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드립 커피 한 잔에 담긴 이야기
융드립 커피 한 잔에 담긴 이야기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1.08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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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입맞춤하는 너와의 인연도 어느덧 40년이다. 너는 무엇 때문에 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나와 동고동락하는가. 오늘도 자주 가는 커피점에 한 자리를 차지했다. 철과 나무로 만들어진 탁자와 의자는 튼튼하면서 색다른 촉감이라 앉으면 늘 기분이 좋다. 카운터 옆에는 세계 각국의 원두커피들이 즐비하고 좋아하는 단팥빵도 고소한 향기를 뿜으며 나를 기다린다. 창가에는 유럽 각국의 다양한 커피잔과 접시들이 감성어린 여성들의 마음을 유혹하기 바쁘다. 화분에는 커피나무들이 푸르름을 자랑하고 창고에는 세계 각국의 생두들이 나의 가슴을 풍족하게 만들며 웅장한 로스터 기계들이 움직임을 준비하고 있다.

왜 매일 습관적으로 이 집 커피를 마시려고 이 자리에 앉아 있는가. 주인 바리스타는 단골로 찾아오는 내가 매번 주문하는 커피 종류를 잘 알고 있다. 자리에 앉으면 정성을 다해 15년산 융드립 만델린 커피 한 잔을 제공하기 위해 한 방울 한 방울 드립을 한다. 10분이 지났다. 어김없이 도착한 탁자 위에 놓인 커피의 향을 먼저 코를 통해 온 몸으로 빨아들인다. 뇌에서 커피 향기를 느낄 시간이 필요하다. 나는 향기 나는 커피를 좋아한다. 다음에는 생수로 입을 깨끗이 가신 후에 한 모금의 커피를 천천히 입에서 목으로 넘긴다. 깊이 맛을 음미한다. 오늘의 커피도 역시 순하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여운이 계속된다. 커피 향이 오랫동안 입 안에서 지속된다. “그래 이 맛이야!”

이 한 잔의 커피를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정성과 열정이 들어갈까. 나와 마주한 이 커피는 어떻게 여기까지 왔을까. 커피의 역사를 보면 마시기 시작한 시기는 정확히 알 수 없다. 처음부터 생두를 로스팅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초기에는 과일처럼 즙을 짜서 기름과 섞어 음식으로 먹었다고 전해진다. 당시 커피는 에티오피아의 유목전사인 가라족의 에너지원이었다. 이후 발효시켜 술로 마시기도 하고 건조된 콩을 끓여 탕약으로 마셨다. 지금도 예멘 사람들은 씨앗을 빼내 겉껍질과 과육을 말린 키실을 끓여 마신다. 1300년대부터 말린 생두를 로스팅해서 끓여 마시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많은 시간이 지난 후에 볶은 원두를 갈아서 끊인 물에 넣고 우려 마시기 시작했다. 이것이 지금의 터키식 커피로 이어진 것이다.

세계 최초의 커피점은 1554년 지금의 터키 이스탄불인 콘스탄티노플에서 개점한 후 전 세계로 확산되었다. 지금은 세계 어디서나 쉽게 커피를 마시고 즐길 수 있는 장소가 많이 생겼다. 커피의 주요 소비지는 선진국이었으나 이제는 커피를 생산하는 나라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커피를 즐기고 있다. 브라질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커피를 많이 마시는 국가다. 인도네시아와 멕시코도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식사 후에 커피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또한 커피를 마시기 위해 분위기 좋은 카페를 찾는 사람들도 증가하였다.

커피나무는 3년이 지나야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이 열매가 체리이며 크기는 직경 1센티미터 전후다. 대부분 붉게 익지만 노랗게 익는 것도 있다. 커피체리를 정제하여 체리 중심에 자리한 종자가 있는데 그게 생두다. 생두를 로스팅함으로써 커피다운 향을 내게 된다. 분쇄 과정은 콩을 잘게 갈고 부수어 커피를 쉽게 추출하기 위한 작업이다. 마지막으로 분쇄한 가루에 끓인 물을 부어 액체만 걸러낸다. 바로 이것이 우리들이 좋아하는 커피다.

단골 커피점의 주인 바리스타는 20년 경력의 소유자다. 우리나라에선 짧지 않은 경력이다. 지금도 많은 시간을 투자하여 커피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운이 좋을 때는 세상에 없는 커피를 접할 때도 있다. “50년 경력의 일본인 스승에 비하면 항상 초보자”라고 겸손하게 말을 한다. 그 스승은 90대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커피 연구를 하고 있다. 울산은 과학기술 발달에 따라 산업 패러다임이 큰 전환기에 서 있다. “울산이 무척 어렵다”고 말이 많다. 각 분야에서 새로운 도약이 필요한 시점이다. 울산도 현장에서 30~40년 경험을 쌓은 고경력자들이 계속 은퇴하고 있다. 이들을 적극 활용할 방법이 절실하다. 오늘 따라 커피잔이 무겁다.

김귀열 NCN 전문위원·㈜네오그린 연구소장·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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