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주도성장에 대한 ‘폴 로머’의 경고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폴 로머’의 경고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1.15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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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평균 억대 연봉의 국민은행 노조가 파업하는 동안 쏟아지는 고객들의 불만과 비판을 직접 감당해야 했던 이들은 월급 155만원의 용역직 파견 근로자들이었다. 시중은행들이 이자 이익으로 200∼300%의 성과급 잔치를 하는 동안 청년들은 최저생계비 수준에도 못 미치는 알바를 하며 일자리를 구하려 동분서주하고 있다.

일자리가 늘어나려면 경기가 살아나야 하는데 올해 경기 전망이 ‘흐림’이라니 걱정이다.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으로 고용 사정이 악화되자 정부는 임시 처방으로 초단기 일자리를 만드는 데 예산을 쏟아 부었다지만 성과는 ‘C학점’이다. 설상가상 경기 선순환에 도움이 안 되는 노동시장에서의 세대 간, 노노(勞勞) 간 임금격차만 더 커지고 있다니 해결책이 필요해 보인다.

장기간 실업 상태에 있거나 일감 찾기를 아예 포기한 인구가 지난해 250만 명을 넘어섰다. 실업자 107만3천 명 가운데 6개월 이상 구직 활동을 했지만 아직 일자리를 찾지 못한 장기 실업자가 15만4천 명으로 2000년 이후 가장 많았다. 구직 단념자는 52만4천 명으로 늘어났고 취업을 준비하는 비경제활동인구도 늘었다. 일자리의 양은 물론이고 질도 나빠지고 있다는 반증(反證)인 셈이다.

특히 아직 사회에 첫발을 디뎌보지도 못한 청년들의 취업난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 지난해 특성화고 취업률은 전년보다 10%포인트 가까이 급락했고 지난달 발표된 2017년 일반대 취업률은 2011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낮았다. 고졸부터 대학원졸까지 사회로 처음 진입하려는 모든 청년이 유례없는 취업 한파를 겪고 있는 모습이다.

정부는 지난해 세금으로 단기 공공일자리를 늘렸다지만 한계가 명백하다. 이제라도 기업이 투자를 늘리고, 투자가 일자리를 늘리도록 경제 활력을 살리는 정공법(正攻法)을 강화해야 한다. 아울러 각 경제 주체들이 춘궁기를 함께 이겨내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세계적으로 성공한 기업들일수록 경기가 안 좋은 때를 좋은 인재를 뽑는 기회로 삼았다. 기업들은 일자리 창출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면서 재도약을 준비해야 한다. 대기업 노조들도 집단이기주의에서 벗어나 청년들과 자녀 세대를 위해 양보하고 타협해야 할 때다.

2018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로머 미국 뉴욕대 교수가 우리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에 대해 ‘위험한 모델’이라고 경고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기술 진화가 급속도로 이뤄지기 때문에 직장에서 얻는 ‘현장 지식’이 혁신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함에도 소득주도성장은 기업의 신규 인력 채용을 막아 이런 지식 축적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최근 2년 동안 30%가량 인상된 최저임금을 고용 악화의 주요 원인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로머 교수는 “인건비 상승 탓에 기업이 신규 채용을 중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청소년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면 당장 그들이 실업으로 인해 겪게 되는 고통도 문제지만 젊은이들이 지식을 축적하지 못한다는 사실도 큰 문제로 대두한다. 로머 교수가 소득주도성장이 ‘위험한 모델’이라고 지적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청년 실업률이 높아지면 그만큼 한국이 ‘선도 국가군’에 안착하는 것도 어려워진다는 설명이다.

로머 교수는 저성장 굴레에 빠진 한국 경제가 돌파구를 찾기 위한 ‘선순환 구조’를 만들려면 “유연한 노동시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우리 정부는 노동계 눈치를 보느라 노동시장 개혁에 대해서는 한 발짝도 진척을 이루지 못하고 있으니 답답하다. 기업이 안정적인 일자리를 만들어 기술·지식을 축적할 수 있도록 하려면 정부가 노동시장 개혁을 더 이상 미뤄선 안 된다.

<신영조 시사경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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