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심(會心)의 미소
회심(會心)의 미소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1.13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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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심(會心)’의 사전적 의미는 ‘마음먹은 대로 되어 만족함’이다. ‘회심의 역작’, ‘회심의 미소를 짓다’ 등으로 표현한다.

한편 회심(會心)과 회심(悔心)은 한자와 의미는 다르지만 정음(正音)은 같다. 회심(悔心)은 ‘잘못을 뉘우치는 마음’이다. ‘회심(會心)은 부지런함의 미소(微笑)지만, 회심(悔心)은 게으름의 통곡(痛哭)이다’라는 전제하에 필자는 지난 2018년, 1년 농사를 부지런히 지은 결과를 정리하면서 회심(會心)의 미소를 여러 번 지었다. 이는 울산시민과 함께한 회심의 미소이기도 하다.

첫 번째 회심의 미소는 울산학춤 공연이 짓게 했다. 총 72회 중 10회의 타지공연과 22회의 이탈리아 로마 공연도 작지 않은 성과였다. 특히 서울 남산국악당 공연은 울산학춤의 예술성·연희성에 대한 궁금증을 품고 남의 말을 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의 호기심을 양껏 풀어준 시간이었다.

두 번째 회심의 미소는 ‘제17회 전화앵예술제’ 개최가 짓게 했다. 전화앵(?花鶯)은 동도 기녀의 이름으로 신증동국여지승람 경주부 고적 열박령 조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기록돼 있다.

전화앵제는 울산학춤보존회가 2002년 처음 선보인 이후 9회, 울주문화원이 그 뒤 7회를 여는 등 모두 16년에 걸쳐 행사를 이어왔다. 17회 행사는 울주문화원이 내부 사정으로 더 이상 열지 못하게 됐으나 다행히 울산학춤보존회가 다시 행사를 이어받으면서 총 10회를 채울 수 있었다.

세 번째 회심의 미소를 짓게 한 것은 삼호대숲에 잠자는 떼까마귀와 백로의 잠자리 이소(離巢)시각 조사였다. 울산 남구 삼호동에 있는 삼호대숲은 현재 약 10만 마리의 떼까마귀와 50여 마리의 백로가 잠자리로 이용하고 있다.

이 두 종이 잠자리에서 날아 나오는 시간은 맑은 날, 흐린 날, 추운 날, 따뜻한 날, 눈 오는 날, 비오는 날 등 기상(氣象)상태에 따라 다르다. 떼까마귀나 백로는 해뜨기 전에 잠자리에서 날아 나온다. 이러한 행동은 포식자의 습격을 피하기 위한 생존 전략이다.

잠자리를 공개하지 않음으로써 안전한 밤을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떼까마귀의 월별 평균 이소시각은 1월 35분전, 2월 32분전, 3월 30분전, 4월 15분전, 10월 22분전, 11월 34분전, 12월 35분전으로 조사됐다. 백로의 경우 1월 30분전, 2월 28분전, 3월 16분전, 4월 19분전, 5월 25분전, 6월 34분전, 7월 33분전, 8월 24분전, 9월 8분전, 10월 6분전, 11월 24분전, 12월 32분전으로 조사됐다. 조사는 매일, 365회나 실시했다.

네 번째 회심의 미소를 짓게 한 것은 삼호·강당·사군탄·선암호수 지역의 조류조사 결과였다. 그 중에서도 삼호지역(구삼호교∼태화교)은 매일 1회씩 총 365회를 조사했다. 그 결과 확인된 조류는 16목 36과 85종 51만3천795마리로 집계됐다. 떼까마귀와 백로를 제외한 우점 종은 까치(3.80%)였다. 이 지역의 조류조사는 마침내 10년째를 맞이했다.

강당지역(구영교∼늠내) 조사는 매주 1회(일요일씩 총 52회 실시했다. 그 결과 조류는 14목 34과 79종 4만417마리로 나타났다. 겨울철새 떼까마귀를 제외한 우점종은 참새(11.64%)였다. 이 지역의 조류조사 역시 삼호지역과 마찬가지로 10년째를 맞이했다.

사군탄 지역(백천∼신삼호교) 조사는 주 3회(월·수·금)씩 총 157회 실시했다. 그 결과 조류는 15목 34과 83종 39,940마리로 집계됐다. 우점종은 텃새인 참새(15.7%)였다. 이 지역은 최초로 1년간의 자료가 축적됐다. 특히 이 지역은 낙안소, 사군탄, 해연으로 이어지는 지역으로 하중도(河中島)와 여울이 잘 발달한 가운데 부들과 어리연이 자라고 있어 큰고니, 물닭, 쇠오리, 청머리오리, 민물가마우지 등 수조류의 다양성이 확실하게 나타나는 곳으로 큰 관심이 가는 곳이다.

선암호수지역(선암호수 일주) 조사는 주 1회(화요일)씩 총 52회 실시했다. 그 결과 조류는 14목 33과 71종 1만5천315마리로 집계됐다. 우점종은 흰뺨검둥오리(16.2%)였다. 선암호수지역 역시 최초로 1년간의 자료가 축적됐다.

다섯 번째 회심의 미소를 짓게 한 것은 6월 13일 아침 낙안소(落雁沼) 하중도에서 고라니의 출산을 지켜본 일과 낙안소에 보금자리가 있는 수달 가족을 자주 만난 일이었다. 지난해 12월 31일 이른 아침, 처음으로 낙안소 상공을 선회하는 큰고니 여섯 마리를 발견했다.

2013년 1월과 2월에도 관찰이 기록된 큰고니였다. 큰고니 가족은 어미 한 마리와 새끼 다섯 마리 등 모두 여섯 마리이다. 현재 13일 이상을 울산에 머무르고 있는 큰고니 가족은 어둠이 내리면 구 삼호교 가까운 태화강에서 함께 잠을 자다가 다음 날 이른 아침 태화강 상류 쪽 사군탄으로 날아가 먹이활동을 한다.

새해 벽두에 큰고니 가족이 울산에서 함께 머물고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을 예고하는 길조(吉兆)가 아닐까. 올해 연말에는 울산시민 모두가 ‘회심의 미소’를 짓는 그런 한해가 되기를 기원한다.

김성수 조류생태학 박사/울산학춤보존회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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