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계산법
나이 계산법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1.13 20: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야~ 야~ 야~ 내 나이가 어때서’로 시작해 ‘사랑하기 딱 좋은 나인데’로 끝나는 오승근의 ‘내 나이가 어때서’란 트로트. 이 대중가요가 나이 든 분들에게 삶의 의욕 북돋아 준 사실만큼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나잇값을 하든 못하든 ‘나이’라는 무형의 자산은 사람들의 정서, 특히 한국인들의 정신적 뼛속에서 지대한 영향을 미쳐 왔다. 때론 어깨춤을 추게도 만들고 때론 심장에 대못을 박기도 한다.

남녀노소 불문, 한국인들이 나이를 의식하는 시기는? 정답은 떡국 먹는 설날(음력설)을 한두 달 앞둔 동짓날 즈음이 아닐까 싶다. 붉은 팥죽 속의 새하얀 새알심은 나이만큼 넣어 먹어야 제 맛이라는 소리를 어릴 적부터 들어 와서일까.

나이는 인간의 전유물이 아니다. 식물에 나이테가 있듯 산짐승·들짐승도 나이를 먹는다. 박동진 명창이 부른 판소리 ‘수궁가’ 중에는 ‘호랑이 나이 자랑하는 대목’도 나온다. <퇴끼란 놈이 싹 나앉으면서,/ “장군님, 자시더래도 우리 얘기나 좀 헙시다./ 대관절 장군님 몇 살이나 되었소?”/ 호랭이가, “마, 요것이 내 나이를 물어? 느그들 여기서 뭣허고 놀었냐?”/ “예, 년년이 기회하고 연치(年齒) 찾어 상좌 삼고 놀았습니다. 잔치도 하고요.”/ “금년 잔치는 느놈들 잔치가 아니라 바로 내 잔치다, 내 잔치여./ 오냐, 네가 내 나이를 물웅께 가르쳐주지.”…>

호랑이도 나이가 있다? 당연한 말씀. 하지만 셈법이 다르다. 경북 봉화군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속 ‘호랑이숲’에 가두어 기르는 호랑이 3마리는 설 쇠기 전 나이가 제각기 17살(두만, 수컷), 13살(한청, 암컷), 7살(우리, 수컷). 최고령 ‘두만이’는 사람 나이로 80대 노인이어서 거의 관리동에서만 지낸다. 7살 ‘우리’만 30~40대일 뿐 13살 ‘한청이’도 60~70대 늙은이 취급이다. 호랑이의 평균수명이 15~20년인 탓이다. 같은 과(科)에 속하는 고양이도 나이 셈법이 따로 있다. 그래도 대충 이 선에서 접는다. 본론이 ‘사람 나이 셈법’이기 때문이다.

사람 나이에는 ‘우리나이’, ‘한국나이’, ‘햇수나이’라고도 하는 ‘세는나이’가 있고 현재년도에서 출생년도를 빼는 ‘만 나이’가 있다. 세는나이 계산법은 사람이 태어난 시점을 한 살로 치고 양력 새해 1월 1일마다 한 살씩 더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세는나이를 일상에서 여태 사용하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대한민국밖에 없다. 일본은 1950년 이후, 중국은 문화대혁명 이후 만 나이만 쓴다. 베트남은 프랑스 식민지시대를 거치면서 세는나이를 버렸고, 북한도 현재 만 나이만 쓰고 있다. 중국에서 만 나이를 ‘스쑤이’(實歲), 세는나이를 ‘쉬쑤이’(虛歲)라 표현하는 것은 자못 흥미롭다.

한데 그보다 더 흥미로운 것이 있다. 우리네 ‘장날나이’다. 아직도 나이 지긋한 지인들을 만나면 장날나이 때문에 웃을 때가 많다. “갑장? 허허, 웃기지 마소. 한 살 더 먹은 내가 형님이지.” 행정여건이 바닥수준이던 7080세대 때만 해도 우리네 시골생활의 중심은 읍·면소재지 5일장이었고, 출생신고도 이런 날에 맞춰 동시다발로 이뤄지곤 했다. 그래서일까, 어르신 세대에는 같은 날짜 생일이 어찌 그리도 많던지!

다시 나이타령으로 돌아간다. “내 나이가 어때서?” 필자의 지인이자 ‘국악 대중화의 선구자’인 김영동 교수는 ‘고전 & life’란 글에서 이렇게 주장한다. “예로부터 친구끼리 모이면 나이자랑이나 나이다툼이 잦았다. 학술용어로는 이를 쟁장설화(爭長說話)라 한다. 나이자랑의 효시는 인도의 동물우화였고, 불교의 전래와 함께 우리 민간에도 널리 유포되었다.”

각설하고, 1월 3일자 국회뉴스로 글을 맺는다. “민주평화당 황주홍 의원은 공문서에 만 나이 기재를 의무화하고, 만 나이로 계산·표시하는 것을 권장하는 ‘연령 계산 및 표시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김정주 논설실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