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산업의 위치에너지
울산산업의 위치에너지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1.15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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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에너지’라 함은 어떤 물체가 중력이 작용하는 높이에서 차지하는 에너지를 말하는 용어로 물리학이나 화학에서 많이 사용하는 과학용어다. 하지만 이제는 위치에너지라는 단어는 물리적 표현에만 쓰이는 것이 아니고 정치, 사회, 경제 분야에서도 제법 사용한다. 위치에너지가 크다는 것은 물체가 무겁거나 높은 위치에 놓여 있다는 의미다.

1960년대 초 울산은 인구 10만도 안된 작은 농어촌도시였다. 5년마다 하는 인구조사 결과로는 1962년 우리나라 중화학공업 육성을 시작으로 적게는 5년에 5만명, 최대로 많을 때는 16만5천명까지 인구가 증가하다가 2000년에 100만명을 기록한 뒤 인구증가폭은 급격히 둔화되기 시작했다. 2018년 11월 기준 울산의 주민등록인구는 외국인 2만명을 포함하여 117만명이었다. 2000년 이후로는 연간 1만명 정도가 증가하는 정도였다. 이렇게 인구가 증가하는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울산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산업도시이자 수출주도형 제조업기반 도시다. 2011년 말 울산은 수출 1천14억 불을 돌파하면서 우리나라의 지방자치단체 중 최초로 1천억 불 수출을 감당한 지역이 되었다. 그러나 그 이후로 점차 감소하여 2018년에는 645억 불에 그쳤다. 또한 2013년에는 경기도에 추월당하더니 급기야 2016년부터는 충남에게도 2위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문제는 경기도와 충남의 수출액이 점차 많아지고 울산과의 격차가 점점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2018년 기준으로 경기도가 1천324억 불, 충남이 854억 불, 울산이 645억 불로 경기와 2배 이상 차이가 난다. 2011년 울산의 1천14억 불, 경기의 876억 불에 비하면 경기도지역의 산업이 너무 빨리 성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여기에서 여러 가지 이유를 분석해볼 필요는 있다. 일반인이라도 몇 가지 원인을 댈 수 있다. 그 첫 번째가 제조업 위주의 산업이 주였던 울산의 산업구조적인 문제이다. 즉 산업의 전환과 산업 내 품목의 전환이 늦었다는 것이다. 둘째로는 제조업의 구조 고도화에만 신경 썼던 탓에 3차, 4차 산업의 육성과 전환이 타 지역에 비해 오히려 불리했던 점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아직까지 울산은 우리나라의 주력산업 중 화학, 자동차, 조선산업의 중심이고 그 역할을 잘 감당하고 있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셋째로는 새로운 산업에 필요한 인력의 수급과 정주여건의 부족이라 할 수 있다.

경기도의 경우 서울의 인구유입 제한 정책에 따라 수도권이라는 이름으로 상대적 반사이득을 보게 되었다. 정주여건과 주요 기업체의 연구소를 적극적으로 유치한 결과 IT관련 기업과 디스플레이 같은 전기전자의 기업들이 수도권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KTX 개통으로 다가온 전국 일일업무생활권이 오히려 수도권과 지방을 더 멀게 만든 이유 중 하나다. 대전 이남으로 내려오지 않으려는 수도권 대학 출신, 그리고 기회만 되면 자녀교육과 문화생활을 빌미로 지방 인재까지 서울과 수도권으로 탈출을 시도하는 것도 한 몫을 하고 있다.

교통의 발달은 오히려 대도시권과 지방을 더 빨리, 더 엄격히 분리해 놓는다는 연구결과가 이 좁은 우리나라에서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울산이 자칫 부산권이나 대구권 등 지역 광역권으로 흡수될 수도 있다는 것은 경제학자나 도시공학을 전공한 전문가들만의 가설로 끝나길 바란다.

물리학이나 화학에서 사물의 위치에너지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사물이 더 높은 곳에 위치해 있을수록 더 많은 에너지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 위치에너지가 바로 자유낙하를 하느냐 아니면 천천히 비탈을 내려오느냐, 자유낙하를 하더라도 어떤 물질과 충돌할 것이냐, 비탈을 내려오더라도 어떤 물질과 같이 섞여서 내려오느냐에 따라 역할을 달리할 수 있다.

울산은 산업의 잠재적인 위치에너지가 아직은 매우 높고 우리나라에서 차지하는 산업적, 경제적 위치도 중요하다. 아직은 3대 주력산업에 속하는 산업군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문제는 현재 울산의 산업 위치에너지를 좀 더 높은 곳에 올려놓기 위해 울산시민과 국민에 답하는 것이 우리의 대책(對策)이고 그것을 수행하는 것이 우리 기성세대의 책무(責務)가 되어야 한다. 옛날 왕정시대에는 왕이 신하나 국민에게 책문(策問)을 하였다면 이제는 공인과 지식인이 그 책문(策問)에 대해 국민에게 대책(對策)을 수립하고 수행해야 한다.

2019년이 밝았다. 이제 시작이다. 시작은 언제나 새롭다. 이 새로움이 언제나 한결같기를 새해에 기도해 본다. 새 술은 새 가죽부대에 넣어야 한다.

< 우항수 울산테크노파크 지역산업육성실장 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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