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도락(食道樂) 일본
식도락(食道樂) 일본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1.06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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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치 한 마리에 34억7천만원! ‘억’하고 입이 벌어질 노릇이지만 우스갯소리가 아니다. 지난 5일 ‘새 도쿄의 부엌’ 도요스 수산시장에서 새해 처음 열린 참치 경매에서 실제로 있었던 얘기다. 278kg 무게도 그렇지만 낙찰가가 무려 3억3천360만엔, 우리 돈으로 약 34억7천만원이나 된다는 데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종전기록 1억5천500만엔(약 16억1천322만원, 2013년)을 거뜬히 갈아치우고 ‘역대 최고가’ 자리에 올랐다니 입이 쉬 다물어지지 않는다.

일본 북부 연안에서 잡힌 이 역대급 참치를 호기 있게 사들인 이는 일본 요식업계의 큰손 기무라 기요시(‘스시 잔마이’ 대표)란 인물. 이 양반이 새해 첫 경매가 끝난 뒤에 했다는 말에 귀가 간질거린다. “좋은 참치를 샀지만 가격이 생각보다 비쌌다. 손님들이 이 훌륭한 참치를 맛보시기 바란다.” 참치 1kg이 참치회 몇 접시가 되는지는 잘 모른다.

그래도 1kg 값이 자그마치 1천248만원이나 되는 ‘귀하신 몸’을 보고 일본의 어떤 식도락가(食道樂家)들이 군침을 삼켰을지, 참치 한 점 값이 얼마였을지, 그저 궁금할 뿐이다. 참고로 ‘도요스 시장’은 83년간 ‘도쿄의 부엌’ 구실을 해온 일본 최대 ‘스키지 수산시장’의 후신으로 지난해 10월 11일 개장 당시 NHK가 요란하게 생중계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고 한다.

지구촌에서 일본인들만큼 해산물을 즐기는 민족도 드물지 싶다. 곁가지 같은 얘기지만, 이 양반들이 신주 모시듯 떠받드는 바닷고기가 어디 참치뿐이겠는가. 온갖 구설을 다 뿌리고 다니는 고래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국제사회의 비난에도 아랑곳없이 지난달 하순에 선언한 국제포경회의(IWC) 탈퇴가 가장 상징적 사건일 것이다. 일본은 지난 9월 IWC 총회에서 자국의 ‘상업포경 재개’ 요청이 찬성 27, 반대 41로 부결되자 마침내 탈퇴 카드를 꺼내고 만다. 경향신문은 지난달 26일자 기사에서 일본의 IWC 탈퇴 배경에 정치적 셈법이 작용했다고 꼬집었다. “포경선의 거점 야마구치현 시모노세키시는 아베 총리, 연안 포경이 번성한 와카야마현 다이지정은 니카이 자민당 간사장의 지지기반이다.”

일본정부의 스가 관방장관이나 요시카와 농림수산상의 말마따나 일본은 고래식용(食用)문화가 깊이 뿌리내린 나라다. 대한제국~일제강점기, 한반도 연안 고래사냥에 뛰어든 열강 가운데 미국이나 유럽이 고래기름(鯨油)에 눈독을 들였다면 일본은 고래고기에 작살포를 겨누었다. 고래고기에 대한 일본인들의 게걸스러운 탐욕이 한반도 주변에서 고래의 씨를 말리고 만 것. 지난해 12월 31일 오마이뉴스는 이런 글을 띄웠다. “고래에 대한 일본의 탐욕은 끝이 없었다. 동해를 장악한 뒤에는 서해까지 무대를 넓혔다. 일본이 조선 해역에서 얼마나 많은 고래를 잡았는지는, 일제강점기인 1930년대 후반에 일본 포경업이 남극해와 북극해로 눈을 돌린 사실에서도 역설적으로 드러난다.”

고래고기를 우리는 싫어했고 일본인들이 좋아했다는 기록은 조선통신사학회가 펴낸 <조선통신사연구> 제3호(2006년)에 나온다. “조선에서는 소·돼지·양·사슴·개의 고기는 물론이고 내장과 대가리까지 식재료로 사용한다. 그러나 일본인이 좋아하는 고래는 오히려 꺼려해서 싫어한다.” 연구자는 ‘일본인들이 조선통신사를 맞이할 때마다 자기들의 고래고기 식습관이 불쾌감을 주지 않도록 조심했던 사실’이라고 설명을 덧붙인다.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은 한마디로 ‘영원한 연구대상’이다. 한동안 어촌지방 학교급식의 반찬 메뉴에 고래고기를 빠뜨리지 않았던 그들의 고래식도락(食道樂)문화가 어떻게 우리 울산에서 뿌리를 내릴 수 있었는지는 인문학적 접근이 필요할 것 같다. 그 연구 결과가 나오는 날, 장생포 고래문화특구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어 닥칠지 어쩔지, 아직은 아무도 모른다.

<김정주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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