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청 외솔정신 재무장’이 시급한 까닭
‘교육청 외솔정신 재무장’이 시급한 까닭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1.07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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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지방선거 때 울산시민들의 선택은 ‘진보교육감’이었고, 그런 여망을 업고 당선한 노옥희 교육감에 대한 기대는 여전히 식지 않고 뜨겁다. 그러나 두 번째 학기의 청사진이 펼쳐지는 시점, 노 교육감에 대한 평가는 긍정과 부정의 둘로 갈라지기 시작하는 모양새다. 역대 ‘보수교육감들’이 지녔던 교육철학과는 뿌리부터 다르다보니 나타나는 자연적 현상이지 싶다.

그러기에 그의 교육철학과 교육정책에 대한 평가의 잣대는 아직 들이댈 시점이 아니라고 판단한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분명히 있다. 그것은 ‘울산 특유의 색깔’을 살린 교육정책을 찾기가 힘들다는 사실이다. 울산만의 색깔이 스며든 교육을 꼽으라면 주저 없이 우리말과 글을 소중히 보듬는 ‘한글 사랑 교육’을 꼽고 싶다. 일제강점기에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옥살이를 꿋꿋이 견뎌내며 ‘한글이 목숨’이라고 외쳤던 외솔 최현배 선생의 고향이 바로 울산이기 때문이다. 이는 울산교육청사에 ‘외솔실’이 존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 관점에서 울산교육청의 한글 사랑 수준에 대해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수준은 ‘울산교육계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보도자료만 보아도 금세 알 수 있다. 울산교육청 공보관실이 내보낸 7일자 보도자료에는 북구의 한 중학교에서 작성한 ‘△△중 학부모회 매실액기스 장학금 434만원 기부’란 제목의 보도자료가 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액기스(←엑기스)’란 국적불명의 낱말이다. 국어사전에도 잘 안 나오는 이 낱말을 ‘다음사전’에서는 ‘진액’의 비표준어‘라고 풀이한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일본식 조어‘임을 알 수 있다.

다음사전은 ’현대 우리말은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엄청난 혼란을 겪었다‘고 덧붙인다. 그런 사실을 잘 아는 방송인들은 출연자가 ’엑기스‘란 말을 꺼내면 즉시 ’진액‘이라고 바로잡아 주기도 한다. 그러나 울산교육계에선 그런 노력조차 찾아보기 힘들다는 게 중론이다.

‘액기스’란 말은 울산교육청을 끊임없이 난처하게 만드는 숱한 용어 가운데 지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이 말은, 울산교육청이 우리말과 글의 소중함에 대해 교육적으로 접근하는 노력을 제대로 기울이지 않고 있다는 얘기나 다를 바가 없다. ‘학생중심 혁신수업’도 좋고 ‘교육비 부담 제로 시대’도 좋다. 더 좋은 것은 우리말과 글을 아끼고 사랑하고 가다듬는 노력이 먼저라는 것이 본란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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