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때문에 양심 팽개친 '가짜해녀 사건'
돈 때문에 양심 팽개친 '가짜해녀 사건'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1.15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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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했는데 사실이었다. 소문으로만 듣던 황당한 일이 사악한 사기사건으로 정체를 드러낸 것이다. 한 마을 주민이 무려 130명이나 가담한 이 사건이 하필이면 우리 울산에서 일어났다는 것은 참으로 창피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돈이면 양심줄도 대담하게 끊고 마는 금전만능주의의의 민낯을 보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 썩어도 이처럼 철저하게 썩었나 하는 자괴감으로 차마 들 낯이 없다는 시민드 나오는 판이다. 어쩌다 울산시민들이 그렇게까지 일그러질 수가 있는지 가슴에 손을 얹고 반성할 일이다. 15일 오전 전파를 타고 전국으로 퍼져 나간 이 소식은  한때 실시간으로 ‘많이 본 뉴스’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울산해경 발표에 따르면 조업실적을 허위로 꾸며 해상공사 피해보상금 21억원을 가로챈 울주군 서생면 일대 2개 마을 주민들이 무더기로 덜미를 잡혔다. 울산 전체 시민들의 얼굴에 오징어먹물을 뿌려댄 것 같은 이번 사건의 빌미는 등록해녀에게 피해보상금을 쥐어주는 한수원의 어업피해 보상 대책이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 마을 주민들은 보상금에 눈이 먼 나머지 양심에 어긋나는 짓인 줄 알면서도 사건 주모자들이 시키는 대로 따라 함으로써 집단적 양심불감 증세를 보였다. 

놀라운 것은 이 같은 사기 행각에 어촌계장과 보상 문제를 다루다가 나온 전직 한수원 직원이 범행을 주도했고, ‘가짜해녀’ 명단에는 택시기사와 말기암 환자까지 이름을 올린 사실이다. 울산해경은 지난해 8월 가짜해녀가 다수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4개월에 걸친 수사 끝에 가짜해녀의 존재를 낱낱이 밝혀냈다. 그 결과 놀랍게도 가짜해녀는 80%에 이르렀다. 이번 사건은 ‘백골징포(白骨徵布)’가 상징하는 조선조 때의 극도로 부패한 사회상을 들여다보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질 정도다. 이들에게는 특정경제가중처벌법 위반(사기) 또는 사기미수 혐의가 적용됐다. 구속된 자는 3명뿐이고 나머지는 불구속 입건 상태다.

우리 속담에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는 말이 있다. 이번 사건에 대입시켜도 어색하지 않을 것 같다. 이번 사건을 전해들은 시민들은 배금주의(拜金主義)의 전형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을 것이다. 문제의 씨앗은 원전지원금이라는 ‘미끼’에 있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이 돈자루가 여러 착하디착한 어촌마을 주민들의 양심을 수장시키고, 편 가르기로 마을을 파괴시키는데도 눈을 감고 귀를 막는다면 이 사회는 어디로 떠내려 갈 것이며 울산이라는 참한 도시의 이미지는 어떻게 먹칠이 가해질 것인지 심히 우려스럽다. 

차제에 지역사회의 지도층, 여론주도층 인사들이 밖으로 나와 바른 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회지도층 인사 명단에는 국회의원을 비롯한 정치인, 목사·승려를 비롯한 종교지도자도 이름을 올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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