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돼지해엔 태화(太和)로 살자
황금돼지해엔 태화(太和)로 살자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1.06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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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에 태어난 돼지띠가 환갑을 맞는 2019년 ‘기해(己亥)년’이 밝았다. 민속에서는 ‘황금돼지해’로 부른다. 노란색으로 상징되는 천간(天干) 기(己)와 돼지에 해당하는 지간(支干) 해(亥)가 어울렸기 때문이다. 황금돼지해는 황금과 돈이 결합되어 누구나 부지런하면 부자가 된다는 희망을 갖게 한다. 희망은 ‘태화(太和)’로부터 시작된다. 태화를 살펴본다.

울산은 예로부터 태화의 고장이었다. 태화는 태양(太陽), 태음(太陰), 중화(中和) 등 삼기(三氣)가 섞여 하나로 된 것을 말한다. 태화는 공존하는 다양성, 즉 원융무애를 의미한다. 고궁에 태화전(太和殿), 중화전(中和殿)을 두는 이유다. 중국 자금성의 중심도 태화전이다. 그리고 울산의 태화는 중국 태화지(太和池) 설화가 바탕이다. 역사적으로 신라 진덕여왕(眞德女王) 원년인 647년부터 650년까지 연호(年號)로 사용했다. 태화의 내력은 <삼국유사> ‘황룡사의 9층탑’ 조에 나와 있다.

태화강(太和江), 태화사(太和寺), 태화루(太和樓), 태화진(太和津:태화나루), 태화사십이지상부도 등의 중심에는 모두 태화가 있다. 또한 부도골(浮屠谷), 반탕골(盤?谷), 태화저수지, 태화동, 명정천(明淨川) 등의 지명과 부도 역시 모두 태화사와 관련성이 있다. 태화사(太和寺)는 자장스님이 중국 오대산 태화지(太和池)의 신인(神人) 설화를 바탕으로 창건했고, 오대산에 모셨던 사리 1백과 중 일부를 모셨으나, 임진왜란 전후로 폐사됐다고 전한다.

태화강(太和江)의 발원지는 크게 두 곳이다. 하나는 가지산 쌀바위이고, 다른 하나는 백운산 탑골샘이다. 태화루(太和樓)는 태화사의 범종루로 추정되며, 2014년 4월에 중건됐다. 태화진(太和津)은 ‘태화나루’를 말한다. 반대편 월진(越津)으로 건너가는 나루였다. 태화사 십이지상부도는 태화사에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며, 드물게 십이지상이 조각된 부도이다. 오랜 기간 학성공원에 있다가 울산박물관으로 옮겨졌다.

태화저수지는 멍정천 혹은 말정천으로 부르는 천(川)의 발원지이다. ‘멍정’ 혹은 ‘말정’으로 불리는 지명은 한자로 末亭, 沫亭 등을 병기하기도 한다. “말응정이라 하던 정자 이름이 줄어서 멍정이 된 것이라도 한다.”고 하지만 태화사의 ‘태화’로 미루어볼 때 ‘태화지에서 맑은 물이 흘러내리는 천’이라는 의미를 지닌 명정천(明淨川)의 그릇된 발음으로 추정된다. 태화동은 태화사를 중심으로 형성된 행정구역이다.

지역 사람들은 ‘멍정’, ‘말정’ 등으로 발음하지만 본디이름은 ‘명정(明淨)’일 가능성이 높다. 영축산에서 발원한 물이 두왕천이 되듯 태화지에서 흘러내린 물은 명정일 수밖에 없다고 보는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반탕골의 유래는 골짜기의 생긴 모양이 마치 ‘반티이(함지)’ 같다 하여 생겼다.”고 하지만 ‘황금색 부처가 있던 골짜기’라는 의미의 반탕곡(盤?谷)’이 반탕골로 구전됐을 가능성을 점쳐보는 것도 무의미하진 않지 싶다.

태화는 ‘대화(對和)’로부터 시작된다. 대화는 복안(腹案)과 대안(代案)으로 다른 의사(意思)를 조율하여 상대에게 관철시키는 것이다. 대화는 상대방을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대면하여 화목(和睦)을 이루는 것이다.

지난해 무술년 새해도 그랬듯이 올해 기해년 새해도 여명의 기다림 속에서 떼까마귀와 남아있는 백로의 잠자리 이소(離巢)시각에 대한 자료 수집으로 시작했다. 올해는 상서롭게도 백조와 수달을 대면하며 태화로 맞이했다. 해넘이 때는 상서로운 천상의 새 고니 여섯 마리를 새해 해맞이에 앞서 대면할 수 있었다. 낙안소·사군탄·해연의 푸른 울산 하늘에 넓은 날개를 쇄금당선(灑金唐扇)으로 좌르르 펴더니 빙빙 날아다녔다.

어른 고니 한 마리와 어린 고니 다섯 마리는 2013년 1월 40마리가 관찰된 이후 6년 만에 보는 고니 대가족이다. 그날 태화강에서는 수달 가족 넷이 삿된 것을 물리치는 벽사 의식이라도 거행하듯 강기슭 갈대밭 구석구석을 바삐 헤집고 다녔다. 물장구를 치거나 껑충껑충 뛰어다니면서….

하얀색 풍요의 상징 백조와 검은색 장수의 상징 수달이 116만 울산시민에게 새해 해맞이로 벽사초복(?邪招福)을 선물한 셈이다.

올해 알곡과 양으로 영위할 것인가, 염소와 가라지로 손가락질 당할 것인지, 이미 성 안에 선택된 존재가 될지 성 밖에서 짓이겨져 즙으로 흐르는 포도로 고통 받을지는 오직 자신의 선택에 달려 있다. 선택은 소걸음같이 더디지만 꾸준함과 부지런함에 있다. 부지런함은 입의 겸손과 발의 실천에 있다. 황금돼지해에는 모두 원융(圓融)인 태화(太和)로 살았으면 한다.

<김성수 조류생태학 박사 울산학춤보존회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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