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 암각화 보존 ‘신 유로 변경안’ 사실상 폐기
울산시, 암각화 보존 ‘신 유로 변경안’ 사실상 폐기
  • 이상길
  • 승인 2019.01.09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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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자원공사 제안일뿐 검토하고 있진 않아”반구대 암각화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진 본격화주변경관 훼손 없어야 가능… “보존안 빨리 찾아야”

 

울산시가 국보 제285호 반구대암각화 보존방안과 관련해 차선책으로 만지작거렸던 ‘신 유로변경안’에 대해 사실상 폐기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선 7기 울산시가 반구대 암각화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진을 본격화하면서 신 유로변경안이 안고 있는 최대 단점인 암각화 주변경관 훼손에 대한 우려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 관계자는 9일 본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암각화 보존방안으로 신 유로변경안을 검토하고 있지는 않다”며 “이미 밝혔지만 신 유로변경안은 수자원공사에서 암각화 보존과 관련해 울산시에 제안한 하나의 방안으로 관련 실무자들 사이에서 그런 방법도 있다고 제안이 오간 게 전부”라고 밝혔다.

이어 “현재 시는 암각화 보존과 관련해 국무총리 주재로 지난해 10월 합의했던 구미 산업폐기물 무방류 시스템 도입 계획 관련 용역을 기다리고 있다”며 “결과가 좋게 나올 경우 곧바로 청도 운문댐 물을 대구와 울산이 일정 비율에 따라 나누기 위한 공사가 시작된다. 그럼 사연댐 수위조절을 통해 영구적인 암각화 보존이 가능해진다”고 덧붙였다.

앞서 시는 지난달 초 구미 산업폐기물 무방류 시스템 도입 계획 관련 용역결과가 바람직하게 나오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신유로변경안을 차선책으로 꺼내들었다.

신 유로변경안은 2013년 가장 좋은 암각화 보존방안을 찾기 위해 한국수자원학회에 의뢰해 수리용역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검토된 구 유로변경안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구 유로변경안은 암각화 아래 200m 지점에 제방을 쌓고, 한실마을 남단 농경지 끝부분부터 사연호까지 터널형 수로를 뚫는 방안이었다.

또 반곡천 아래 반구대 위로 210m 지점에도 제방을 쌓는다. 하지만 이 방안은 당시 학회 용역 결과 암석풍화 방지와 암각화면 보호, 치수 안전성, 용수 공급능력 등에서는 매우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시공성과 경제성, 식생·환경, 주변경관 등에서는 낮은 평가를 받았다.

그로부터 6년 후 민선 7기 울산시가 새로 들고 나온 신 유로변경안에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터널과 제방이 암각화로부터 더 멀어졌다는 게 골자다. 제방의 경우 암각화부터 하류로 310m 멀어졌고, 그에 맞춰 터널도 비슷하게 멀어졌다.

그 외 달라진 건 암각화 상류에 위치한 반곡천을 제방으로 막고, 구 유로변경안에서 암각화 위로 210m 지점에 쌓았던 제방을 반구대 인근으로 500m 정도 더 끌어 올려 쌓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 암각화 보존 전문가들은 신 유로변경안도 폭우가 내렸을 경우 역류 위험은 여전하고, 암각화에서 약 700m 상류에 위치한 반구대(盤龜臺) 인근에 제방을 쌓게 돼 지역 문화유산 가운데 하나인 반구대를 훼손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결국 이날 시의 입장은 이같은 우려를 받아들여 차선책으로 만지작거렸던 신 유로변경안을 사실상 폐기한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이는 시가 최근 반구대 암각화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진 움직임에서도 읽을 수가 있다. 실제로 시는 오는 2022년 암각화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올 상반기 중으로 연구용역을 진행키로 했다고 9일 밝혔다. 암각화 세계문화유산 등재는 민선 7기 송철호 시장의 공약이기도 하다.

하지만 반구대 암각화 세계문화유산 등재는 지난 박근혜 정부 때부터 공약으로 추진됐었다. 그 때 당시 울산시는 암각화 보존방안으로 ‘생태제방축조안’을 밀고 있었는데 상대적으로 주변경관 훼손이 적은 생태제방축조안에 대해서도 문화재청은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해서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강력히 주장했다.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해서는 주변경관에 대한 훼손은 아예 없어야 한다는 입장이었던 것. 따라서 시가 최근 암각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본격적으로 추진한다는 의미는 곧 주변경관 훼손이 심한 신 유로변경안은 사실상 버린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지역 암각화 보전 관련 한 전문가는 “신 유로변경안에 대해서는 처음 언론보도를 통해 세간에 알려졌을 때부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며 “어서 빨리 가장 좋은 보존방안을 찾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상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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