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신공항 백지화’…시민정서부터 살펴야
‘김해신공항 백지화’…시민정서부터 살펴야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1.16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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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울산·경남의 단체장 3인이 모처럼 웃는 낯으로 손을 맞잡았다. 만난 때와 장소는 16일 오전 울산시청 상황실이었고, 목적은 ‘김해신공항 백지화 및 재검토’ 선언이었다. 지난해 말부터 예고된 행사나 다름없었지만 울산시민들로서는 개운치 못한 느낌을 받을 수도 있어 예의 주시하지 않을 수 없다.

김해신공항 문제라면 부·울·경 단체장 중에서도 오거돈 부산시장의 입김을 빼놓을 수 없다. 오 시장의 선거공약 앞자리에를 차지한 공약이 ‘가덕도 신공항 건설’이었고, 이 공약을 밀어붙이려면 ‘김해신공항 백지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김해신공항 백지화’는 ‘가덕도 신공항 건설’의 동의어라는 말이 그래서 나온다.

16일 송철호 울산시장,과 오거돈 부산시장,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부·울·경 동남권 관문 공항검증단 검증결과 보고회’ 끝에 이뤄낸 것은 스킨십 물씬한 공동입장문 발표였다. 그리고 공동입장문의 초점은 김해신공항 백지화 및 재검토의 당위성에 맞춰져 있었다. 그래야만 재검토를 거쳐 ‘가덕도 신공항’의 밑그림을 신바람 나게 그릴 수 있기 때문이다.

‘김해공항 불가론’ 속에는 설득력이 있어 보이는 주장들이 여럿 포함돼 있다. 국토부 안(案)대로 하면 소음공해가 심하고 안정성·확장성이 떨어져 동남권 관문공항으로서는 결격이라는 것이 불가론의 요지다. 그러나 이는 ‘가덕도 불가피론’을 겨냥한 작위적 개발논리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도 있다. 여하간, 3대 지자체 수장들은 공동입장문에 ‘국토부가 이를 수용하지 않는다면 국무총리가 최종 판정을 해달라’는 표현을 명기했다. 일종의 압박 카드로 해석될 수 있는 표현이다.

이 시점에 정신 차려야 할 쪽은 울산시다. 잘못하면 “부산시장의 들러리나 서다가 실속도 못 차린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수도 있는 탓이다. 지혜로운 대처방법 중에는 울산시민의 여론을 수렴하는 방법이 있다. 이는 시민 정서를 제대로 헤아리고 참여민주주의의 참뜻을 깨우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울산시는 시민 대상 여론조사나 시민 참여 공론화 과정을 반드시 거칠 필요가 있다.

어찌 보면 울산시민들은 순종 잘하는 양떼의 모습으로 비쳐진다. ‘김해신공항 확장론’이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시민들은 전임 시장의 주장을 받아들여 ‘밀양 신공항론’에 힘을 실어주었다.

그러나 박근혜정부가 고심 끝에 ‘김해신공항 확장론’ 쪽으로 가닥을 잡자 이번에도 순종의 미덕을 보여주었다. 만약 1월 16일자 울산 회동의 종착점이 ‘가덕도 신공항 건설’로 드러난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 것인가? 줏대 없이 끌려 다니는 무기력한 시민으로 낙인이 찍히지 말란 법은 어디에도 없다.

송철호 울산시장은 오거돈 부산시장이나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의중이 아니라 울산시민의 정서부터 먼저 헤아리는 의연한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한다. 여론조사나 공론화 과정은 ‘시민 존중’ 의지의 표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웃 지자체들과 ‘빅딜’을 성사시키기 위한 히든카드를 만지작거릴 필요도 있다. 송 시장이 ‘울산의 트럼프’가 되어 ‘울산 퍼스트’를 외치는 모습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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