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투구의 장으로 전락한 지방정가
이전투구의 장으로 전락한 지방정가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1.10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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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투구(泥田鬪狗)’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진흙탕에서 벌어지는 개싸움’이라는 뜻이다. 옛날 우리나라 8도의 사람들에 대한 특징을 4글자로 평가한 4자평(四字評)에서 나온 말 중 하나로 원래는 함경도 사람의 강인하고 악착스러운 성격을 특징짓는 말로 사용됐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자기의 이익을 위하여 또는 명분이 서지 않는 일로 진흙탕에서 싸우는 개들처럼 볼썽사납게 다투는 모습을 비유하는 말로 흔히 쓰인다.

최근 울산시의회와 주변, 즉 지역내 지방정치인들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한 볼썽사나운 싸움을 보고 있노라면 이 사자성어가 절로 떠오른다. 시민들의 권익을 대변해야 하는 울산시의회는 또 어쩌다 그리 됐을까. 그 발단은 지난해 12월10일 한 노래방에서 시작됐다. 그날 장윤호(더불어민주당) 울산시의회 산업건설위원장은 자신의 지역구인 대현동주민자치위원회 회의를 마친 뒤 송년회를 겸해 위원 8~9명과 함께 노래방을 가게 됐다고 한다. 그런데 그날 이후 장 위원장이 손세익 주민자치위원장을 주먹으로 때렸다는 것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이전투구식 싸움은 시작됐다.

언론보도 후 장 위원장은 지난 2일 기자회견을 통해 “배후에서 사건의 본질을 심각하게 왜곡하고 확대재생산하는 세력에게 엄중한 경고를 보내는 동시에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끝까지 물을 것”이라며 폭력사실을 부인했다. 같은 당 시의원 몇몇이 기자회견 자리에 배석했다. 뜻을 같이 한다는 의미의 병풍 역할을 한 것이다.

하지만 장 위원장의 기자회견을 접한 피해자 손 위원장은 친구인 장 위원장이 처벌을 받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진술서까지 써줬으나 장 위원장이 정치공작이니, 배후니, 응분의 책임을 묻겠다는 등의 말을 하자 사실관계를 밝혀야겠다며 기자회견을 자청, 폭력을 당한 사실을 시인했다.

다음 날인 3일 손 위원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술을 많이 먹었으니 나가자고 하자 장위원장이 삿대질과 함께 모두 앉으라는 식으로 강압적 언행을 했고, 조용히 마무리하려고 장 위원장을 데리고 옆방으로 갔는데 무방비상태에서 주먹으로 얼굴을 때렸다”고 주장했다.

지역 야당은 기자회견과 성명을 등을 통해 “동료 의원까지 들러리를 세워 기자회견을 가진 자리에서 자신의 부적절한 처신을 비판하는 언론과 야당에 대하여 정치공작으로 치부하고 법적 대응을 운운하면서 겁박을 일삼은 행위는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비상식적인 행태”라고 지적했다.

누구 주장이 맞는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지만 시민의 권익을 대변하는 시의원이 폭력사건에 휘말렸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볼썽사나운 일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이후 정치적으로 비화되면서 더욱 볼썽사나워졌다.

피해자인 손 위원장이 자유한국당 남을 당협 운영위원이라는 이유로 더불어민주당 정병문 남을 지역위원장이 지난 8일 기자회견을 통해 자유한국당 측의 정치공세로 몰아부쳤다.

여기까지가 이번 사건과 관련돼 진행돼온 상황이다. 누구든 이전투구라는 사자성어가 전혀 과하지 않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싶다. 사실 이번 사건의 본질은 진실공방이 아니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둘 만의 공간에서 벌어진 일이어서 진실을 찾기도 쉽지 않을뿐더러 양측 다 싸움의 승부에만 지나치게 집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전투구(泥田鬪狗)라는 사자성어에서도 싸움보다는 싸우는 장소가 진흙탕이라는 게 더 중요하다. 처음부터 진심어린 사과와 화해만 있었다면 진흙탕에 빠지지는 않았을 거라는 뜻이다. 아울러 이번 사건에 휘말린 장 위원장의 경우 앞서 ‘공무원에 대한 갑질 논란’으로도 한 차례 곤욕을 치른 바 있지 않은가.

이번 일로 감투의 무게를 좀 더 느끼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박선열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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