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러져도 자라는 나무- ‘플로리다 프로젝트
쓰러져도 자라는 나무- ‘플로리다 프로젝트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1.10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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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 한 장면.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 한 장면.

 

<플로리다 프로젝트>에서 6살의 꼬마 주인공 무니(브루클린 프린스)는 미국 플로리다 디즈니월드 건너편에 위치한 ‘매직 캐슬’에 산다.

이름은 ‘마법의 성’이지만 사실 매직 캐슬은 싸구려 모텔로 빈민촌이다. 하루 벌어서 하루 먹고 사는 가난한 인생들이 함께 어울려 살고 있다.

무니의 엄마 핼리(브리아 비나이트)는 싱글맘이다. 무니는 아빠가 누군지도 모른다. 젊은 엄마는 불법이든 뭐든 닥치는 대로 일을 하면서 겨우 생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가끔 몸도 팔았다. 그럴 때면 무니는 욕실에서 크게 음악을 틀어놓고 목욕을 해야만 했다.

그랬거나 말거나 무니는 즐거웠다. 매직 캐슬에 같이 사는 또래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며 온갖 모험을 즐겼다. 아이들의 천국인 디즈니월드가 바로 마주보고 있었고, 하늘에는 가끔 오색찬란한 무지개도 떴다.

동심은 순수하다. 마치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순백의 도화지 같다. 그건 싱글맘과 살고 있는 무니든, 엄마ㆍ아빠 손잡고 디즈니월드에 놀러 온 아이든 같다. 하지만 무니의 도화지는 이미 물에 젖어 있었다. 무니는 친구들과 자주 놀러 다니던 곳에 쓰러져 있는 나무를 좋아했다. 무니가 말한다. “내가 이 나무를 왜 좋아하는지 알아? 쓰려졌는데도 자라나서.” 그랬다. 어린 무니의 삶은 이미 쓰러져 있었다.

그렇다 해도 무니 역시 계속 자라야만 했다. 태어났으니까. 물에 젖었다 해도 무니의 도화지에도 선(線)들은 계속 쌓여갈 테고 어떤 그림이 나올지는 아직 아무도 알 수 없다. 혹시 모르지. 언젠가 강렬한 태양을 만나 젖은 도화지를 모두 말릴 수 있게 될 지도. 무니에겐 그게 희망이었다. 닿을 수 없는 무지개 같았지만 무니에게도 그렇게 희망은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눈물바다였다. 엄마가 어떻게 먹고 사는지 대략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무니는 엄마를 위해 늘 모른 척 했다.

그게 진정 눈물겨운 건 보라색으로 색칠 된 매직 캐슬과 매직 캐슬 너머로 뜬 오색찬란한 무지개, 그리고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표정은 대책 없이 아름답기 때문. 해서 그 아이러니가 던지는 삶에 대한 물음표도 결국은 눈물바다에 풍덩 빠지고 만다. 대책이 없어 슬프지만 대책 없이 찬란하다. 그래. 이 표현이 딱 어울릴 거 같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건 <플로리다 프로젝트>에서 무니의 앞날은 멀리 그려지지 않는다는 것. 엄마와의 강제 이별을 강요했던 세상 앞에서 무니는 단짝 친구인 젠시(발레리아 코토)의 손을 잡고 어른들을 피해 마냥 내달린다. 그리고는 건너편에서 늘 동경해왔던 디즈니월드로 입장하면서 막을 내린다. 그렇게 슬픔을 가득 안은 채 삐까뻔쩍한 세상 속으로 뛰어든다.

아무도 알 수 없는 무니의 미래 앞에서 그 순간 영화를 본 이들은 모두 같은 생각이었을 것. 다들 무니 앞에 펼쳐질 세상이 조금이라도 덜 가혹하길 바라지 않았을까. 어차피 쓰러져도 계속 자라야 하니까. 살아야 하니까.

이 영화를 본 뒤 누군가 말하더라. ‘무니가 행복하면 세상이 행복하다’고. 그렇다. 이 영화 생각보다 엄청나게 크다. 결국 미국 플로리다에서 시작된 프로젝트(Project:과제)는 이건 거 같다. 세상 모든 무니들을 조금이라도 행복하게 해주자! 누가? 우리 모두가. 왜? 결국은 우리 모두를 위해.

2018년 3월7일 개봉. 러닝타임 111분.

<이상길 취재1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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