 피습사건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1.17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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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연예계가 연초부터 아이돌그룹 멤버의 피습 사건으로 떠들썩하다. 작년 12월, 일본 여성 아이돌그룹 NGT48의 야마구치 마호가 자택에서 남성 2명에게 습격을 당했다.

하지만 NGT48을 관리하는 AKS측은 한달 가까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사건을 은폐하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였고, 불안감에 떨던 야마구치 마호가 본인의 쇼룸(SHOWROOM&·일본의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과 트위터(Twitter)를 통해 해당 사건이 있었음을 폭로했다. 가해자 남성 2명은 폭행 등의 혐의로 조사를 받았으나 불기소 처분을 받고 석방되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야마구치 마호의 정신적 스트레스가 상당했던 것으로 추측된다. 실제로 본인이 스트레스로 인해 2주 만에 4kg이나 빠졌다고 밝혔다.

사실 극성팬의 단순 스토킹이나 해프닝이었다면 다른 피습사건처럼 피의자를 처벌하고 멤버들의 경호를 강화하는 결말로 끝났을 것이다. 하지만 소속사를 거지치 않고 스스로 개인방송과 트위터를 통해서 피해사실을 공개한 것은 충격적이었다. 그리고 개인방송을 통해 본인의 주소와 전화번호를 비롯한 개인정보들이 유출되었음을 알렸으나 방송 도중 운영진에 의해 강제로 중단되기도 했다.

그리고 더욱 충격적이었던 것은 같은 NGT48 그룹 멤버 중 한 명이 고의로 개인정보를 유출하고 범행을 사주했다는 사실이다. 지난 12일, AKS측이 홈페이지를 통해 멤버 1명이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팬들은 큰 충격을 받고 있다.

심지어 야마구치 본인이 폭로하기 전까지 이 일은 언론에서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개인방송 폭로 이후 NHK를 비롯한 방송에 언급되고 있는 상황. 그리고 사건이 일어난 후 약 한달 정도 시간이 지났으나, 운영진은 사실 은폐에만 치중하고 야마구치 마호를 피해망상 환자로 취급하면서 쉬쉬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팬들의 분노는 더욱 거세지는 상황이다.

하지만 야마구치 마호는 이번 일로 그룹의 이미지가 깎이는 것을 염려하는 등, 피해자가 되레 사과하는 일본 특유의 문화가 잘 나타나고 있다. 2019년 1월 10일 NGT48 극장 개장 3주년 기념 공연에서 피해 당사자인 야마구치 마호가 사과를 했다. 이와 같은 상황에 팬들은 “왜 피해자가 사과하냐. 미쳤다. 무섭다.”며 운영진을 거세게 비난하고 있다. 전 NGT48 캡틴 키타하라 리에는 “마오가 사과할 필요 없다. 피해자가 사과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마호를 옹호했고, NGT48 인기멤버 카시와기 유키, AKB48와 HKT48 졸업을 앞두고 있는 사시하라 리노 등 다른 멤버 역시 소속사의 대응에 문제를 제기했다.

논란이 가라앉지 않자 AKB측은 11일과 14일 예정되어 있던 공연을 취소했다. 그리고 1월 14일 인사이동을 통해 NGT48 지배인을 교체하고, 바뀐 운영진으로 사죄 기자회견을 열었다. 하지만 진심어린 사과와 반성이라기보다는 여론과 팬들의 분노에 등 떠밀려 어쩔 수 없이 한 조치라는 비판이 만연하다.

최근 우리나라 가수들도 일본에 많이 진출하는데, 사생활 침해 등으로 고통 받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일본 소속사들도 이번 일을 계기로 엔터테인먼트 사업에서도 사람을 우선하는 문화가 제대로 잘 정착되었으면 한다.

성주원 한의사·울산한의사협회 복지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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