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교육청 ‘학부모회 법제화’ 비판여론 귀닫아
울산교육청 ‘학부모회 법제화’ 비판여론 귀닫아
  • 강은정
  • 승인 2019.01.13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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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대표 원탁토론회 반대의견 등 무시… 밀어붙이기 행정 도마위

울산시교육청이 ‘학부모회 법제화’ 반대 여론을 묵살한 채 조례 제정을 강행해 논란을 키우고 있다.

학부모대표 회의에서 나온 반대 의견을 무시하는가 하면 의견 수렴 기간에 반대가 없었다는 이유로 ‘여론이 우호적이다’라고 단정하는 등 비판에 귀를 닫아 비난을 자초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시교육청에 따르면 시교육청은 ‘학부모회 조례안 추진’과 관련해 지난해 10월30일과 31일에 걸쳐 학부모대표들과 함께 원탁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일부 학부모들이 학부모회 조례와 관련해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 학부모는 “학부모회를 강제성이 아닌 (기존 운영방안 그대로) 자율적으로 하면 좋겠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시교육청은 이 의견에 대한 검토서에서 “의견을 반영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사유에 대해서는 “학부모회 지원 조례를 정하는 것은 교육주체로 학교활동에 참여할 권리와 의무를 법제화해서 학부모의 학교참여 기반을 조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실상 시교육청이 조례안 추진을 전제하고 있기 때문에 이 같은 반대 의견을 무시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8일 본보의 ‘학부모회 법제화 놓고 찬반 논란’ 보도 이후 시교육청은 시종일관 ‘입법예고 기간 반대의견이 1건도 없었다’라는 말을 되풀이하며 반대 의견 출처에 대한 의혹을 제기해왔다.

실제로 노옥희 교육감은 SNS상에 본보 기사에 대해 ‘(정치화 우려 등 반대 목소리에 대해)일어나지도 않을 일에 대해 우려가 크다’며 글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를 본 현직 교사 A씨는 댓글을 통해 “교원 업무와 부담을 가중시킬 학부모회 법제화에 대한 우려는 당연한 것”이라고 정면 반박했다.

A씨는 “학교현장에서 학부모회 법제화에 대해 대부분 부정적인 생각”이라며 “이는 학교에서 교사들이 겪는 어려움의 상당 부분이 학부모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또 “학부모회가 당연한 사업이라고 말하기 전에 어떠한 문제가 있을지 알아보는 것이 우선”이라며 “학부모회가 법제화되고 그와 관련한 업무는 결국 교원업무 증대로 이어진다. 학부모회가 자발적으로 일을 하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고, 그 일을 왜 교사가 해야하는지 모르겠다. 이 문제를 정말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업무 담당자들과 토의부터 하는게 어떻냐”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노 교육감은 A씨의 주장에 대해 “학부모회 법제화에 대해 언론이 말하는 반대 의견의 실체가 없다”라고 답하면서 “너무 부정적으로만 봐서 할말이 없다. 교육청 각종 위원회에 학부모들이 건강하게 참여하고 있다”며 의견을 피력했다.

하지만 노 교육감의 주장과 달리 학교 현장에서는 ‘학부모회 법제화 반대’ 의견이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다.

또 다른 교사 B씨는 “학부모회가 현재 자율적으로 구성돼 운영되고 있는데 이들을 법제화 하지 않아도 이미 큰 영향을 행사하고 있다”며 “회의 진행날 특정 브랜드 커피 주문, 간식 요구 등의 사소한 요구부터 자식의 상장 수여 관여, 잘못된 행동을 지적했다는 이유로 교사에게 호통을 치는 등 학부모들의 교권 침해현상이 심각한 상황인데 법제화를 하면 이러한 학부모들에게 ‘감투’를 씌워주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현직 교사들은 노 교육감이 현재도 교권이 바닥에 떨어져 있는 상황에서 교육주체인 교사들의 목소리는 듣지 않고 학부모의 의견을 우선시하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교사 C씨는 “현재 자율 운영 중인 학부모회를 법제화하면 교사 업무 가중은 당연한 것이고, 학부모들 입김이 세지면 또 다시 학부모회 활동하는 특정 자녀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밖에 없다”며 “학교 상황에 따라 자율성을 지닌 학부모회를 그냥 두는 것이 더 민주적”이라고 강조했다.

교사 D씨는 “교육감이 교사 업무경감을 외치고 있지만 사업 추진 상황을 보면 업무 가중이 눈에 선하다”며 “비판 여론이나 반대 의견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노옥희 교육감이 소통, 민주화를 강조하면서도 정작 의견 수렴 과정에서 민주화는 온데간데 없다”며 “교사들의 의견에 귀기울여 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학부모회는 현재 울산지역 90% 이상의 학교에서 학부모들이 스스로 구성,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학부모회가 법제화되면 모든 학교에서 학부모회를 구성해야 하는 강제성, 예산 지원에 따른 문제점 발생과 형평성 논란, 공식 의견 수렴 기구 격상으로 인한 학운위와의 갈등, 교사 업무 가중을 놓고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이 조례가 제정된 시·도는 경기, 전북, 서울, 광주, 인천, 부산 등 6곳이다.

강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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