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고기를 바싹 익혀먹어야 되지?
돼지고기를 바싹 익혀먹어야 되지?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1.14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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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정착생활을 시작한 시기부터 같이해온 동물이 돼지다. 지금의 집돼지는 유럽, 아시아, 북아프리카 등지의 야생멧돼지 일부가 순화된 것으로 그 시기는 BC 6천 년 경으로 추정되며, 알타미라 동굴의 커다란 수퇘지 벽화는 돼지에 대한 원시인의 관심을 증명한다.

우리나라는 고구려시대 한민족이 만주지방에서 남쪽으로 이동하면서 들여와 기르기 시작했다고 한다. ‘돼지 기르기를 좋아하며…’라는 삼국지 위지동이전 기록으로 미루어 적어도 2천 년 전부터 돼지를 사육한 것으로 보인다.

2019년 기해년(己亥年)을 맞아 ‘돼지’와 ‘돼지고기’에 대해 잘못 알려진 내용을 공부하여 행복하고 복된 돼지해가 되도록 구체적으로 노력했으면 좋겠다.

① 돼지는 더러운 동물이다? 돼지가 자기의 배설물을 잔뜩 묻히고 있어 더럽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돼지의 대표적인 특성 중에 청결성이 있다. 후각이 발달된 돼지는 공간만 확보되면 잠자리와 배변 장소를 가리는 깔끔한 동물이다.

② 돼지는 멍청한 동물이다? 돼지의 지능은 IQ가 60인 개보다 높은 IQ 75~85 정도로, 3∼4세 아이의 지능 수준이다. 훈련만 잘하면 반려견처럼 몇 가지 동작을 쉽게 할 수 있다. 작게 개량된 애완용 미니 돼지와 ‘티 컵(Tea Cup) 돼지’ 등의 산업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③ 돼지고기를 먹으면 살만 찐다? 많은 사람이 ‘돼지고기’ 하면 삼겹살부터 떠올린다. 그러나 돼지고기는 부위별 지방 함량과 열량 가격에서 크게 차이가 난다. 열량은 안심 100g은 114kcal 정도로 삼겹살 373kcal의 3분의 1 수준이다. 영양으로는 9가지의 필수아미노산과 불포화지방산인 리놀레산이 함유돼 있어 발육과 콜레스테롤 억제에도 도움이 된다.

④ 돼지고기는 바싹 익혀 먹어야 한다? 언제부턴가 소고기는 살짝, 돼지고기는 바싹 익혀 먹는 것이 정답처럼 되어 있다. 이것은 과거 열악한 환경에서 돼지를 기르던 소위 ‘뜨물 양돈’ 시절에 생긴 이야기다. 이때에는 가정에서 나오는 음식물 찌꺼기 등을 먹이로 사용하고 구충을 제대로 하지 않다보니 갈고리촌충이라는 기생충에 감염될 우려가 높았다. 돼지고기를 바싹 익혀먹어야 한다는 것은 이러한 기생충 감염 우려 때문이었다.

“2017년 돼지생산액은 7조3천억원으로 농업생산액 중 1위다. 1인당 돼지고기 소비량은 20kg이 넘는 전체 육류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5%정도로 가장 높다. 시대가 바뀌어 양돈산업의 규모가 커지면서 기생충 감염은 양돈인의 손해와 직결되기에 철저한 구충으로 1990년 이후로는 돼지고기에서 기생충이 발견되는 일은 없었다.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소고기는 가볍게 익히고 돼지고기는 바싹 익혀 먹어야 한다는 주장을 맹신한다. 바싹 익히면 다소 고소한 맛은 있을지 몰라도 이때 헤테로사이클릭아민류(HCAs)와 다핵 방향족탄화수소(Polycyclic Aromatic Hydrocarbons, PAHs)라는 발암물질이 만들어진다.

지난해 2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공개한 ‘벤조피렌 저감화 연구’에 따르면 벤조피렌의 발암 가능성을 낮춰주는 최고의 식품은 ‘상추’인 것으로 밝혀졌다. 상추는 발암 위험을 60%나 낮춰주니, 고기와 상추는 ‘최고의 궁합’이라고 할 수 있다. 상추에 이어 홍차(45%), 양파(40%), 샐러리(20%)가 그 뒤를 이었다.

건강한 돼지해를 보내기 위해서 우리 모두 돼지고기의 풍부한 영양을 이해하고 부위별로 용도에 맞게 애용하자. 특히 돼지고기를 구울 때 바싹 익혀 먹지 않기를 금연 운동하듯이 했으면 좋겠다. 돼지해인 만큼 올 한 해 돼지의 영특함과 청결성에 대해 새로운 인식도 가졌으면 한다.

<윤주용 울산시농업기술센터 소장·농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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